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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14. 2018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오사카의 숨은 맛집

난바와 우메다에 국한된 맛 지도를 넓히기 위한 오사카 여행. 
강이 흐르는 나카노시마에서는 일본인의 소울푸드 오므라이스를, 
한적한 주거지역인 오사카사야마시에서는 오리소바를, 
소박함이 묻어나는 노세에서는 그 지역의 맛이 담긴 한 끼를, 
초록이 가득한 미노에서는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한다. 
끝없이 이어진 맛의 길을 따라 밤낮 없이 오사카를 누볐다.


OSAKA Trend
오사카는 현재 세련되고 모던한 공간들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동시에 조상들이 살던 집을 개조해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꾸미거나 낡은 근대 건축물을 수리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지역재생이 활발하다. 특히 에도시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세곡과 각종 특산물을 취급하던 상가 건물과 창고가 길게 늘어서 있던 요도가와淀川 주변 나카노시마(中の島) 지구를 중심으로 다수의 옛 민가와 근대 건축물들이 지역 재생의 대표적 자산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유의 ‘밤 편지’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는 곳


다락방의 한가로운 오후
잇신차보우(一心茶房) 


빌딩밖에 보이지 않는 난바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 하지만 한 번 들어서면 잊을 수 없는 곳이 잇신차보우다. 난바역(難波駅)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나니와구(浪速区) 모토마치(元町) 골목 들어선다. 도심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소박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중심에는 옛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찻집 잇신차보우가 자리한다. 재일교포가 소유주로 있는 건물에 들어선 이 찻집은 고객들에게 식감 좋은 빵을 비롯해 깊게 우려낸 차, 한 입 한 입 맛볼수록 속이 편해지는 건강식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매력은 2층에 있는 다락방에 담겨 있다. 부엌이 있는 1층 뒤편의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가 조심스레 미닫이문을 열면 어릴 적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던 다락방 같은 생활공간이 손님을 맞이한다. 수줍은 햇살이 방 안을 비춰 아늑하고 일본 만화책, 잡지, 피규어 등으로 꾸며져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 가고픈 사람들과 아기자기함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를 알게 된다. 여기에 온 이들은 옛 추억을 벗 삼아 서로의 공감대를 키워 나간다. 누군지 몰라도 ‘우리 같이 구슬치기 하자’라는 말 한마디로 친구가 되던 어린 시절처럼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개별 포트에 준비되는 따뜻한 차


대화에 음식과 차가 빠지면 허전한 법. 잇신차보우의 추천 메뉴로는 새 잎을 따서 오랫동안 쪄서 만든 센차(煎茶)와 호지차(ほうじ茶), 그리고 하루 15인분 한정으로 제공하는 잇신정식(一心定食)과 키마구레 카레(きまぐらカレー), 스프런치(スープランチ)가 있다. 잇신정식은 유채나물을 곁들인 닭고기 조림과 채소절임, 감자샐러드가 함께 제공된다. 잇신정식은 메뉴가 자주 바뀌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스프런치에는 굴라쉬와 비슷한 맛을 내는 토마토크림스프와 가다랑어 육수 향이 은은하게 나는 빵과 견과류 빵이 함께 나온다. 

하루 15인분 한정 판매하는 잇신정식, 메뉴가 자주 바뀐다


먹음직스러운 식사를 앞에 두고 일본 사람들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이따다끼마스(잘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후에는 센차와 호지차를 브라우니와 함께 마시며 오후의 한가로움을 한껏 누렸다. 이곳에서 하릴없이 보낸 시간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쌓였던 공허함은 사라지고 행복한 마음만 가득 차올랐다.  


주소: 1-2-22 Motomachi, Naniwa-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80 6118 1138  
오픈: 화·수요일 런치 11:30~17:00, 디너 17:00~21:00, 목·금요일 11:30~16:00, 토·일요일·공휴일 11:30~18:00, 주문마감 영업종료 1시간 전. 월요일 휴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잇신정식·키마구레 카레·스프런치 864엔, 센차 550엔, 호지차 500엔, 브라우니·사과 & 고구마 케이크 540엔  
홈페이지: tyabou.exblog.jp 

글·사진 TAN




가게를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


주민들의 사랑방
카페 드 가모욘 (カフェ ド ガモヨン)


삼삼오오 모여 귀가하는 초등학생, 장을 보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소박한 동네인 조토구 가모지역에는 평범하고, 차분한 풍경이 남아 있다. 이곳에 어르신들도 찾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는 주민들의 사랑방, 카페 드 가모욘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킬 만큼 파랗고 하얀 외관은 새로 생긴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80년이 넘은 주택을 개조해 2001년에 오픈한 동네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일상에서 힘들었던 것들을 털어 내고, 모든 근심을 씻어 내 줄 것만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실내를 감싸고 있다. 

파랑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카페 드 가모욘


특히 바쁜 와중에도 밝고 싹싹한 여종업원과 터프하지만 말 한마디에서 따스함이 묻어나는 사장님이 진짜 주인공이다. 이곳의 주인인 타마키 토모상은 오사카에서 제과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나카노시마 리가로얄 호텔에서 근무하는 등 경력을 쌓고 카페 드 가모욘을 오픈했다. 그 덕분에 작은 카페임에도 상당한 종류의 음식과 디저트를 준비함은 물론 결코 허투루 내지 않는다. 토모상은 우리에게 카페로 변하기 전의 모습이 담긴 스크랩을 보여주며 건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카페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우리 카페는 그냥 카페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크고 작은 지역 공동체 행사가 열릴 때는 종종 이 카페를 대관해 행사를 진행한다고. 단순한 카페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카페 드 가모욘의 푸근한 분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수제 햄버거, 가모욘 특제 함박스테이크, 가모욘 플레이트, 카페 나폴리탄 등 다양한 요리와 사이폰 커피, 믹스 주스, 딸기케이크, 티라미수 등 달콤한 디저트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분위기만큼 앙증맞게 나온 음식들은 가성비가 훌륭하고, 각각 요리의 맛도 좋아 감탄사를 자아낸다. 디저트로 나온 깊은 향이 매력적인 사이폰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는 누가 먹어도 박수 칠 정도다. 


주소: 4-20-4 Gamo Joto-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167 4204  
오픈: 월~목요일 11:00~18:30, 금요일 11:00~22:00, 토요일 09:00~22:00, 일요일 휴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수제 햄버거 900엔, 가모욘 플레이트 1,200엔, 가모욘 특제 카레 1,200엔, 카레 나폴리탄 980엔, 사이폰 커피 500엔, 진저밀크 600엔  
홈페이지: www.cafedegamoyon.com 


글 TAN 사진 Raycat

취재협조 오사카관광국 osaka-info.jp/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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