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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Aug 21. 2018

쿠킹클래스 부터 야시장까지,
방콕 여행 즐기기

방콕이 점점 넓어지는 것인지, 우리가 아는 방콕이 너무 작았던 것인지, 뜨는 명소들이 많았다.
역시 방콕! 모든 것이 좋았다. 
방콕의 서쪽, 클롱 방 루앙의 여유로운 오후
방콕의 서쪽, 클롱 방 루앙의 여유로운 오후


직접 만들어 보는 태국 음식
아미타 타이 쿠킹 클래스 Amita Thai Cooking Class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소한 마당이 펼쳐졌다. 어릴 적 여름방학을 맞아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웃음이 인자한 할머니가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자신을 탐(Tam)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오늘 우리에게 태국 음식을 알려 줄 선생님이자 이 공간의 마스터였다. 방콕 한복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한 공간에는 그녀만의 세계가 가득했다. 


패션디자이너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탐 여사


모든 참가자가 모여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탐과 함께 그녀의 정원을 거닐었다. 이곳에서는 태국 음식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들이 자라고 있었다. 탐은 잎이나 열매를 뜯어 낸 뒤 맛보라며 건네주고는 했다. 여러 재료들이 하나의 요리에서 어떤 조화를 이루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태국 요리의 기본을 배우는 것으로 쿠킹 클래스를 시작한 셈이다.



수업은 주방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되었다. 탐은 코코넛밀크를 만들어 냈다. 태국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재료라는 말을 덧붙였다. 솜땀과 커리, 태국 스타일로 양념을 한 꼬치구이 요리를 차례로 선보였다. 능숙하면서도 느린 손놀림과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시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었다. 탐의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우리의 눈빛은 흡사 어미 새를 바라보는 아기 새들과도 같았다. 


생애 첫 태국요리 도전에 성공!
돌아가서 레시피대로 하면 이 맛이 날까


탐의 시범이 끝났다. 이제는 아기 새들의 차례. 탐이 선보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여태껏 잘 받아 맛본 것은 탐의 설명과 함께 이미 뱃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어떻게 만드는 거야?” 옆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러나 실전은 냉정했다. 우리는 각자 기억하고 있는 레시피를 토대로 요리를 하나씩 완성했다. 재료 선택은 성공, 그러나 넣는 순서에는 각각 차이가 있었다. 쿠킹 클래스는 이날 만든 모든 음식을 한자리에 두고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탐이 만들어 주었던 것보다는 덜했지만. 누가 더 잘 만들었고, 아니냐는 중요치 않았다. 탐의 세심한 배려와 태국 음식의 매력에 푹 빠졌을 뿐. 


주소: 162/17 Soi Wutthakat 14 Wutthakat Road, Talad Plu Thonburi, Bangkok

전화: +66 2 466 8966

요금: 1인 3,000B  

홈페이지: www.amitathaicooking.com(예약 필수)




예술가가 사는 마을
끌롱 방 루앙 예술가 마을 Khlong Bang Luang Artist Village


관광객을 싣고 방 루앙 수로를 달리는 긴 꼬리 보트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니. 이렇게 낭만적인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끌롱 방 루앙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순전히 ‘예술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바닥에 알록달록한 표시가 바로 예술가들에게로 향하는 비밀 코드. 형형색색의 점을 따라 들어가니 수로와 수상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방콕의 구석구석을 잇는 수로의 한 축이 예술가들의 일상을 꿰뚫고 있었다.


수로를 따라 상점이 이어졌다. 방콕과 끌롱 방 루앙을 담아 낸 그림, 섬세하게 채색한 목각 인형 등등을 늘어놓은 진열대에 연이어 발목을 붙잡혔다. 인자한 미소의 상인은 마을 예술가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심사숙고를 거친 끝에 목걸이 두어 세트와 이곳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옷을 건졌다. 기둥 옆에 보트를 대고 연신 꼬치를 구워대는 아주머니의 “하나 맛보라”는 유혹도 이겨 내고 얻어 낸 성과였다.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켰다. 앞서 끌롱 방 루앙의 중심지, ‘반 실라핀 아트하우스(Baan Silapin Art House)’에서 2시부터 전통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수상가옥 사이를 잇는 다리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을 찾은 거의 모든 이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듯했다.



무대에서는 이미 공연이 한창이었다. 이 또한 마을 예술가들, 인근 예술대학의 학생들이 무료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화려한 의상과 그에 걸맞은 가면을 쓴 배우, 그리고 인형 하나가 이날 공연의 주인공이었다. 둘은 무대를 이리저리 누비며 티격태격 다투기도, 귀엽게 콩트를 펼치기도 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객석으로 뛰어들어 자연스레 녹아드는 건 예사. 당당히 금품(?)을 요구하며 팁을 받아 내기도 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수익금 전액은 전통 예술을 보존하는 일에 사용된단다. 이들의 열정 어린 공연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고, 우리의 엉덩이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공연 덕분에 한적한 수로 마을이 명소로 바뀌었다. 연기자들이 한 몸처럼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전통 인형극

주소: 315 Wat Tong Sala Ngam Alley, Soi Phet Kasem Rd, Pa Si Charoen, 28 Phet Kasem, Khwaeng Nong Khaem, Khet Nong Khaem, Bangkok

오픈: 10:00~18:00

요금: 매일 오후 2시부터 인형극 공연, 무료. 

단, 외부 공연 일정이 있으면 진행하지 않음(비정기적)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
탈라드 노이 커뮤니티 Talad Noi Community



골목은 좁고 복잡했다. 낡은 건물이 불규칙하게 늘어섰다. 유난히 깔끔한 벽화 옆으로는 언제 그렸는지 모를 벽화가 얼굴에 검댕을 묻힌 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치된 채 오랜 시간을 외롭게 보냈을 차량 주변으로는 잡초가 자라나고 있었다. 


탈라드 노이에 있는 중국식 저택. 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당 수영장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습이 진행 중이라 놀랐다


탈라드 노이는 평범했다. 지극히 평범해서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서낭당처럼 수십 조각의 천을 내걸어 둔 나무도, 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공구나 줄지어 선 오토바이도, 테라스 난간에서 바람 따라 흩날리는 빨래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낡은 기둥에 얼기설기 덧댄 목재가 묘하게 어우러진 어떤 건물은 10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품었단다.



차이나타운이 멀지 않아서였는지 중국풍의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시장을 지날 때면 중국의 어느 뒷골목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따금 등장하는 강변의 화려한 빛은 우리가 서 있는 이 공간과는 대조적인 매력을 선사했다. 시큰둥했던 걸음을 늦추고 카메라를 들었다. 이 복잡다단한 골목에서 목적지도, 방향도 없이 거닐었다. 해가 저문 후에야 탈라드 노이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주소: 952 Charoen Krung Rd, Samphanthawong, Khet Samphanthawong, Krung Thep Maha Nakhon 10100 (Loftel 22 Hostel에서 진입)




가장 세련된 만물상 
롯파이 야시장 Rod Fai Night Market


롯파이 야시장에는 새것보다 좋은 중고품, 앤티크 소품을 파는 복고풍 가게들이 블록별로, 테마별로 정돈되어 있었다


비가 내렸다. 낮 동안 펄펄 끓었던 아스팔트를 식혀 줄 단비였다. 아케이드에 들어가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아케이드 한 쪽을 점령한 펍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가기로 했다. 장르도, 음색도 각기 다른 가수들이 방콕의 밤을 한없이 감성으로 적시고 있었다. ‘더블플레이’라는 이름의 작은 펍은 다른 곳보다 손님이 적었다. 화려하지 않았던 탓일까. 잠시 우리의 아지트가 되어 주기에는 충분했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았던 U비어는 방콕의 밤만큼이나 청량했다. 


펍 더블 플레이. 롯파이 야시장 초입의 아케이드에서 음악을 안주로 맥주 한잔


맥주를 다 비워 낼 때 즈음에서야 비가 잦아들었다. 이 정도는 맞아도 된다며 길을 나섰다. 아케이드의 끝은 롯파이 야시장으로 이어졌다. 날씨 탓인지 문을 열어 둔 노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야시장을 향한 우리의 열정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싸고 질 좋은’ 옷과 한국 아이돌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인기였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상점과 인테리어 소품 앞에서는 한참 서성일 수밖에. 장사는 접어 둔 채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이 밤이 그냥 지나 버리는 게 못내 아쉬웠나 보다.


야시장의 재미는 먹거리. 롯파이 야시장의 먹거리 노점 규모는 압도적이다


하이라이트는 먹거리. 태국 고유의 음식은 물론, 빵과 쿠키, 과일, 해산물 구이 등이 끝없이 이어졌다. 어딜 가나 사람이 넘쳐났고, 빈 테이블 하나 찾기도 쉽지 않았다. 겨우 찾은 가게에서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솜땀과 팟타이를 주문했다. 무심한 표정의 주인장이 뚝딱 만들어 낸 요리에 묻어난 여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주소: Khwaeng Nong Bon, Khet Prawet, Krung Thep Maha Nakhon 10250

오픈: 목~일요일 17:00~01:00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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