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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Oct 16. 2018

가을 여행 떠나기 좋은
군산의 추천 스팟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근대 문화 여행

금강과 주변 낮은 키의 건물들이 군산의 넓고 푸른 하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여기에 근대문화의 향수가 곁들여져 군산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끌어 당긴다. 
올 가을엔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군산의 시간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저층 건물이 많아 군산의 하늘은 유독 넓게 느껴진다


시간이 가진 힘


120년 전의 군산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전북의 작은 도시이지만 군산은 백제시대 이래로 오랜 기간 물류유통의 중심역할을 하며 국제항구로 이름을 날렸다. 북으로 금강, 남으로 만경강 사이에 자리 잡고, 서쪽으로 바다에 접한 지형 덕분이다.


1899년 5월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군산항을 개항했고, 해안 일대에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하고,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구역도 설치했다. 하지만 결국 일본제국주의의 필요에 종속돼 왜곡된 성장을 겪기도 했다. 당시 식민지 수탈로 몰락한 충청, 전라, 경상도의 농민들이 새로운 삶터를 찾아 군산으로 모여들었고,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 자신의 생존권과 동포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군산항쟁관, 근대역사박물관 등이 그 시대의 역사를 여전히 대변하고 있다. 


카페, 공방들 젊은 감각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일본과 밀접했던 지역이라 일본의 색이 묻어난 것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도로만 해도 1899년 개항 이후 군산항 인근지역의 낮은 평지에 계획 도로가 만들어졌는데 격자형의 가로망 도로가 들어섰다. 상가와 주택의 경우 일본식 건축물의 기본형태인 장옥(나가야)으로 만들어졌는데, 한 건물에 2~6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연립가옥의 형태다.


군산여행의 인증 샷 장소로 유명한 히로쓰가옥


또 장옥보다 독립된 주거공간의 확보를 많이 하고자 하는 중류층의 사택 또는 관상 등의 형태인 정옥(마찌야)도 있었다. 특히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은 전통 일본식 목조가옥으로 군산 여행의 필수 목적지로 자리 잡았고, 잘 가꿔놓은 정원과 일본 특유의 색채가 묻어나 인증 샷 촬영에도 딱이다.


만화캐릭터를 활용해 군산의벽을 채웠다


군산을 가득 채운 1930년대의 근대 문화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군산은 옛 시대를 간직하며, 지금의 시대를 품은 관광지로 거듭났다. 격자형의 도로는 연인과 하루 종일 걸으며 곳곳을 탐방하고 싶게끔 만든다. 천천히 거닐다보면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가옥), 동국사,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 등을 만날 수 있고, 골목에는 젊은이들의 감성이 담긴 숍과 카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마주하는 군산의 다채로운 매력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늦추게 만드는데, 군산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운동화를 꺼내들자. 




가슴 한 편이 무거워지는 공간


군산은 어딜 가더라도 곳곳에 근대문화의 낭만이 짙게 배어있다. 그렇지만 때때로 마음 한 편을 무겁게 만드는 공간도 더러 있다. 역사, 문화적으로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국사가 유독 그렇다. 동국사는 1909년 일제강점기에 일본 승려 우치다가 지은 금강선사에서 출발한다.


우치다는 1913년 군산 지역 대농장주 등 9명의 신도에게 시주를 받아 지금의 자리에 대웅전을 신축했다. 대웅전은 건축 자재를 일본에서 가져와 지었으며, 우리나라의 사찰과 달리 승려들의 거처인 요사와 복도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동국사는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정에 몰수됐다가 1947년 불하받아 사찰 기능을 재개했고, 1955년 불교 전북 종무원에서 인수해 김남곡 스님이 ‘우리나라 절이다’는 뜻으로 동국사로 등기를 냈다. 지금의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며, 특히 동국사 대웅전은 2003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녀상 손목의 형형색색 팔찌들


이런 역사를 가진 동국사에 특별함을 더해 주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참사문비다. 일본 불교의 종단인 조동종 소속 승려들이 일제의 만행과 침략이 이뤄지기 전에 조선에 포교 활동을 펼치며 일본 불교가 황국 신민화 교육에 앞장선 것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참사문을 음각한 비석이다.


이 비석은 2012년 9월16일에 동국사 경내에 세워져 많은 이들이 일본의 그릇된 야욕을 돌이켜보게끔 한다. 참사문비 앞으로는 군산 평화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군산 시민과 여행자들은 소녀들이 받았을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목걸이와 팔찌를 채워주며 우리 또한 그 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동국사 뒤편 대나무 숲


동국사의 대웅전


동국사는 이런 역사, 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동국사 뒤편으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데, 맹종죽 계열의 일본산 대나무를 가져다 심어 조성한 곳이다. 쭉쭉 뻗어 있는 대나무 숲을 걷다보면 머리는 맑아지고, 군산이 견뎌온 시간도 생각하게 된다. 동국사를 둘러본 후 이 대나무 숲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면 군산여행을 곱씹어볼 수 있다.



21C와 만난 1900년대


금강과 맞닿은 곳에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가 있다. 군산시가 조성한 이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는 조선은행, 일본제18은행, 군산세관 등 근대건축물 5개동을 보수해 새로운 근대역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장소다. 오밀조밀 서로 밀접해 있는 이 장소들은 시대를 간직한 근사한 공간이자, 군산의 역사로 가득 채워진 박물관이다.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만 둘러보더라도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경험할 수 있을 정도다.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유럽식 건축물 군산세관


그 시작은 군사세관이다. 군산세관은 1908년에 지어졌고, 당시 전하는 말에 따르면 불란서 혹은 독일 사람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해 건축했다고. 서양 고전주의 건축물의 전형인 이곳은 현재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변에 한국식 건물들만 있어 이 유럽식 건축물은 도드라지고, 보고 있자니 1908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앞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처다


바로 옆에는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한 근대역사 박물관이 있는데, 지역박물관으로서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국제무역항으로서 군산의 유물과 자료를 시대 순으로 정리했고, 이를 통해 군산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박물관 앞은 광장이 조성돼 있어 주말에는 종종 지역 주민들의 공연이 펼쳐져 한가로운 휴일에 흥을 더해준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했다면 예술로 마음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발걸음을 살짝 옮기면 장미갤러리가 맞이한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용도는 확인할 수 없지만 1945년 광복 이후에 위락시설로 사용됐다. 지금은 체험학습과 예술전시 공간으로 활용돼 군산 시민들의 예술적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


근대미술관


또 한 칸 자리를 옮기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는 등 식민지 지배를 위해 설립한 금융기관인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과 조선은행 군산점이 있다. 전자는 원래의 용도와 다르게 흰 외벽이 예술적으로 느껴지는데 2008년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후자는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건축물로 현재는 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은 군함등 각종 군 장비가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마지막으로 군산 내항의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공원 내 뜬다리에서 두 가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물이 빠진 갯벌과 물이 가득한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데 탁 트인 시야와, 덩그러니 정박해 있는 배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레일바이크


또 공원 주변으로 다양한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나란히 있어 허기를 달래주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일바이크 ‘시간 여행 꼬마 열차’도 탈 수 있다. 타는 사람이 수동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앙증맞은 열차와 색색의 바람개비가 한데 어울려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군산 근대문화투어 Plus+


군산시간여행을 관통하는 재미는 아날로그다. 요즘 시대에 웬만한 것들은 자동화되고, 디지털로 만들어져 빈 구석이 없다. 그렇지만 군산 여행은 옛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는데 초원사진관도 마찬가지다.


초원 사진관 옆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카페가 있다


그 시 절을 추억하기 위해 다시 지은 초원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장으로 유명한 이곳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철거됐지만 이곳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해 시에서 복원했다. 필름 카메라와 오래된 TV, 사진관 옆 구식 자동차가 1990년대로 우리를 이끄는 것만 같다.


째보식당의 모둠해산물장


사진관 근처에는 영화 제목을 딴 카페, 정갈한 소고기 무국 백반과 전복, 게, 새우 등을 간장에 담근 모둠 해산물장 등 먹거리도 푸짐하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웹투어 [전라도권 명품여행「2박3일」]


글·사진=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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