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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16. 2018

캐나다의 여행 종합선물세트,
노섬버랜드 카운티II

Canada Story #7

캠핑을 떠나요, 프레스퀼 주립공원으로


무더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우리 가족은 노섬버랜드 카운티를 다시 한 번 찾았다.

프레스퀼 주립공원에서 즐긴 캠핑 이야기와 30번 국도 위에서 만난 다채로운 풍경들을 소개한다.


프레스퀼 주립공원의 비치
프레스퀼 주립공원 캠핑장의 아침 전경


고요한 매력, 프레스퀼 주립공원 


프레스퀼(Presqu’ile)은 반도(Peninsula)라는 뜻의 프랑스 단어다. 톰볼로(Tombolo)의 산물인 프레스퀼 주립공원은 모래가 쌓이며 석회암 섬과 본토가 연결되어 탄생하게 되었다. 널빤지가 길게 깔린 습지 트레일에서는 털부처꽃(Purple Loosestrife), 부들(Cattail)과 같은 습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이어 등장하는 오솔길을 걷다 특이한 나무를 보곤 잠시 멈춰 섰다. 말을 닮았다고 해서 말 나무(Horse Tree)라는 별칭을 가졌단다. 나무가 자랄 때 줄기가 부러져, 곁가지가 대신 줄기가 되어 버린 나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올라탔던지, 표면이 반들반들했다. ‘나무 등에 올라 사진을 찍는 것은 좋으나, 나무껍질은 벗기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서야 슬며시 나무 등에 올라탔다. 으쌰!


1km 길이의 습지 트레일
말 나무(Horse Tree)


자욱한 안개, 청명한 아침


봄과 가을, 프레스퀼을 둘러싼 호숫가에는 안개가 잦다. 안개가 짙어 등대가 무용할 때는 포그 호른(Fog Horn)이라는 거대한 나팔을 불어 매분마다 6초씩 경고음을 냈다고 한다. 괜스레 안갯속 요란한 뿔 나팔소리가 메아리치는 듯하다. 등대 자료관(Lighthouse Interpretive Centre)에서 포그 호른의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뭐가 보이니?’ 등대 자료관(Lighthouse Interpretive Centre) 앞뜰 전경
(사진 좌) 등대 자료관 내부 (사진 우) Fog Station에 있었던 Fog Horn의 모습.


프레스퀼의 아침은 유독 부산스러웠다. 우선 한밤중 몰려든 모기를 쫓기 위해 장작에 불을 지폈다. 따스한 온기에 습한 기운이 사라지니 곧장 커피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고요한 공기, 은은한 커피 향을 잠시나마 음미했다. 


사실 어젯밤 사이, 요란하게 한바탕 비가 내렸다. 잠을 설쳤는지, 해가 중천인데도 아내와 아이들은 전기요 위에서 단잠에 빠져있다. 우리 가족에게 전기요가 캠핑의 필수 장비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잠에서 깬 아이들이 샤워장으로 향하며 이곳의 샤워시설이 집보다 낫다고 칭찬을 한다. 원터치에 물이 콸콸 나오고, 깨끗하고 더군다나 공짜다. 아침이 지나고, 낮이 되면 야영객들은 도시락을 싸 들고 해변으로 향한다.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낮의 열기에 모래사장이 따끈히 데워졌다. 발가락 사이를 따뜻한 모래 알갱이들이 간지럽힌다.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세어 나올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다.


휙 떠나버린 주말 로드 트립


프레스퀼 캠핑장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해스팅스(Hastings)까지, 로드 트립을 떠났다. 북쪽으로 20분쯤 달리다 보니, 왼편에 코드링턴 파머스 마켓(Codrington Farmers Market)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일요일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라니. 낯섦에 이끌려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눈에 봐도 싱싱한 마늘, 채소, 사과, 빵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손바닥만한 시골 장터에 로컬 가수의 공연 까지 있을 건 다 있다. 흥겨운 마켓 분위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코드링턴 파머스 마켓(Codrington Farmers Market) 전경
땅땅해 보이는 더넷 과수원(Dunnett Orchards)의 사과


Dunnett Orchards

주소: 143 Dundas St, Brighton

홈페이지: www.dunnettorchards.com



캐나다의 버물리


‘벌레 물린 곳(Bug Bite)’이라는 문구가 내 눈을 확 잡아끌었다. 전날 와이너리에서 벌에 물린 곳이 붓고 가려워 걱정이 폭풍처럼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홀리 가든(Hawley Garden)의 주인 ‘수(Sue)'는 ’질경이 팅크제(Plantain Weed)'를 나에게 추천해 줬다. 질경이는 생명이 질기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이 질경이를 사용해 상처를 아물게 하고, 열을 내리게 하고, 벌, 모기 등에 다양한 물렸을 때 다양하게 사용한단다. 심지어 뱀에 물렸을 때도 효능이 좋다고 한다. 벌에 물린 곳에 살포시 뿌려보니 정확히 7일이 지나고서, 상처가 사라졌다. 말끔하게! 


홀리 가든(Hawley Gardens)에서 만든 Bug Bite Liniment(벌레 물린 데 뿌리는 약)


Hawley Gardens

주소: 38 Dallison’s Lane, Brighton

오픈: 화요일 10:00~18:00 


파머스 마켓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누렇게 익어가는 콩 밭과 원통형 건초 더미(Bale)들을 지나쳤다. 그렇게 10분쯤 달리니, 오른 편에 마이어스버그 벼룩시장(Meyerburg Flea Market)이 등장했다. 빈티지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설시장이다. 병, CD, 비디오, 테이프, 낡은 바이올린, 말안장 등등. 100년 이상 된 물건도 수두룩하다. 앤티크의 가치를 알아보는 재능이 있다면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Meyersburg Flea Market & Antique

오픈: 매주 토요일, 일요일 10:00~17:00


마이어스버그 벼룩 시장(Meyersburg Flea Market & Antiques) 풍경


다리도 출렁, 마음도 출렁


30번 국도를 타고 또다시 5분 정도 올라가면 페리스 주립공원이 등장한다. 트렌트 강(Trent River)이 공원을 휘돌아 흐르며 래니 폭포(Renny Falls)와 래니 협곡(Ranney Gorge)을 만들어냈다. 그 협곡 사이에는 출렁이는 레니 협곡 출렁다리(Ranney Gorge Suspension Bridge)가 놓여있다. 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래니 폭포 상류에 만들어진 댐 옆으로 수로가 나있다. 트렌트-세번 수로(Trent-Severn Waterway)의 11번, 12번 갑문이다. 록 게이트의 문짝이 양쪽으로 열리니, 그 사이로 보트 한 대가 유유히 흘러든다. 퀸테 만(Bay of Quinte)에서 조지안 베이(Georgian Bay)를 잇는 수로의 길이는 386km이고 총 36개의 갑문이 있다. 그 중 피터보로(Peterborough)의 유압식 리프트 갑문(Hydraulic Lock)과 마린 레일웨이(The Big Chute Marine Railway)는 압권이다.  


래니 협곡 출렁다리(Ranney Gorge Suspension Bridge)
트렌트-세번 수로(Trent-Severn Waterway)의 11번/12번 갑문(Lock)이 열리고 있다.


Ferris Provincial Park

홈페이지: www.friendsofferris.ca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동전


페리스 주립공원(Ferris PP)에서 차로 5분, 북쪽을 향해 드라이브하면 캠벨포드(Cambellford)가 등장한다.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투니(Toonie)가 세워져 있다. 투니는 캐나다 2달러 동전을 뜻한다. 2001년에 만들어진 거대 투니 동상의 높이는 무려 8.2m, 지름은 5.5m을 이룬다. 이 지역 금속 세공사인 스티브 레든(Steve Redden)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만든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단다.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캐나다 2달러 Toonie 동전


달콤한 유혹, 초콜릿


캠벨포드를 찾는 여행객들은 반드시 이곳을 들린다. 바로 초콜릿 아웃렛이다. 아웃렛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부는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일단 이곳은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초입에 놓여있는 민트 멜트어웨이(Mint meltaways)와 캐러멜 월(Caramel Whirl)까지,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비닐 백에 들어 있는 초콜릿이 너무나도 저렴했던 탓이다. 한 박스에 $9.99, 비록 깨진 초콜릿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양도 얼마나 많은지, 지인들에게 나눠주고도 무려 한 달을 넘게 먹고 있다.   


월즈 파이니스트 초콜릿(World’s Finest Chocolate) 아웃렛 스토어 

World’s Finest Chocolate Outlet Store

주소: 103 Second Street, Campbellford

오픈: 월~토 9:00~17:30, 일~월요일, 공휴일 10:00~16:30



와인이 절로 생각나는, 치즈


엠파이어 치즈 팩토리(Empire Cheese Factory)는 1876년에 세워졌다. 팩토리 숍 안에 놓여있는 다양한 상패와 상장이 이곳의 맛을 보증한다. 치즈를 한 입 맛봤다. 부담스럽지 않고 순한 맛이 짙게 퍼진다. 개방형 통(Open style vats)에서 전통 방식으로 치즈를 만들기 때문에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엠파이어 치즈 Empire Cheese

주소: 1120 County Rd 8, Campbellford

홈페이지: www.empirecheese.ca



온타리오에서 유일한 해스팅스 피싱브릿지
Hastings Fishing Bridge


30번 국도를 따라나섰던 ‘로드 트립’의 마지막 여행지는 해스팅스(Hastings)였다. 온타리오에서 유일하게 피싱브릿지(낚시가 가능한 다리)가 있는 곳이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피커렐(Pickerel), 메기(Catfish), 배스(Bass) 같은 것들이다. 특히 피커렐은 온타리오 주의 주요 야생 어종이면서 이곳을 찾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스팅스(Hastings) 트렌트 강(Trent River)의 마리나 전경
해스팅스 파이시즈 공원(Hastings Pisces Park) 내에 있는 물고기 조각 ‘파이시즈 피트(Pisces Pete)’


이곳에는 트렌트-세번 수로(Trent-Severn Waterway) 18번째 갑문(Lock)이 위치한다. 록 스테이션(Lock station)이 있다는 이야기는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아이스크림 하나 물며 쉬었다 가기에도 제격이다. 피싱브릿지 초입엔 ‘반조스 그릴(Banjo’s Grill)’이라는 패밀리 식당이 위치한다. 다닥다닥 앉아야 30~40명이 앉을 수 있는 좁은 식당이지만 20년 경력의 주방장 크리스틴(Christine)이 만든 버거와 핫 샌드위치는 상당한 맛이다. 강 건너 맞은편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식당, ‘) 맥길리카페이즈(McGillicafeys)’가 위치한다. 트렌트 강을 볼 수 있는 파티오와 실내에는 라이브 공연을 위한 작은 상설 무대도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콘셉트의 두 식당 오너가 같은 사람이라니. 분명 열정이 많은 주인장일 테다. 혹은 욕심이 많든가.  


Banjo’s Grill  식당
라이브 상설 무대가 있는 McGillicafey’s 식당
버섯, 시금치, 치킨, 치즈를 넣은 베이크 치킨 테트라지니(Baked Chicken Tetrazzini)


Banjo’s Grill 

주소: 3 Bridge Street South, Hastings

홈페이지: www.banjosgrill.com



글 ㆍ사진 이종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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