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 Story #9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맛과 예술’이라 하면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가 대표적이다.
황금 들녘과 와인의 고장인 이곳에서 주색(酒色)에 빠지기 좋은 명소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주(酒)는 와인을, 색(色)은 예술을 뜻한다.
신비의 호수
레이크 온 더 마운틴 Lake on the Mountain
산 위에 있는 호수, 이름 한 번 참 특이하다.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이 떠오르기도 한다. ‘레이크 온 더 마운틴’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과거 모학(Mohawk) 원주민들은 이 호수를 오노케노가(Onokenoga), 즉 신들의 호수라고 불렀다고 한다. 깊은 호수 속에 정령이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년 봄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제물을 바쳤다. 다른 일각에서는 호수 바닥에 지하통로가 있어 멀리 있는 수원(Water Sourse)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물줄기 하나 없는 산 정상에 이렇게 넓은 호수가 생겼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37m에 달하는 깊이의 호수 밑바닥에서 샘물처럼 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물의 원천은 해결되었지만, 이토록 거대한 호수가 어찌 형성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여기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돌리네(Doline)라는 것이다. 돌리네란 석회암 지대에서 탄산칼슘이 물에 녹으며 표면층의 붕괴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술을 만든다
암스토롱 유리공예실 Armstrong Glassworks
토요일 아침, 웰링턴 파머스 마켓(Wellington Farmers Market)은 무척 붐빈다. 2 에비뉴(2 Avenue) 길가에는 ‘핸드 블론 유리공예품(Hand Blown Glass Arts)’을 만드는 암스트롱 유리공예실(Armstrong Glassworks)이 위치해 있다.
섭씨 1200도가 넘는 유리 가마 앞에서 주인장 ‘마크 암스트롱’씨는‘골드 베일 페이퍼웨이트(Gold Veil Paperweight)’를 만들고 있었다. 페이퍼웨이트는 책이나 종이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크 암스토롱’씨가 직접 디자인한 페이퍼 웨이트는 가까이서 보면 아래는 보라색을, 위는 투명한 색을 띄고 있다. 신기함에 과정을 유심히 관찰해봤다. 블로우 파이프 앞부분에 짙은 색유리를 먼저 찍어내고, 다음에는 투명한 유리를 감싼다. 입으로 불어 버블을 만들고, 그 위 23K 금 잎 혹은 은 잎을 얹어낸다. 한 번 더 유리로 감싼 뒤 블로잉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넋이 나가곤 한다. 책상에 두어 마땅할 물품인데, 전시장에 두어야 할 것만 같다. 갤러리에는 장식품, 화병, 그릇 등 유리 공예품들도 가득하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준비물은 두둑한 지갑이다.
암스토롱 유리공예실 Armstrong Glassworks
주소: 326 Second Avenue, Wellington
홈페이지: www.armstrongglassworks.com
아내와 함께, 도메인 다리우스 Domaine Darios
‘도메인 다리우스’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이곳을 방문하면 와인 테이스팅 룸보다 예쁜 정원에 도취되곤 한다. 나무, 꽃, 돌, 연못, 상하이에서 가지고 왔다는 도자기들, 눈에 띄는 빨간색 프렌치 문까지. 이 모든 정원 인테리어는 주인장 데이브(Dave)와 조니(Joni)의 솜씨다.
언덕을 파서 만든 지하에는 와인 저장고가 위치해 있다. 그 위로는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집을 지어 놨다. 도메인 다리우스 와이너리의 저장고는 그리 크지 않다. 약 1만2,000병, 소량의 와인만 생산하며 고품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생산량의 절반은 1~3년 뒤 와인을 받아볼 수 있는 선판매(Pre Sale)로, 나머지 절반은 브루어리 내 위치한 테이스팅 룸에서 직접 판매를 한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우선 3가지 와인을 골라 시음을 해보기로 했다. 포트 스타일 와인, 헤이븐(Haven)과 화이트 퀴베(White Cuvee) 그리고 레드 퀴베(Red Cuvee). 와인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브랜디를 섞는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에서 인기 있는 와인이다. 도메인 다리우스의 전통 포트 방식으로 만드는 ‘헤이븐’은 24~25정도 당도를 가진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다. 알코올 도수를 20%까지 올리기 위해 발효 중인 와인에 알코올을 첨가한다. 그럼 알코올로 인해 발효가 멈추고, 당도가 보존된다고 한다. 1~2년 정도 오크통 숙성을 거치면 입안에서 착 감기는 달콤한 ‘헤이븐’이 완성된다. ‘레드 퀴베’는 총 5가지 와인을 섞은 것으로 다른 레드 와인에 비해 떨떠름한 맛이 적고 우아한 맛이 일품이다. 와인을 실컷 홀짝이고 있는 나에게 주인장 조니가 조언을 줬다. “레드 와인은 타닌이 강하기 때문에 테이스팅 할 때 가장 나중에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도메인 다리우스 Domaine Darius
주소: 1316 Wilson Road, Bloomfield
오픈: 매일 10:00~18:00
라틴 음식과의 조화
켄테 와이너리 Keint He Winery
도메인 다리우스 와이너리가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탁 트인 주변 풍광이 매력적이다. 켄테 와이너리는 풍부한 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떼루아르 기반(Terrior based)의 버건디 와인(Burgundy wine)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오너인 브라이언 로저스(Bryan Rogers)가 자신 있게 내놓은 와인은 2014 포티지 샤르도네(Portage Chardonnay)다. 테이스팅 룸 밖에는 라틴 음식을 판매하는 야외 포장마차가 마련되어 있었다. 달콤 매콤한 맛이 일품인 도네어 타코(Donair Tacos)와 2014 포티지 샤르도네의 페어링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라틴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포장마차는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한다.
켄테 와이너리 Keint He Winery
주소: 49 Hubbs Creek Road, Wellington
홈페이지: www.keint-he.ca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의 문화 중심지
픽톤 Picton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를 꼽으라면 단연 ‘픽톤 거리’다. 1918년 11월2일, 오픈한 리전트 극장(Regent Theatre)은 온타리오주에서 몇 없는 아르 데코(Art deco) 양식의 공연장이다. 이곳에서는 현재까지도 오케스트라 공연, 뮤지컬, 라이브 콘서트, 영화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몇 발자국만 옮기면 아이스크림 가게, 슬리커스(Slickers)가 등장한다. 옐로 페이지(Yellow Page)에서 선정한 ‘캐나다 아이스크림 가게 Top15'에 랭크된 가게로 항상 손님이 붐비곤 한다. 슬리커스는 블룸필드(Bloomefield)와 픽톤(Picton)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서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면 일명 ‘피맥’을 즐길 수 있는 ‘555’펍이 등장한다. 상당히 독특한 이 펍의 이름은 1884년 픽톤에서 있었던 ‘레이지어(Lazier) 살인재판’과 관련이 있다. 홉(Hops)을 판 대금 555달러를 훔치기 위해 존스(Jones)의 집에 침입한 두 사람은 피터 레이지어(Peter Lazier)를 총으로 죽인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로버트 샤프(Robert Sharpe)는 군중 심리에 떠밀려 사형된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 사건은 후에 연극으로도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2017년 5월에 오픈한 555 브루어리의 메뉴에서는 판사(The Judge), 배심원(The Jury), 발자국(Footprint) IPA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의 맥주가 총 16종이나 있다. 이태리 화덕에서 구워지는 피자는 총 8종이다. 가장 추천하는 맥주는 독일식 라거인 ‘판사’다.
555브루어 555 Brewing Co.
주소: 124 Picton Main St.
홈페이지: www.555beer.com
24시간이 모자라
샌드뱅크스 주립공원 Sandbanks Provincial Park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크리에이션 장소라면 당연 ‘샌드뱅크스 주립공원’이다. 샌드뱅크스는 바람에 의해 해변의 모래가 내륙으로 날아오며 형성된 모래 언덕지역이다. 총 3개의 해변, 4개의 캠프장, 6개의 트레일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샌드뱅크스 뮤직 페스티벌(Sandbanks Music Festival)’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입구로부터 약 2.5km 정도 이동하니 오른 편에 원형극장이 등장한다. 무대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고, 푸드 트럭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원형 극장(Amphitheatre) 뒤편에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아웃렛 비치(Outlet Beach)가 3km에 걸쳐 펼쳐진다. ‘아웃렛 리버 브릿지(Outlet River Bridge)’를 넘으면 캠프장이 펼쳐진다. 사실 이런 곳에 몇 시간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이날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갔지만, 다음번에는 꼭 3박4일 캠핑을 결심했다.
버거 말고 원주민 음식 어때
잭슨 폴스 컨트리 인 Jackson’ Falls Country Inn
현재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잭슨 폴스 컨트리 인’은 1870년대 당시 교육기관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인지 내부 인테리어에서 교실 분위기가 물씬 감돌았다. 낡은 의자와 책상, 초록빛 칠판까지. 한구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옆쪽으로 나란히 그림 한 점이 걸려있다. 오너인 ‘리 루이스(Lee Lewis)’ 본인의 자화상이란다. 미닫이문의 유리창에는 인디언 전통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치유의 바퀴(Medicine wheel)’라고 불리는 이 문양은 ‘다르지만 하나’라는 뜻을 상징한다고 한다. 빨간색은 본인을, 검은색은 흑인을, 노랑은 황인을, 하얀색은 백인을 뜻한다. 이 모든 색이 한 바퀴 안에서 공평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한참 동안의 구경을 마치고 메뉴판을 넘겨보니 상당수 원주민 전통 요리가 포함되어 있다. 주방장인 ‘리’의 할아버지가 늘 드시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뚱딴지 수프(Sunchoke Soup)’는 살짝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감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바이스 타르타르(Bison Tartare)’는 우리나라의 육회와 비슷하다. 원주민 전통 소스라는 ‘블루베리 머스타드(Blueberry mustard)’를 뛰긴 빵에 발라 먹어봤는데 그 맛이 대단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구운 오리 가슴살 요리(Seared Duck Breast)’를 주문했다. 오디와 사스카툰 베리를 살짝 곁들이니 환상적인 식사였다.
글ㆍ사진 이종상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