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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타이완 가오슝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팟 3

by 트래비 매거진
가오슝에는 나풀나풀 낭만이 떠다닌다.
눈을 뜨면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들어온다.
도시가 품은 운하의 이름마저도 사랑이라는 뜻의 ‘아이허(愛河)’다.


01.jpg?type=w1200 가오슝은 포토제닉한 공간이 넘친다. 보얼예술특구에 있는 설치작품


콩당콩당 나풀나풀 가오슝


가오슝 주잉(左營)역에 내려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춤을 추고 있었다. 불과 1시간 30분 전 타이완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온통 먹구름이었는데, 역시 ‘남부의 수도’ 가오슝이다. 화사하고 화창했다. 사람들은 조금 느리게 걷고 있었다. 가만히 있던 심장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01-1.jpg?type=w1200 보얼예술특구라는 이름은 배를 대던 제2부두라는 뜻이다. 배가 정박해 있는 부두


가오슝에는 나풀나풀 낭만이 떠다닌다. 눈을 뜨면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들어온다. 도시가 품은 운하의 이름마저도 사랑이라는 뜻의 ‘아이허(愛河)’이다. 타이완 최대 항구도시, 가오슝. 인구 277만명으로,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도시다. 어쩐지 우리의 부산과 닮은 데가 많다. 항구 도시의 아련한 역사도 품고 있다. 그 위에 더해진 알록달록한 예술가의 손길은 가오슝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가오슝에서는 카메라 셔터가 쉴 새가 없다. 보얼예술지구를 비롯해 다동예술문화센터,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등 ‘인스타그래머블 사이트’가 가득하다. 스마트폰 저장 공간이 꽉 차는 건 시간문제다. 특별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진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우육면과 씹는 재미가 있는 버블티는 기본. 타이완 3대 야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리우허 야시장(六合夜市)까지 돌아보면, 가오슝에 왜 이제 왔나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단 2시간 30분이면 닿는데 말이다.




사찰도 시대를 입는다
불타기념관


가오슝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여행지가 많다. 가오슝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인 불타기념관(佛陀紀念館)도 그중 한 곳이다. 2012년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여행자가 늘어, 2018년 이후에는 하루 2만명이 넘는 여행자가 불타기념관을 방문한다. 부처님을 모시는 곳이지만, 불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방문자 70% 이상이 종교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이다.


03.jpg?type=w1200 테마파크 같은 불타기념관. 8개의 탑 안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분위기도 고즈넉한 우리나라 사찰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축제 때는 하늘에 화려한 불꽃도 쏘아 올리고 최신 트렌드인 빅 데이터 강의가 열리기도 한다. 백일잔치는 물론 결혼식, 은혼식도 갖는다. 부처님의 일생을 4D로 감상할 수 있는 극장도 있다. 탄탄한 네트워크와 최신 기술로 무장한 불교 테마파크라고나 할까. 가오슝에서 약 30km 떨어져 있음에도 불타기념관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05.jpg?type=w1200 불타기념관에서는 불교 관련 미술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불타기념관에 들어서면 ‘예경대청(禮敬大聽)’이 여행자를 맞는다. 입구에 사자와 코끼리 상이 지키고 서 있다. 예경대청 입구에 들어서자 눈을 의심했다.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찰에 스타벅스라, 안 될 것도 없지.’ 예경대청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면 양쪽으로 뻗은 8개의 거대한 탑과 중앙에 놓인 넓은 길이 나타난다. 중국 전통 양식으로 지은 탑으로, 각기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 이중 놓치지 말아야 할 탑이 육도탑(六度塔)으로, 불타기념관을 세운 성운대사의 말씀을 만날 수 있다.


04.jpg?type=w1200 예경대청 근처에 설치된 등. 돼지해를 맞아 돼지 그림이 유독 많이 보인다


성운대사는 1967년 불광사를 설립해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타이완에서 존경받는 스님이다. 육도탑에서는 단 한 번의 획으로 쓴 일필자 서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성운대사의 말씀을 탁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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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놓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보는 이를 압도하는 불광대불이 가까이 느껴진다. 불광대불은 구리 1,872톤으로 만든 좌불상으로 높이가 48m에 달한다. 마치 중생들을 굽어보듯 내려다보고 있다. 앞에 서면 저절로 손이 모아진다. 불상 아래에는 불교 관련 유물과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성운대사의 ‘생활 속에 예술이 없으면 안 된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이다’라는 신념에 따라, 본관은 불교 미술품이 가득하다.


06.jpg?type=w1200 부처님의 이야기를 보여 주는 전시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불타기념관의 음식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그중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차원이 다른 채식음식을 낸다. 모양은 채식이 아니지만, 원재료는 100% 채식이다. 버섯과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을 낸다고나 할까. 사찰은 고즈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이어, 채식은 심심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순간이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거대한 불타기념관이 헌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입장료가 따로 없고 영어 무료 가이드 투어도 받을 수 있다.

주소: 高雄市大樹區統嶺里統嶺路1號
전화: +886 7 656 3033
홈페이지: www.fgsbmc.org.tw
영어 가이드 투어 신청(매일 50분씩 진행) goo.gl/forms/HZxfhx59GH




가오슝의 핫플레이스
보얼예술특구


불타기념관과 함께 가오슝을 대표하는 여행지는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다. 매년 400만명 이상 이곳을 찾는다니, 여행자에게 보얼예술특구는 가오슝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일 정도다. 낡은 창고 건물에는 재미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옛 창고에는 작품들이 여유 있게 전시되어 있다. 창고로 변신한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시린 바다가 마음을 탁 트여 준다. 딱딱한 공업도시에서 알록달록한 예술도시로, 보얼예술특구는 도시의 이미지까지 바꿔 놓았다.


07.jpg?type=w1200 북적북적 평일에도 보얼예술특구를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노동자를 상징하는 조형물


08.jpg?type=w1200 찰랑이는 물과 어우러져 있는 보얼예술특구


보얼예술특구가 만들어진 사연을 들어 보자. 1894년 개항한 가오슝항은 한때 세계 3위에 오를 정도로 컨테이너 처리량이 많았던 항구였다. 그러나 중국의 항구들이 약진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물건이 가득 차던 창고도 텅텅 비었다. 옛 영광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창고만이 덩그렁 남게 됐다.

버려진 공간에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은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녹슨 컨테이너는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하고, 옛 항구도시의 모습을 담은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물류창고 건물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내부 공간만 손을 봤다. 이름도 그렇다. 보얼예술특구가 자리한 곳은 가오슝항 제2부두 3도크로, 보얼(駁二)이라는 이름도 배를 대던(駁) 제2(二) 부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09.jpg?type=w1200 바나나 부두 앞에는 바나나를 어깨에 지고 있는 노동자 조형물이 서 있다


10.jpg?type=w1200 보얼예술특구 안에는 갤러리와 함께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


가오슝시는 예술가들이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작공간도 마련했다. 갤러리와 각종 공방, 서점 등 시간이 갈수록 즐길 거리가 더해졌다. 바나나를 쌓아 두었던 바나나 부두부터 가오슝 노동자를 상징하는 조형물, 앙증맞은 꼬마 기차까지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훌쩍 날아가고 없다.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져 드넓은 항구가 더 북적인다.


주소: 高雄市鹽埕區大勇路1號
전화: +886 7 521 4899
홈페이지: pier-2.khcc.gov.tw




새로운 랜드마크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다동예술문화센터와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는 보얼예술특구만큼이나 포토제닉한 공간이다. 먼저 다동예술문화센터(大東文化藝術中心)는 공연장과 전시관, 도서관으로 활용되는 문화공간으로, 열기구처럼 생긴 건축물이 독특하다.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도록 광장을 가운데 두고 네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열기구처럼 생긴 동그란 통 위는 하늘을 향해 터져 있어, 빛이 그대로 들어온다. 빛을 쫓으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다. 건축물을 보러 왔다가 예술과 어우러져 가는 가오슝 사람들의 평화로움을 만났다.


12.jpg?type=w1200 2018년 10월 문을 연 초대형 국립극장,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衛武營國家藝術文化中心)는 다동예술문화센터만큼이나 특이한 모습을 한 예술센터다. 2018년 10월 타이완 남부에 세워진 초대형 국립극장으로, 가오슝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13.jpg?type=w1200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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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리사이트홀, 플레이하우스 등 네 개의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거대한 공연장이 하나의 지붕으로 연결되어 있다. 밖에서 보면 가오리와 같은 거대한 물고기처럼 느껴지지만, 디자인을 맡은 네덜란드 회사 메카노는 주변에 있는 반얀트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9,194개의 파이프로 만든 파이프오르간을 비롯해, 훌륭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옆에 자리한 자연생태공원 웨이우잉 도시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가오슝에서 가장 큰 자연생태공원으로, 공원 곳곳에서 타이치를 하는 주민들을 볼 수 있다. 1950년대 군사훈련센터였던 캠프가 자리하던 땅으로, 한동안 버려져 있었다. 가오슝시가 개발을 시작하면서, 인기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11.jpg?type=w1200 다동예술문화센터는 열기구를 모티브로 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건너편에 자리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다. 거리 예술가들이 낡은 아파트 단지를 작품으로 바꿔 놓았다. 걸음 닿는 곳마다 가오슝의 역사를 나타내는 그림부터 새와 물고기 등 자연생태계를 담은 벽화가 황홀하게 펼쳐진다. 타이완 현지 예술가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스트리트 예술가들의 손길을 감상하다 보면, 상상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14.jpg?type=w1200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벽화 덕분에 예술 마을로 변신했다


다동예술문화센터
주소: 高雄市鳳山區光遠路161號
전화: +886 7 743 0011
홈페이지: dadongcenter.khcc.gov.tw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전화: +886 7 262 6666
홈페이지: www.npac-weiwuying.org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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