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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Feb 03. 2020

2만원짜리 새 가방의 효용

트래비 매거지 2월호 EDITOR΄S LETTER

설 연휴까지 보내고 나니 2020년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느낌입니다. 변변한 계획 하나 잡지 못하고 2월을 맞이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나태에 빠진 ‘무늬만’ 여행자를 억지로 끌어낸 것은 1여 년 전 <트래비>가 주최했던 여행 프로젝트 ‘삼확행(세 가지 확실한 행복)’의 캠핑 동행자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다시 만나 인천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모닥불 피웠던 밤, 놓고 있었던 여행에 대한 갈망이 서서히 데워지더군요. 

여행 준비의 시작은 ‘지름질’ 아니겠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캠핑용 소품 정리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그 많은 포켓들에 ‘무엇을 넣을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들떴습니다. 구상이 끝나자 어서 그 가방을 써 보고 싶어졌죠. 새해 계획도 그래야 했던 겁니다. ‘한 해’라는 트렁크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는데, 칸칸이 나눠 생각해보니 맞춤한 ‘거리’들이 떠오릅니다.  

1~2월 동안 진행되는 트래비아카데미의 첫 과제 주제가 ‘가방’이었습니다. 가방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다양한 감정들을 적어 주셨죠. 여행자들답게 가방을 패션 소품으로 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들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글 하나는 ‘가방에는 나의 24시간이 담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필수품’이라고 이름 붙은 그것들이 실상, 우리 일상의 축소판이었던 셈입니다.

매달 새로 받는 <트래비>의 배면표도 거대한 트렁크입니다. 편집실의 한 달이 차곡차곡 담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야쿠츠크의 이야기는 정말 여행 욕구를 활활 지피더군요. 느린 여행을 하기엔 인도와 미얀마가 좋을 것 같고, 다채로운 대한민국답게 강원도 예술여행, 제주 미식여행, 전북 생태여행도 취향대로 담았습니다.  

누군가 우연히 제 가방을 들여다보고, ‘이 사람 참 퍽퍽하게 살았네’ 하지는 말아야겠죠. 여행이라는 낭만 하나쯤은 담아야겠습니다. 올해는 꼭 아이슬란드에 가겠다는 후배의 가방 속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가방엔 무엇이 담겨 있으신가요?




Contents  
February 2020  vol.336



Travel + Vie
12 editor’s letter
14 gracias
18 calendar 2월 여행 달력
20 editor’s choice 여행을 유혹하는 영화
21 editor’s choice 지구를 생각하는 비행



80 Special Story 
Myanmar  이토록 매혹적인 미얀마 
세 번째 찾은 미얀마는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양곤에서 명상을 하고, 바간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또 한 번 확신했다. 인레 호수의 낭만적인 수상 코티지와 부티크 숍에 들른 뒤 미처 알지 못했던 미얀마 커피와 와인을 맛보는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됐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숨은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다.



22 India 한 발자국 느리게, 인도 북동부
시간의 틈에서 여유가 새어나오는 곳. 인도 북동부의 속도에 맞춰 한 발자국 느리게 여행했다.   



34 Russia 이상하고 추운 낙원, 야쿠츠크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이상하고 따뜻한 경험들은 영원히 냉동보관 될 듯. 



72 전라북도 솔티숲과 운곡습지 에코투어
외래종일 수밖에 없는 여행자가 생태적으로 지역을 여행하는 방법. 보타닉원정대 1기가 되어 배웠다. 



94 Poland 연한 밤들의 축제, 폴란드
폴란드의 겨울은 빛에 너무나 야박했지만 밤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축제였다. 



106 Vietnam 바다의 숲에서 노닐다, 하롱베이
하롱베이를 여행하는 법은 단순했다. ‘바다의 숲’에 둘러싸여 크루즈의 여유를 누리기만 하면 충분했다.



112 Japan 도쿄와 후쿠오카를 가득 담은 날
발길이 닿는 대로 도쿄에서는 캐리어를, 후쿠오카에서는 배를 채웠다. 올해의 시작이 든든하다. 


48 interview 나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법
화장품 대기업의 마케터였던 방멘은 퇴사 후 독립출판사를 차렸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서다.



52 gallery 대추야자, 커피 한 잔
서로 다르기에 어울렸던 카타르의 순간들. 사막과 바다, 연인, 대추야자와 커피 한 잔 같은 사이.



58 Seoul 시간의 골짜기 원서동·계동
북적이는 삼청동에서 한 걸음만 비껴나면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시골, 시간의 골짜기 이야기. 

62 taste 제천 맛여행 두 시간
약령시로 유명한 제천이 선보이는 가스트로 투어. 맛있는 것이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  



64 Jeju 당신이 모르는 제주의 맛
제주에서는 모든 음식들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진다. 제주만의 특별한 맛을 한곳에 가득 모아 봤다.

70 feature 여행을 풍성하게 만든 최초의 기록
캐리어, 면세점, 저비용항공사 등은 언제,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 ‘최초’의 여행 기록들을 찾아 떠난다.



78 art 강원도 예술 여행 
강원도의 산, 바다, 땅 그리고 사람. 이 모든 기세를 모아 예술로 승화한 강원도의 ‘예술적인’ 힘. 


Besides
16 campaign 당신이 꿈꾸는 희망여행은?
44 aircraft 손뼉 칠 때 떠나기
46 island 그래도 아직은 섬이다
120 dining 색다른 변신을 꾀하다, 보쌈
122 news 컬처·북
124 travelship <트래비>만의 뉴스 읽기
126 health 쾌면이 절실한 때
128 gift 정기구독자 선물
129 traviest <트래비> 2020년 1월호 리뷰
130 talk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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