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의 고소함을 면으로 즐기다
메밀밭에 가시리
보통 메밀 하면 강원도를 떠올리지만, 사실 국내 메밀 최대 생산지는 제주도다. 그래서일까. 봄, 가을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메밀꽃을 만날 수 있다. 팝콘이 터지듯 피어있는 메밀꽃은 많은 이들의 추억에 담긴다. 하지만 추억으로 꽃만 남길 수는 없는 법. 국내 최대 생산지의 메밀 맛은 어떨까? 그 답은 ‘메밀밭에 가시리’에서 찾을 수 있다.
가시리에 위치한 ‘메밀밭에 가시리’는 제주산 순 메밀 100%로 면을 만든다. 보통 메밀 100%의 면은 쫄깃함이 떨어져 생산이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메밀밭 가시리’는 자가제면 기술로 메밀 100%의 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여 어느 메뉴를 주문하여도 메밀의 고소하고 슴슴한 맛을 기본으로 한다.
그 중 유독 고소함이 폭발하는 메뉴가 있다. 메밀 들기름면이다. 풍미 가득 들기름에, 고소함을 머금은 메밀면, 들깻가루의 조합은 극강의 고소함을 안겨준다. 메밀 들기름면이 느끼해질 때쯤 메밀 부추전을 주문해 보자. 메밀 부추전은 메밀가루 베이스에 잘게 썬 부추로 만들어진 전이다. 자칫 맛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마지막에 느껴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메밀 맛이 자꾸만 젓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메밀밭에가시리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 423
전화 : 0507-1330-0480
제주 바다의 건강함을 담다
한림 칼국수
보말은 고둥의 제주 방언으로, 제주에서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보말을 즐긴다. 내장을 같이 갈아서 보말 죽으로 만들어 먹거나, 비빔국수의 고명으로도 보말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보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칼국수이다. 쫄깃한 칼국수 면과 더욱더 쫄깃한 보말의 콜라보는 식감부터 맛까지, 백 퍼센트의 궁합을 이룬다.
보말 칼국수로 제주에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 있다. 바로 한림 칼국수이다. 한림 포구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한림 칼국수는 유명세에 맞춰 제주 곳곳에 분점이 생겼다. 그 말은 제주 전역에서 한림 칼국수의 보말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는 말씀!
그렇다면 왜 보말 칼국수일까? 정답은 국물과 식감에 있다. 시판 면이 아닌 직접 반죽하고 숙성한 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국수 면발의 쫄깃함이 뛰어나다. 게다가 시원한 맛을 품은 매생이와,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의 보말이 녹아난 국물은 한입 먹는 순간 진국임을 느낄 수 있다. 한림 칼국수에서 보말 칼국수만큼이나 인기 있는 메뉴라면, 보말 매생이 전을 꼽을 수 있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보말이 쫄깃함이 자꾸만 입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한림칼국수 제주본점
주소 :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41
전화 : 070-8900-3339
신선한 회와 함께 비빔국수를
해녀촌
제주에서 고기 국수만큼 유명한 면 요리라면, 회국수가 있다. 제주에서 잡히는 싱싱한 횟거리와 아삭거리는 야채가 어우러지는 회국수는, 매콤달콤한 맛으로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제주 곳곳에 있는 회국수 식당 중에서 원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회국수 집이 있다. 동복리에 위치한 해녀촌이다.
함덕과 김녕 사이 작은 마을 동복리, 그곳에 회국수 맛집 해녀촌이 있다. 해녀촌 옆 촌촌 해녀촌도 같이 운영되는 가게라고 하니, 아무 곳을 들어가도 맛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원조 회국수 맛집의 맛은 어떻게 다를까. 처음 마주하였을 때 비주얼은 다른 회국수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욕을 자극하는 빨간 고추장 양념에, 야채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횟거리, 그리고 씹는 맛이 있는 중면까지. 하지만 맛깔나게 버무려 한입 넣는 순간 다름이 느껴진다. 자극적으로 매콤할 것 같은 양념에서는 고소한 맛이 느껴지고, 회를 씹는 내내 싱싱함이 느껴진다. 후루룩 국물이 필요하다면 성게 국수가 딱이다. 성게의 고소함으로 가득 찬 국물은 비린내 없이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해녀촌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33
전화 : 064-783-5438
고기 국수의 새로운 맛을 남기다
한면가
고기 국수는 돼지고기와 뼈를 푹 삶아 만들어진 베지근한 국물이 베이스를 이루는 국수로, 제주의 대표 향토 음식이다. 대표 음식인 만큼 제주에는 유명한 고기 국수 맛집이 많은데, 그중 베지근한 국물이 아닌 깔끔한 국물 맛으로 고기 국수의 품격을 높인 국숫집이 있다. 조천읍 선흘리에 한면가가 그 주인공이다.
돼지 뼈만을 사용해 푹 고아 낸 고기 국수의 국물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기존의 고기 국수와는 차별화되는 맛이다. 마치 진한 사골국물을 연상케 한다. 면발 역시 다르다. 일반 고기 국숫집보다 두꺼운 면을 사용하는데, 국물이 충분히 면을 감싸 돌아 굶은 면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
고기 국수의 국물에 취하다 보면, 이 집의 돔베고기 맛이 궁금해진다. 한면가의 돔베고기는 흑돼지 앞다리살로 만들어지는데, 차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 본연의 맛을 충분히 끌어올린 돔베 고기는 잡내 없이 쫀득한 식감과, 진한 육향으로 잡내 없는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제주한면가
주소 : 제주 제주시 조천읍 북선로 373
전화 : 064-782-3358
글·사진 정영은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