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글쓰기연습 89

by 프라하

지난주에는 하루에 경사와 애사를 모두 연락받았다.

반나절 동안 2가지 소식이 동시에 답지한 것은 처음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재작년 TF를 같이 했던 직원이 시끌벅적하게 결혼 소식을 전하러 왔다.

청첩장과 선물로 전병 한 박스를 전해 주고 갔다. TF 같이 할 때 그렇게 사람들에게 잘하고, 일 잘하던 타입이어서 다들 업무 역량에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친구였다. 유난히 보고서를 잘 쓰고, 선배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고 마무리가 깔끔했었다. 드디어 짝을 찾았나 보구나 하면서 다행이다 싶었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은 하고 결혼을 생각하는 추세라 결혼 적령기가 좀 늦어지는 편이라, 결혼한다는 생각까지는 들진 않았었다.


" 5월에 결혼한데요. 작년만 해도 남자친구 있다는 소리 안 했는데, 벌써 결혼한다네요. "

옆자리 동료가 '참 좋은 때다..'라는 말을 하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설명을 덧붙였다.


몇몇 팀원들이 까르르까르르 하면서 드레스는 어떻게 하고,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 지를 묻고는 활짝 핀 웃음꽃에 시끌벅적했다. 도서관 같던 한 낮 사무실이 금방 먹자골목 마냥 시끌벅적해졌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해요. 실컷 자랑해요.." 하면서 한껏 즐거운 웃음을 남발했다.


그러다 조금 지났는데, 고등학교 동창들의 단톡방에 띵동 하고 팝업 메시지가 떴다.

'어, 뭐지? ' 하고 들어가 봤더니, 동창 녀석의 부고였다.

몇 년 전까지 은행 지점장 하는 녀석이었는데, 점 점 차오르는 나이에 사무실 차고 나와서 투자 회사를 막 들어가 많이 바쁘던 녀석이었다.


장인의 부고였다.

'아.. 환절기는 환절기 구나. ' 하며 얼마 전 대학동창의 장모 부고 소식이 머릿속에 겹쳤다.

'이제 본격적 부고의 시즌이겠구나. 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준비해야 하나'

작년에 투자회사 만든다고 무척 바쁘다고 식사 한번 하자는 제안도 나중으로 미뤘었는데, 이제는 얼굴 좀 볼 수 있겠네. 유난히 믿음 생활을 열심히 해서 유명 교회의 장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던 녀석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이런.. 하루에 경사와 애사를 동시에 연락받다니..'

갑자기 이렇게 뭔 일이 발생하지?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 양면 같은 것으로 우리 주변에 항상 같이 존재하는 일상다반사고 이벤트다.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나의 고뿔이 남의 중병보다 더 크게 와닿기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왜 나한테만 불행한 일이 닥쳐오지? '라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장례식장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고를 전하고 있다. 우리 삶에 덕지덕지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갯벌 진흙처럼 희와 락만 찾아오지 않는다. 위기 다음에 기회라는 말도 있고, 새옹지마라는 고사 성어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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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받은 전병을 하나 꺼내 물고,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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