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101
예전에는 현금 많이 들고 다니면 부자라고 생각했다.
지갑에 만 원짜리, 아니 오만 원짜리 여러 장은 넣고 다녀야 심정적으로 든든하고 좀 있어 보이고는 했다.
그런데, 요즘은..?
주말에 시간 날 때 동네 목욕탕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하곤 한다. 장모님이 운영하는 목욕탕 일을 도와드리고는 한다. 카운터에서 돈을 받는 알바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만난다.
역시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신경 써서 결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찰을 유심히 한다.
아무래도 동네 목욕탕이다 보니,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단골손님으로 많이 찾아온다. 월 회원들도 10여 명이 되어 매일 같이 집안에 샤워실 드나들듯이 방문하여 바둑, 장기도 두고, 휴게실에서 낮잠 늘어지게 자기도 한다.
카운터를 보면서 벌어지는 현상 중 특이한 것은 연세 들수록 현금 5만 원짜리 많이 들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설 명절과 가까운 시기라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거나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설 명절 지나고도 한참 동안에도 5만 원짜리 지폐를 내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왜냐면, 5만 원 지폐에 목욕료 1만 원을 제외한 4만 원은 현금으로 거슬러 줘야 하는데, 우선 번거롭다. 또한 너무 많으면 시재가 커져서 1만 원짜리가 살짝 부족할 수도 있어서다.
나는 지갑 안 들고 다닌 지 한 참되었다. 이제는 삼성페이 때문에 거의 지갑이 필요 없다. 더불어 현금이 거의 사용하지도 않고, 갖고 다니지 않는다. 매일 들고 다니는 지갑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어서다.
왜 그렇게 5만 원짜리를 많이 들고 다닐까? 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나이가 많은 분들은 신용카드를 잘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워낙 현금으로 해결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기 때문에 신용카드 대신으로 현금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디 가서 거스름돈으로 나머지 만 원짜리를 거슬러 받기 손쉬운 장소라서 그렇다.
자식들이나 금융권에서 5만 원짜리를 받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디지털 경제에 익숙지 않은 경험으로 손에 잡히는 현금을 선호한다.
하지만, 5만 원짜리를 많이 갖고 다닌다고 그들을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금액의 지폐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그들의 자산이 많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생각해 볼수록 취약 계층일수록 지갑 속에 훨씬 더 현금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게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역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