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98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커피숍이 많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온 동네가 커피숍이고, 모든 배달 상점이 치킨집이다.
동네에서 조금의 공간만 생기면, 어? 여기 없어졌네? 하기가 무섭게 커피숍이 들어온다.
이런 곳에다가 커피숍을 차려도 장사가 잘 될까? 하는 의구심 연발 공간까지 치고 들어와 1인 커피숍을 내고 무인 주문 기기들 들여놓고 커피를 팔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커피를 마시게 된 걸까?
한 때는 KT에서 퇴직 프로그램으로 치킨 대학을 운영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진위를 떠나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치킨집 운영을 가르쳤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적이고, 다른 옵션이 없기 때문이리라...
창업 지원 전문가 의견은 그럴듯하다.
동네에 그렇게 많은 치킨집이 있지만, 내가 치킨집을 할 때는 '이렇게 많은데 되겠어?라고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면 안 된다. 그 틈바구니를 뚫고 빛나는 성공을 꼭 거둘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라고 가르친다.
잘 못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엔 이미 차려진 치킨집, 커피숍 등 소규모 자영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창업하시는 분들께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나의 잠정적 결론은 이렇다.
이미 창업하신 분들께 폐가 될 수 있지만, 나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내가 특별한 기술이 있는가? 도배, 타일, 전파사라고 부르는 만능 수리 전문가로서 가게를 내야 하나?
무슨 대단한 전략을 수립한다고, 시장 수요나 통행인구 조사를 해야 하나? 그냥 편하게 카페나 해보지 뭐..'
'무인기 설치하고, 저기 옆 카페보다 조금 저렴하게 해서 차리고, 좋은 원두 공급처만 잘 잡고, 아주 친절하게 해서 단골 확보 많이 하면, 꽤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창업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해야 할 것은 다 해야 한다.
'멸치도 오장육부가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해야 할 프로세스는 다 해야 하고,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네에 작은 커피숍을 낸다고 해보자.
기존 창업 프로세스를 안 할까? 사업 등록부터 가게 인테리어 등 갖춰야 할 것은 모두 해야 한다.
가게 인테리어, 포스, CCTV, 카드 가맹점 등록, 원두 공급선 확보, 재고 관리, 커피 머신 구매 등 등.
가맹비 내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다 해준다고 하지만, 내가 할 줄 알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엊그제 동네 아이스크림 무인 할인점을 갔었다. 살만한 아이스크림을 다 사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손잡이에 "Coffee xxx"이라고 가게 변경 전 커피숍 브랜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 브랜드만 딱 봐도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는 상황이었다.
기억상으론 그곳이 작년에 "Coffee xxx" 였다가 망하고, 어떤 사장님이 공간이 나오니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얼른 차리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고자 예전 인테리어를 그대로 쓴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작년 초에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 하러 왔다가 쓸쓸히 혼자 앉아 있던 사장님이 생각났다.
그 사장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름 꽤 투자금을 넣었을 텐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하는 기억이 스쳐갔다.
우리의 실패는 이런 식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기 위한, 나아지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한 나름의 계획과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서 다른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사장님이나 동네에서 사라져 간 모든 커피숍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져 갈 것이 너무도 뻔히 보이는데, 대출받아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 또 뛰어들어서 하는 이야기다.
물론, 나도 창업의 경험이 없다.
또한, 창업을 한다고 해도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성공시켜야 할지 아이디어가 없다. 있다면 벌써 해서 성공시켰겠지.
말로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상정으로 최소한 출근길 발 디딜 틈 없는 신도림역 2호선 지하철 열차 칸처럼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곳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성공 가능성을 좀 더 높여 놓고, 그것도 아니면, 실패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고, 나아갈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늘도 동네를 '산책'하면서 커피숍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