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처음 소설에 반하게 된 것은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 1권을 집어 들고 나서이다.
청소년기에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심각하게 자아에 대해서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글의 매력을 느꼈던 것은 그때로 기억한다.
인간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의 형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필, 에세이, 단편소설, 장편소설, 시, 노래가사, 시조, 한시 등.
갑자기 국어 시간이 생각난다.
그중 으뜸은 장편소설과 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가장 조직적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가장 함축적으로 생각을 표현한 글의 형식이 아닌가 한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주인공의 입을 빌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염상진의 입을 통해 조정래 선생은 친일분자들의 행적을 낱낱이 파헤쳐
우리가 어떤 시대를 겪어 냈는지를 토해내고,
고을불의 입을 빌어 김진명 작가는 우리 선조들의 삶을 잊지 말고 새기며 살아갈 것을 설파한다.
또 다른 이유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행동에 다수의 명분을 모아서 내건다)
나태주 시인은 재밌는 시구절들을 세상에 내어 놓으며, 자신의 관점을 대중에게 공유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취미활동을 왜 하는가? 즐거워서 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 창작활동, 고차원적 자아 충족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쉽게 이야기하면 재미다.
게임을 왜 하는가?
즐거워서 이다.
요리를 왜 하는가?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이다.
글은 왜 쓰는가?
내 생각을 표출시키고, 그로 인해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땀을 흘리는 농구선수들의 그것과,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의 붓놀림과 같은 이치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즐겁다. 문장을 이리저리 궁리하고 쓰고 지우고, 이렇게 정리하고,
저렇게 다른 단어로 나만이 느꼈던 색다른 어감으로 표현하는 게 즐겁다.
다만, 그것을 좀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공감을 얻고 싶고
더 나아가 작품을 만들어서 공감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왜 글을 쓰는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면 골똘히 목적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서 적어야 하기 때문에, 정리를 안 하려도 안 할 수 없다.
왜 글을 쓰는가?
내 쥐꼬리만 한 지식의 자랑.
쥐꼬리를 좀 더 쥐꼬리 답지 않게 용꼬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끼리나 말꼬리 정도로는 보이게 하고 싶은 인지 상정의 발로이다.
왜 글을 쓰는가?
소통을 하고 싶어서.
생각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는 태도이고, 이를 통한 전진의 과정이다.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 그 과정을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왜 글을 쓰는가?
있어 보인다.
사상을 글로 구성해서 올리면 지식인처럼 보이고, 만물의 이치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
'있어빌리티'라는 단어가 있다. 있어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다.
왜 글을 쓰는가?
꼬마였을 때부터 단편적인 기쁨이었던 것을 이제야 정리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옆에 있어 항상 친근한 음악을 들려줬던 라디오 디제이처럼 종이와 펜이 거기에 있었다.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적고 있는 모니터에 비친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