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의 힘
강아지 쫑이는 산책을 나가야만 볼일을 본다. 이 때문에 아내와 내가 매번 산책을 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 작은 푸들 녀석은 작은 일이건 큰일 이건 외부로 나아가 탁 트인 공간이 있어야 긴장감이 풀리고, 볼일 볼 상황이 만들어지나 보다.
재밌는 것은 녀석이 볼일 볼 때마다 꼭 곁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람으로 치면 "아빠, 나 여기서 일 봐도 되나? " 하고 말하는 느낌으로 눈을 마주치고는 볼일을 본다.
꼭 그 눈길이 사람 같아서 참 재밌다.
옆 테이블의 손님이나 지나가는 행인을 잘 못 쳐다봐서 시비가 붙어서 큰 싸움까지 이어진 신문 기사를 종종보곤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쳐다봤는데, 그 눈길을 받는 사람은 흘겨본다거나 째려본다거나 하는 느낌이어서 싸움까지 이어진 것이리라.
나도 종종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무심코 거기 이미 앉아 있는 사람들과 눈길이 마주칠 적이 있다.
그 대상이 약간 터프한 남성들이라면.. 나도 모르게 무심코 "어? 이 인간이 왜 째려보지? " 하다가도
" 아.. 그냥 눈길이 마주친 거지? ㅎㅎ" 하면서 지나간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수십만 년 전부터 생존이라는 문제가 제일 중요했다.
소리에 민감하고, 도망가기 편한 차림을 선호하고, 사냥하는 푸른 풀밭을 선호하는 등의 본능적인 것들이 다 거기서 왔다.
그러한 본능들이 지속되어 우리 몸속에 저장되어 있을 진데,
어느 새로운 사람이 나의 Boundary에 들어올라 치면, 내 생존 본능 회로는 그 빛을 발하며 째려보고,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유래된 악수도 그렇지 않은가? 총이 없어야 내가 살 수 있으니 매번 확인할 밖에..
그 반대도 있다.
연인들의 꿀 뚝뚝 떨어지는 눈길은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기도 하고, 오그라 들기도 하고 그렇다.
그들의 눈길은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아, 사랑해" 라며 강렬한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를 긍정의 힘으로 끌어주며, 무한 신뢰의 메시지를 그 눈길에 담아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눈길 한 번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고, 많은 일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꼭 손동작이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눈길의 힘이다.
누군가는 에너지가 그 눈길을 통해 전달된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텔레파시라고도 한다.
나는 그저 눈길의 힘이 이 무한한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참 대단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넘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자, 메시지, 이메일, SNS등 넘치는 메시지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메시지들이 긍정적인 눈길 한 번만 할까?
코로나의 시대를 지난 우리는, 조금만 이상을 느끼면 매번 복면을 하고 만나고, 대화 자제를 강요받고, 직접적인 눈길을 나누기 어려운 시대에 있다. 고개를 스마트폰에 떨군 채,
엘리베이터에서, 식당에서, 곳곳에서 우리는 입을 막고, 눈으로만 대화해야 하는 시간 속에 있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가려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로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충분히 의사 전달이 된 것이다.
부디 길 가다가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급적 긍정적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눈길로 바라보기를..
그리고,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는 따뜻한 눈길을 한번 전달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