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61

볕 좋은 날 - 하나

by 프라하

볕 좋은 날..


오랫만에 추위가 물러가고 햇볕이 따뜻한 오후다. 가족들과 나들이하기 좋은 주말의 화사한 날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강아지 산책에 바쁘고, 비둘기와 까마귀들은 행여나 떨어져 있을 먹을 거리 찾느라 줄줄이 앉아 있다.


문득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폐기물 번호가 떡 하니 붙은 안마의자.

그리고 사람 앉는 곳에 씨익 하고 웃으며 고고히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형.


순간 안도현 시인의 싯구절이 떠 올랐다.


" 안마의자 함부로 버리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쉼을 준 적이 있느냐? " 로 패러디 되는 구절.


처음 백화점에서 배송되어 왔을 때 가족들의 환호성으로 시작된 생활.

아빠는 여기 앉아 TV를 보며 퇴근 후의 피곤을 안마로 달랬을 것이고,

엄마는 청소하다 잠시 휴식을 위해서 앉았다가 잠들었을 것이며,

아이는 강아지와 같이 앉아 간식을 먹어가며 재롱을 피웠을 것이다.


결국엔 결국엔 양말과 속옷 빨래 걸이로 전락하다 못해 가족회의로 밖에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혼자는 외로워 강아지도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인형을 앉혀 마지막 가는 길을 심심치 않게 했을 것이다.


볕은 여전히 따뜻하고, 인형은 안마기 위에서 살포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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