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73

내 머리 속에 꼰대가 살고 있다.

by 프라하

나이 50이 넘다보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반복적인 일이라면,

어떤 루틴을 정해서 그대로 행하게 된다.

웬만한 변수가 아니면 거의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그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퇴근해서 오피스텔 원룸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연다. (나는 환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가습기에 신성한 물을 갈아 넣는다. (한 동안 날씨가 추워서 창문을 오래 열어 둘 수가 없어서 가습기 물을 갈아 넣는 동안에만 열어 놓는다)

그리고, 전기포트에 수돗물을 채워 수증기가 오를때까지 끓인다. (중간에 빈 시간 동안 끓여놓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창문을 열어 놓은 채 갈아 입을 수 없으니..)

편한 옷을 입은 후 전날 싱크대에 담아놓았던 컵을 설겆이 하고 (몇 개 되지 않아 금방 하기에..)

침대의 이불을 펴고, TV 리모콘 버튼을 눌러 늦은 뉴스를 확인한다.

(특정 프로그램을 보려는게 아니고, 아무 소리 없는 빈 공간이 싫어서 )

그리곤 침대에 앉아 휴대폰과 TV를 번갈아 보며 멍하니 하루를 정리하는 척 한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의 여독이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이 루틴을 매일 똑같이 반복한다.

오피스텔 구한 지 3개월되었으니, 대략 60회 가까운 반복 생활을 해오고 있는 터나.


속으로 생각했다.

강박증인가? 물론 칸트처럼 매번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활동을 반복하진 않았지만

이걸 따라서 안 하면 어떻게 되지?

조금 다른 동작으로, 다른 루틴으로 바꾸어서 사용해 볼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징크스 같은 것을 따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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