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썼던 몇 편의 글에서 LTV(Lifetime Value : 고객생애가치)를 언급했습니다만, (게으름 탓에) 정작 LTV가 뭔지 제대로 설명은 안 하고 넘어갔던 것 같아 잠깐 짚어 볼까 합니다~.
사실 이 용어는, 들으면 개념이 딱 느낌 오는 그런 류는 아니죠. 더구나 마케터가 아니라면 LTV(는 부동산 용어(주택담보대출비율)로 더 많이 알 수도 있겠죠. 고객생애가치라는 단어도 말 자체는 어려울 것 없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은 고객보다는 제품에 비중을 두고 있기에, 보험사가 아닌 이상 '고객의 생애'를 논하기엔 좀 거창한 감이 있죠. 결국은 고객관계(CRM)가 중요하다, 결국 그런 얘기 아닌가? 싶을 듯 합니다.
저도 언젠가 마케팅 책에서 처음 봤을 땐 마찬가지였는데요. 이론적 설명보다 제가 LTV 개념을 처음 활용했을 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디지털 대행사에 있던 시절, 거의 매주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광고주 미팅을 할 때입니다. 미팅을 하다 보면 (당연하겠지만) 예산에 민감한 분들이 많죠. 지금이야 디지털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시겠지만, 당시 다들 디지털 한다니 시작은 했다만 도대체 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뭐냐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KPI가 불명확한 것은 TV 광고나 인쇄 광고나 PR도 다 마찬가지인데, 유독 디지털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댈까 억울하죠. 후에 추측해본 바로, 전통적 매체, 특히 TV 광고는 임원급의 지인분들이 광고 잘 봤다며 한 마디씩 얘기해주는데, 디지털은 그런 점이 없어서 그냥 날아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언제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런 개인적 경험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나름 고민을 해서 대응 논리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돈 문제는 결국 돈으로 설명해야 광고주도 납득을 하겠죠. 그때 떠오른 것이 'LTV'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나름 경영학 전공이라 원래 LTV 개념은 알고 있었거든요. 당시엔 앱이라는 것도 없었으니 LTV는 다소 추상적인 용어긴 했지만요..
기본적인 생각은 이랬습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브랜드 자산화(Brand Equity'를 한 것처럼 디지털 마케팅의 결과로 획득(Acquisition, 물론 당시엔 그냥 회원 가입이라 표현했지만)한 고객 가치를 자산화 해보자는 거죠. 이 고객 정보는 기존의 매체들과 달리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니까요.
해당 광고주 제품은 소비자의 처음과 마지막 사용 연령이 대략 정해져 있었고(위생용품임), 이를 토대로 얼만큼의 자산 가치가 있을지 계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공식이었죠.
1. 우리가 보유한 DB의 연령에 따라 각 고객별 생애 이용 기간. (A)
2. 1회 구매 당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 x 연간 구매 횟수 (B)
3. 보유 DB의 활성화 정도 (C%)
4. 경쟁사 제품과의 교차 사용 비율 (D%)
지금 생각해보면 훨씬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를 토대로 AxBxCxD를 하게 되면 우리가 보유한 DB의 자산 가치가 나오게 됩니다. 저는 이걸 e-Asset이라고 명명(!)했죠. 이는 클라이언트의 자산이 되며, 디지털에 투입하는 예산은 이 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로선 꽤나 황당한 시도였지만 나름 잘 먹혀들어갔습니다. 특히 임원분들에게는 디지털을 기술적 관점보다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이해 및 공감도가 높았죠. 덕분에 이 개념을 토대로 신규 광고주들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위 방법은 PR 대행사에서 홍보효과를 산출하는 개념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중계 중에 우리 회사 전광판이 몇 분간 어느 정도의 크기로 노출되었는데, 이는 해당 시간의 광고비로 따져 계산해보니.. 수십 억 정도의 가치에 해당한다.. 는 논리입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서의 홍보 효과에 대한 기사에 종종 보이죠. 쓴 돈에 대해 근거를 제공하는 작업입니다.
막연하던 LTV는 플랫폼 기업에 있어서는 이처럼 홍보나 광고 효과를 계산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식이 됩니다. 비플랫폼 기업의 경우 수익 파이프라인이 여러 곳으로 뻗어 있지만, 플랫폼 기업은 고객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즉 플랫폼)에 모든 것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단순하고, 어찌 보면 효율적인 원칙이 세워지게 되죠.
LTV 보다 CAC가 높으면 망한다..
LTV는 고객 1명이 기업에게(평생) 줄 수 있는 매출을 말합니다.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는 이 고객 1명을 획득(Acquisition) 하기 위해 써야 하는 금액인 거죠. 일반 기업 역시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을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이런 방식이 보통 시장이나 제품 단위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LTV나 CAC는 고객 단위로 접근하게 된다는 것에 차이가 있죠..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는 보통 창업멤버들의 열정을 갈아 넣거나, 투자로 연명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LTV가 CAC 보다 높다(내지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도 요원해집니다. 결국 LTV와 CAC 사이에서 LTV를 높이고, CAC를 낮추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실험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바로 '그로스 해킹'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책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아래와 같이 노출해서 추가적인 구매를 높이는 방식을 쓰게 되죠.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이런 알고리즘들은 익숙하실 겁니다.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LTV를 높이는 데에 기여를 하게 되죠.
예전에 제가 주먹구구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개념과 명칭 등이 좀 더 명확해졌는데요. 위에서의 'A'는 평균(Average Customer Lifespan), 'B'는 고객 가치(Customer Value: Average purchase value X Average purchase frequency rate)에 해당하며, A와 B를 곱해 CLV(Customer Lifetime Value)를 계산한다는 공식이 있습니다. 요즘엔 전반적으로 LTV 보다 CLV로 많이 사용하는 편이더군요.
이 외에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양한 공식들이 존재하는데요, 관련해서 상세한 설명과 계산을 위한 탬플릿을 제공하는 링크를 공유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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