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고, 사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에디터.
지난번 Issue Making에 대한 글을 쓰면서 주로 광고 얘기를 했는데.. 자칫 우리 제품을 Issue 화하려면, 멋진 광고를 찍어야 하는 건가? 싶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보완하는 글을 올립니다. Issue Making과 연결되는 글이지만, Activation을 일으키는 내용이기도 해서 제목은 구매의 조건으로 잡았구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저의 쇼핑 취향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운 좋게도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았는데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간단한 Basic 프로그램 같은 거였는데.. 요즘이야 집에 컴퓨터가 다 있고 어릴 적부터 코딩을 배운다지만, 당시엔 흔치 않은 일이었죠. 덕분인지, 학창 시절 내내 컴퓨터를 갖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올랐고, PC 잡지들을 사 모으며 혼자 상상을 하곤 했죠.
대학에 가서 드디어 컴퓨터(용산 조립 PC)를 구입했는데, 당시 학교 컴퓨터실에 있던 맥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MS DOS 기반으로 검은 바탕에 깜박이는 커서만 봐왔던 저에게, 컬러 화면에 "Hello"라고 뜨는 인사말과, 전원 버튼이 아닌 키보드로 컴퓨터를 켜고 끌 수 있다 건 정밀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이게 왜 놀라운 경험인지도 설명이 쉽지 않군요..ㅠㅠ
또 하나의 기억은,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워크맨(WALKMAN)"입니다. 일반 카세트야 더 어릴 적부터 봐왔지만, 워크맨의 디자인, 그리고 그 충격적인 슬림함을 접하고선 '마이마이'니 '아하'니 하는 것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죠. 오토리버스도 놀라운데,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기능은 어떻게 구현하는 건지 너무나 궁금해 설명서를 몇 번이나 읽어 봤던 기억이 나네요. (결론은, 소리가 비는 구간을 찾아내는 거였죠)
지금껏 노트북, 태블릿 등을 모두 애플 제품으로 깔아 놓은 것이나, 음악은 잘 듣지도 않으면서 SONY의 헤드폰을 몇 개나 사모은 것은 어린 시절 강렬한 추억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몇 년 전 아키하바라에 갔다가, 이젠 미니카세트는 어학용 저렴이들만 나와 있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니카세트는 원래 이런 건 줄 아는 세대는 90년대의 최첨단 워크맨이 오히려 아틀란티스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요?
이런 욕망들을 집약한 잡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때 출판된 적이 있는 영국의 "Stuff"죠. 화려한 그래픽과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제품에 대한 극찬들은 국내 미판매 제품까지 어떻게든 찾아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게 합니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가급적 안보는 게 좋은 잡지죠. (저는 매달 구독했지만)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의 관심은 주로 전자제품들로 향해있었지만, 각각의 취향에 따라 다른 소비 형태를 갖고 있겠죠. Stuff 이후 한동안 그런 욕망을 부추기는 콘텐츠를 접하긴 어려웠는데..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the edit'라는.. 제품 리뷰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죠.
요즘은 이곳도 다양한 콘텐츠들로 확장했지만, 초기에는 그야말로 YOLO라는 말에 걸맞은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일하다가 지겨워지니 함께 해외로 훌쩍 떠나서 그곳에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말이죠. 이들은 본인들을 에디터로 표현합니다. 아무래도 취향을 편집해서 제공하는 것이겠죠.
WALKMAN의 시대에도..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mymy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았겠지만, 두 제품을 함께 놓고 보면 격차가 현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폰과 중국 제품을 비교해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나타나질 않죠.
이제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보통 에디터라 합니다만, 전 브랜드 에디터라 부르겠습니다.
에디터가 중요해진 것은 제품의 차별성이 약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디지털 상에서 처음 접한 제품을 바로 구매 결정까지 내리도록 해야 하는 역할이 커져서입니다. 요즘은 가급적 모바일의 작은 화면 안에서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으로 공감과 구매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이런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백화점에 가면 몇 시간씩 힘든 줄 모르고 쇼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죠. 물론 공감 못하시는 남자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요즘 플랫폼 기업들은, 특히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하게 되는 쇼핑 플랫폼의 경우 이러한 에디터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켓 컬리의 경우 전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20여 명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에디터라고 알려져 있죠. 무신사 등도 패션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 PD들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제품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에디터를 확보하고 있나요? 회사 내에 인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막내들을 괴롭히지 말고, 관련된 경험이 있는 인턴의 채용, 프리랜서나 외부 전문 업체들과의 협력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고려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매력을 발굴해낼 수 있는 역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이나 글만 잘 쓰는 것은 그냥 SNS 운영할 때만 도움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