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분석보다 우리가 더 먼저 해야 할 것
마케터라면 MZ세대에 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트렌드에 대한 책들마다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 MZ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죠. 개인적으로 유행하는 것들에 대한 (또는 유행으로 몰아가는 경향) 묘한 거부감이 있어서인지 이런 접근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데이터 마케팅 시대에, 소비자는 소비자 자체로 분석해야지 왜 MZ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있죠. 자칫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왜 MZ 세대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중요해졌을까요? 얼마 전 읽던 책(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더군요.
대기업은 20대가 쓰는 서비스를 30대가 기획하고 40대가 의사 결정한다.
말로는 고객 얘기를 하지만 회의 때 고객에 대한 생각보다는
상사가 어떻게 생각할지 더 많이 고민한다.
당연히 그런 서비스는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뿐 이겠습니까? 사실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죠. 이 글을 읽으면서 '카카오뱅크'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젊은 층에서 카카오뱅크 열풍이 심상치 않자, 기존 은행에서 그 원인을 조사를 해보라 지시했다고 합니다. 특히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죠. 분석한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캐릭터가 예뻐서'... 하지만 이걸 어떻게 보고하나 난감해졌죠. 윗분들께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된 겁니다.
이런 조직 분위기 차이 탓인지, 국민은행에서 카카오뱅크 설립 시 파견 보냈던 직원들은 이후 복귀 제안을 거절하고 잔류를 택했죠.
링크된 글에도 직원들의 잔류는 워라밸을 선호하는 인식 변화를 원인으로 분석하는데요. 정말 그런 걸까요?
MZ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 MZ의 목소리가 반영이 되질 않아서입니다. 위에 30-40대가 기획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라는 내용도 언급했지만, 광고 회사에 있다 보면 고객을 위한 광고인지, 광고주를 위한 광고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오너 경영자인 경우 더 심해지죠.
예전에 포털 메인에 광고를 할 때면, 사장님이 왜 광고가 안 보이냐며 짜증을 낸다고 성화라.. 매체사에 전화해서 사정을 했던 적도 있고, IPTV 광고를 할 때면 사장님 댁 IPTV가 어느 통신사 것인지, 주로 보는 장르와 시간 대는 어떻게 되는지까지 파악했습니다. 그때 노출을 늘리기 위해서죠.
이게 어제오늘 일은 아닌지.. 전설적인 광고인 오길비도 이렇게 얘기한 바 있습니다.
광고주가 불평하고 한숨을 쉬면 회사 로고를 두 배 더 크게 하라.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회사 공장 사진을 넣어라.
아무리 해도 안 되면 광고주의 얼굴 사진을 써라!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경향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질적으로 느끼고 억지로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회사 내의 MZ를 '요즘 젊은것들...'로 치부한다면 진짜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요.
마케팅 사례에 자주 등장하는 '빙그레'의 경우도 마케팅 팀원들에게 전권을 맡긴 이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하죠. 그 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네가 회사 망치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죠. 네가 뭘 안다고.. 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실 항명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먼저 우리 조직이 변화를 잘 따라가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MZ에 대한 분석이나 요즘 마케팅 하나하나에 놀란다면, MZ가 새로운 게 아니라 내가 디지털 트렌드에 둔감해 있었다는 증거니까요.
끝으로, 이런 저의 글과는 잘 맞지 않는 내용 같습니다만, 그래도 트렌드는 알아야겠기에.. 코로나 19가 영향을 미친 세대별 미디어 소비에 대한 인포그래픽 자료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