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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Feb 03. 2021

브랜드, 이야기를 걸다.

우리가 알던 마케팅의 끝과 시작.

<브랜드 인문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목도 멋있어 보이고, 관심 가지고 있던 분야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거든요. 작가 분께 죄송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그래도 브랜드 또는 마케팅과 인문학은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을까는 계속 궁금했죠. 브런치 작가를 지원하면서 써보고 싶었던 주제도 '마케팅과 인문학'이었고요.




저 브랜드들은 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할까?


최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소비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이젠 일방 커뮤니케이션은 통하지 않으니까요. 예전에도 '베네통' 같은 브랜드는 United Color라는 콘셉트에 맞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지만, 대중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했던 때라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가 던진 화두로 유튜브의 댓글에서, 또 SNS 채널 등에서 활발한(때로는 격렬한) 의견들이 오고 가죠.


한 예로, '나이키'는 일본에서 차별에 대한 광고를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불과 나흘 만에 조회수가 8백만을 넘어갈 정도로 일본 사회에 큰 이슈였거든요. 이런 광고들은 단순한 노이즈 마케팅일까요? 일부 정치인들처럼, 악플보다 나쁜 것은 무플이라고.. 가십거리가 되는 행동을 골라서 하는 걸까요?


나이키나, 베네통이나, 또 파타고니아나, 룰루레몬도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적 이슈를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가 사회적 이슈가 된 겁니다. 다소 충동이 있더라도 이러한 메시지가 자신들의 정체성이라 여기고 계속 이야기를 겁니다.  여기엔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 프로모션 등이 담을 수 없는 영역들이 있죠.


이런 이야기가 빅브랜드들만의 커다란 '담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너무 많아서 좋든 싫든 우리는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죠. 누구 집 자제라는 타이틀만 보고 얼굴도 못 본 채 혼인하던 시대도 아니고, 이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호감을 사야만 결혼이든 연애든 할 수 있잖아요. 그냥, 스펙만 열거해서는.. (죄송, 그렇게도 될 수 있긴 하겠죠?)




우리 브랜드는 무슨 얘기를 하지?


날이 추워지면 시골 계신 부모님 걱정을 하는 것도, 사람을 향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땀 흘리며 성장하자는 #Sweatlife나, Just Do it도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메시지의 공통점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강렬한 공감을 형성한다는 점이죠.


디지털 시대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무신사는 스트리트룩을 보여주고, 빙그레는 브랜드 네임처럼 재미를 추구합니다. 곰표는 백곰을 순백의 상징으로 만들고 의외성을 주죠. 사실 다들 특별하진 않은 콘셉트입니다. 앞서 말했듯 '공감'은 보편적 정서니까요. 이들은 이걸 먼저 시작했을 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번쩍이는 '직관'에 의해 새로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장님이 이본 쉬나드처럼 강력한 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브랜드에 개성을 입히기 위해 먼저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게 인문학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겠죠.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할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내가 못 보고 있는 게 뭘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별 의문이 없던 것들에서 새로움을 찾아내야 하죠.


우리나라 브랜드들에 이런 점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듯한데, 성장이 가장 중요하던 시절엔 일본의 상사식 영업마인드(에스키모에게 에어컨을! 또는 이쑤시개에서 인공위성까지! 같은..)가 지배했고, 좀 성장을 한 이후에도 이미지는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로 국한시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CSR 역시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 외에.. 이게 각 브랜드와 제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개인적으로 좀 의문이 듭니다. 많은 아웃도어 회사들이 산과 관련된 콘텐츠나 등산 커뮤니티 등을 후원했지만, 파타고니아에서 환경을 떠올리듯, 이와 연상되는 이미지를 가진 회사는 찾기 어렵죠. 무엇보다 진정성(Authenticity)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어설픈 이미미 세탁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게 됩니다.


외모보다 대화가 통하느냐가 더 중요한, 아니.. 제품보다 우리 이야기가 더 중요한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P.S.. 요새 정보성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들을 많이 넣어서 다소 '블로그' 글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어차피 하던 연재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고.. 이번 글은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쭈욱~ 써봤습니다. 좀 더 브런치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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