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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Mar 04. 2021

마케팅 리부트 4. 단골 만들기 II

[Retention] D2C로 관계 확보하기

기업(여기서는 제조업 또는 비플랫폼 기업을 의미)들은 고객의 유지, 즉 재구매를 위해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전면적인 플랫폼화는 아니라도, 고객과의 직접적인 연계 창구를 갖추어야겠죠. 이 연계 창구라고 하면 물론 구매가 가능한 채널이어야 합니다. 고객의 구매 접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의미한 고객 데이터도 확보할 수 없으니까요.




왜 빅브랜드들은 직접 판매에 나서야 했나?


나이키는 2019년 최대 거래처인 아마존에서 벗어나 직접 판매를 선언했습니다. 사실 탈아마존을 선언한 브랜드는 '나이키' 뿐만이 아닌데요. '이케아'와 '버켄스탁' 역시 아마존과 결별한 바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LG생활건강'이 쿠팡과 소송전까지 벌이며 네이버로 갈아탔구요.


이후 나이키의 실적 추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만, 우려와 달리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매출 및 수익은 오히려 개선되었고, 특히 멤버십 회원은 큰 폭으로 늘었죠. 그럼 이젠 모든 브랜드들이 플랫폼을 떠나 직접 판매를 할 시기가 된 걸까요?


나이키는 왜 아마존을 떠나 독립적인 채널 구축에 집중하게 된 걸까요? 우선, 대형 쇼핑몰 내에서의 판매는 가격을 기반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검색 시 최저가로 나타나는 제품들은 주로 병행수입인 경우가 많죠. 디지털이 추가로 확장해야 하는 채널인 상황에선 필요악적인 면이 있었지만, 오프라인보다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더 지켜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 콘텐츠나 기술 분야가 아닌 면도기 같은 제조 분야에서 '달러 쉐이브 클럽' 같은 스타트업(그것도 면도기를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닌) 때문에 '질레트'가 휘청하고 있죠. 최근 몇 년간 점유율을 무려 15% 이상 까먹었고, 결국 20%에 달하는 가격 인하까지 하면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나이키나 이케아 등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제품이 좋으면, 그리고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조금 더 비싸도 소비자는 구매할 거란 신념은 깨져버린 거죠. 이제 고객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질레트가 최고 품질의 면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달러 쉐이브 클럽은 최고의 가치를 제공했다. 하지만 질레트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너무 자신만만하고 오만하기까지 했으며,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빨리 반응하는 경우에는 수익이 감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D2C 레볼루션, 로런스 인그래시아


하지만, 자사몰을 그냥 판매 채널 하나 추가하는 정도로 생각해선 곤란합니다. (마치 회사원이 갑자기 퇴사하고 식당 차려서 성공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죠) 기존의 유통사나 다른 거래처들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고, 가격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고민해야 하죠. 기존에 제조사의 경우 자사몰을 운영하더라도 판매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사가 판매하는 전체 제품에 대한 쇼윈도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 상품을 구비하고, 제대로 설명해 놓은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는 거죠.




'판매' 대신 지속적인 '관계'를 확보하라.  


D2C는 위에서 언급한 자사몰과는 개념을 좀 달리 봐야 합니다. 쇼윈도나 카탈로그 수준이 아닌, 실제 매출을 발생시키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하죠. 자칫 유통사들과 충돌이 날 수도 있는데, 어설피 시도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D2C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체크해 보려면 대략 아래의 사항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비교 대상은 기존의 유통사가 되겠죠.


1. 편의성, 즉 라이브 커머스, 배송 등의 인프라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2. 가격적인 면에서 소비자에게 메리트를 줄 수 있을까?
3. 유통사에서 보복조치(PB 상품 출시 등)를 할 경우 대응이 가능한가?
4. 우리 고객에 대한 접점 및 선호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나?  


아마 대부분 부정적인 답이 나올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좀 더 흐른다고, 또는 비용을 좀 더 투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들이 아니란 거죠. 그렇다면 이런 불리함을 딛고 D2C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앞서 '고객 생애 가치(LTV)란 무엇이고 어떻게 계산하나?'라는 글에서 밝혔듯 CVC(고객 획득비용) 대비 LTV (고객 생애가치), 즉 LTV/CVC를 높여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결국 CVC는 낮추고, LTV는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건 우리의 고객을 '멤버십'으로 전환하는 거죠. 관련해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제품 자체가 콘텐츠로.. : 나이키 멤버십.


나이키의 D2C 사례도 보통 매출에 초점에 맞춰져 있지만, 좀 더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은 멤버십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플랫폼 기업은 처음부터 자사 플랫폼 내에서만 판매가 이뤄지는 반면, 제조 기업은 기타 판매망과의 관계나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몰만의 혜택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아래 내용을 보면 나이키의 멤버십 혜택 중 하나인 'Member Days'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 구매'나 '멤버십 할인'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Nike Member Days (Source : Nike.co.kr)


또, 멤버들을 위한 커스텀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축구 저지에 마킹을 하거나,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티셔츠를 꾸미거나, 폴로셔츠에 패치를 붙일 수도 있죠. 이런 서비스는 모두 나이키 닷컴에서만 가능하고, 제품은 나이키 매장에서 수령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이외에도 운동할 때 도움을 주는 콘텐츠나,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앱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D2C와 직접 연결되진 않지만, 멤버십 차원에서 보면 블랙야크의 알파인클럽(http://bac.blackyak.com/)의 경우 역시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서비스죠.


D2C를 하려면, 우리 제품과 연계해서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 내자 : 롯데 스위트몰.  


롯데제과는 '롯데 스위트몰'이라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실 과자는 단가가 낮은 데다, 저관여상품에 속하는지라 마트에서 다른 물건 시킬 때 함께 주문한다거나, 쿠팡처럼 멤버십 무료 배송을 이용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택배로 주문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커질 가능성이 높죠. (롯데스위트몰의 배송비도 3천 원이더군요.)


스위트몰의 D2C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는 '과자 구독'이죠. 과자를 구독해서 먹는다는 게 좀 생소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불리한 점(저관여, 저가)을 역으로 이용하는 마케팅이 될 수 있습니다. 과자 자체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많이 먹을지 몰라도, 어차피 온라인 구매는 성인이 하게 되므로 어릴 적 '종합 선물세트'를 떠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매월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받는) 느낌이 들죠.

 

매월 9900원, 또는 19,800원에 과자를 배달해준다. (source : lottesweetmall.com)


이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두 번째 전략인 '햇님 상회'도 이해가 됩니다.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예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을 자사몰에서만 만날 수 있는데요. 재미 요소와 함께 자사몰만의 구매 동기를 만들어주게 되죠.


롯데제과의 예전 심벌인 '햇님' 모양을 딴 햇님상회 (source : lottesweetmall.com)


과자라는 제품의 특성상 향후에도 오프라인에서의 판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고객의 구매 습관 해킹하기.


위에서 봤듯이 D2C 전략은 결국 구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플랫폼만의 개성, 그리고 지속적인 구매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가 핵심입니다.


특히 '정기 구매'의 경우 단순히 매월 보내준다는 '편의'나 '가격'적인 면에서만 접근해선 실패할 가능성이 높죠. 고객이 익숙하게 쓰고 있던 '쿠팡'이나 'SSG'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과자 구독'의 경우, 앞서 말했듯 '종합 선물세트'라는 추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1달러에 매주 면도날을 교체해서 사용하라는 콘셉트가 있고, 국내의 '월간 칫솔' 역시 비슷합니다. 가장 좋은 칫솔은 비싼 칫솔이 아닌 새 칫솔이라는 거죠.


이미 여러 번 언급했던 '블랭크'의 '마약 베개'나 '샤워 필터' 역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월간 칫솔'과 마찬가지로 '위생'과 관련된 분야는 고객의 불안 요소와 공감을 할 수 있는 해결책 (매월 교체하라던가, 필터로 걸러줘야 한다던가)을 제시하면 지속적인 충성도를 만들어 낼 수 있죠.


고객의 기존 구매 습관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디커플링이라 본다면, 디커플링은 꼭 플랫폼 기업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기업, 즉 D2C를 하는 기업이라면 가능합니다.


결국 D2C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우리의 소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함께, 새로운 구매 습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제품이 좋으면 팔린다 같은 거 말고..)를 반드시 개발해야만 하죠.




한때 회사들마다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회원 가입 경쟁이 불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막상 그 DB를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십, 수백만 명씩 회원을 끌어 모았죠. 이렇게 모은 회원들은 보통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유령 회원''체리 피커'입니다. 거기에 DB 유출 사고들이 터지면서 이런 회원 모집의 관행에 회의감이 커졌습니다.


그 이후 디지털 마케팅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 소셜 채널을 통해 브랜딩을 하고,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구매를 유도하는 형태로 이어져 왔죠. 현재는 다시 자체적인 멤버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데, 달라진 것은 구매와 통합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타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하고 있던 제조 기업의 경우 D2C를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매출이 확 늘거나 다른 채널을 접어도 될 정도로 성공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D2C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케팅 리부트 시리즈의 마지막인 'Refferal'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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