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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Mar 26. 2021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제목만 보면 역사책이 아닌가 싶지만, 과학책이다. 최근 유행하는 장르인 '빅 히스토리'류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총 균 쇠’나 ‘사피엔스’의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 ‘코스모스’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물리학이나 천문학뿐 아니라 ('과포자'였던 난 천문학과 물리학이 그렇게 밀접한 관계인 줄 최근에서야 알았다), 지질학, 화학, 해양학까지 그야말로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 현대의 과학은 때로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상식' 마저 허물어 버린다. 광대한 '우주'나, 미세한 '원자'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에 특히 더 그렇다. 현대 과학의 3대 이론이라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의 탄생 배경 자체가 인간의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다윈이 자연선택에서 발견한 것과 비슷한 또 다른 '장엄함'이 있다)


둘째, 우주나 지구, 그리고 인류의 역사 등에 비춰봐도 우리가 과학에 대해 알게 된 기간은 극히 미미하다. 사실, 먼 미래에서 보면 우리가 지금 중세를 바라보는 것처럼 21세기 과학은 참 미개하다거나, 잘못된 선입견에 사로잡힌 암울한 시기였다고 할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루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아우른다. 그 시간의 처음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빅뱅’의 순간과 마주해야 한다.




#1. 시간과 공간은 과연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시간에 대해서는 출근(또는 등교)하는 시간은 싫고, 퇴근하는 시간은 즐거우며, 주말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나 싶은 생각 정도로 체감할 수 있다. 공간이라면 얼마 전 친구네가 30평 넘는 집을 샀다더라, 서울에 몇 평 아파트가 얼마라더라,, 정도의 수준에서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에서의 시간과 공간은 좀 다른 개념으로 존재한다.


특이점(singularity) 상태의 우주, 즉 빅뱅 이전에 우주에는 무엇이 있었던 걸까? 아 표현이 잘못됐다. 우주가 있는 그 자리(이 것 역시 잘못된 표현 같지만)에는 무엇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 우주의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하는데, 이 아무것도 없다는 개념이 무엇인지 인간으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우주의 끝으로 가서 커튼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머리가 우주에 속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좀 실망스럽겠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우주의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우주의 끝까지 가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은 아니다. 직선을 따라서 무한히 오래가더라도 절대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없다. 오히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그때는 정말 완전히 지쳐서 포기해버릴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우주에 끝이라는 건 없다고 한다. 또 우주는 휘어져 있는 공간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 의하면 그렇다는 거다. 지구는 아무리 봐도 평평한데, 왜 둥글다고 할까?라는 고대로부터의 의문은 우리가 우주로 나아가게 되면서, 아니 그전에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어느 정도 납득을 하게 됐다. (물론 아직도 지구가 둥글다는 걸 믿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지만) 하지만, 우리가 우주의 끝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정말 우주가 휘어져 있는 건지, 또는 ‘맨 인 블랙’의 한 장면처럼 이 우주 자체가 어느 외계인의 장난감 구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개념들 중에서 우리의 직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간이 공간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시간이 영원하고, 절대적이고, 불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하게 짤까닥거리는 시간은 무엇으로도 방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주장에 따르면 시간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시간은 모양도 가지고 있다. 스티븐 호킹의 표현을 빌리면, 시간은 3차원의 공간과 “풀어헤칠 수 없도록 서로 얽힌” 시공간(時空間)이라는 기묘한 차원을 만들어낸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며, 이들은 빛과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 더구나 빛은 ‘파장’이 아니라 ‘입자 (Particle)’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우주 자체가 아주 작은 입자의 덩어리로부터 시작해, 그 입자들이 전 우주로 퍼져 나간 것이다. 그럼 그 ‘입자’들의 세계는 또 어떤 것일까?  




#2. '입자'의 세계.


일반적으로 우리는 ‘분자’와 ‘원자’ 정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다. ‘원소’에 대해서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로 이미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4대 원소(물, 불, 공기, 흙)라 불리는 것이다. (제5원소는 '사랑'이라는..?)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의 '원소'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화학 시간에 달달 외웠던 ‘주기율표’로 잘 정리되어 있는 그것이다.


이 원자들은 빅뱅의 시기부터 존재하며, 이 우주 어느 곳에나 있다. 우주의 '먼지'가, 또는 '우주선(宇宙線)'이 중력과 결합해 땅이 되고, 바다가 되고, 우리 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죽어서 별이 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몰라도 적어도 우리는 모두 저 먼 우주로부터 온 존재인 것이다.


원자들은 신기할 정도의 영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수명이 아주 긴 원자들은 정말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당신의 몸속에 있는 원자들은 모두 몸속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몇 개의 별을 거쳐서 왔을 것이고, 수백만에 이르는 생물들의 일부였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원자 역시 가장 작은 단위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양자역학’으로 설명이 되는 세계다. 우주와 마찬가지로 본 적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이걸 저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다. 다만 놀라운 것은, 이 원자라는 것이 대부분 빈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물질이란 것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원자가 비어 있는 공간이라면 ‘사랑과 영혼(Ghost)’의 패트릭 스웨이지처럼, ‘혼(魂)’은 있고, ‘백(魄)’은 없는 흐릿한 환영(幻影)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으며, 땅 위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원자들이 대부분 빈 공간으로 되어 있다면, 결국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는 단단함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도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다. 진짜 세상에서 두 개의 물체가 가까워지면 실제로 두 개의 단단한 당구공처럼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티머시 페리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두 공의 음전하 때문에 생긴 전기장(電氣場)이 서로 반발하기 때문이다······만약 그런 입자들이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두 공은 은하들처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서로 겹쳐서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물리학자들은 비어 있는 원자와 그 안에 존재하는 입자들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초끈이론'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 생각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니 그냥 이 정도에서 적당히 합의하고 덮어두자라고 만든 결과가 아닐까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초끈이론'은 증명된 적은 없는 이론이지만, 현재의 인류로서는 이것 말고는 답을 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리학자들은 모든 것을 결합시키기 위해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이 이론에서는 우리가 입자라고 생각했던 쿼크와 렙톤과 같은 작은 것들이 사실은 진동하는 에너지의 “끈”이라고 본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3. '생명'의 탄생


우주의 탄생이나, 입자에 대해서는 어렵긴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입자들이 뭉쳐 '공기' '물' '흙' 등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거기에서 어떻게 생명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건지는 범접하기 어려운 단계다.

 

과학자들은 여기에도 도전을 해봤다. 대담하게도 '생명연장의 꿈' 수준이 아닌 '생명창조'까지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 것이다. 그것도 작은 실험실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인류는 '호모 데우스'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어떻게 했을까?


원시 지구의 대기를 재현하기 위하여 투명한 용기에 수소, 수증기, 암모니아, 메탄, 황화수소의 혼합 기체를 채운 다음, 그 안에서 전기 방전을 일으켰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성분의 혼합 기체를 오늘날 목성의 대기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 실은 이런 혼합물은 목성뿐 아니라 코스모스의 도처에 존재할 것이다. 전기 방전을 일으킨 것은 옛 지구와 현재 목성에서 공히 볼 수 있는 번개 현상을 재현하기 위함이다. (중략)

지금까지 그 누구도 원시 지구의 기체와 물을 시험관에 함께 넣어 각종 반응을 겪게 한 다음, 거기에서 무엇인가 꼬물거리는 것이 기어 나오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에서 가장 작다는 바이로이드(viroid)만 하더라도, 1만 개 정도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하지만,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가장 큰 변수와 신비는 '번개'와 같은 단순한 자극보다는,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 어렵고,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간'이라는 조건으로 다시 돌아간다. 미미한 용량의 인간의 뇌로는 담아낼 수 없는 광대한 시간의 흐름이다. 빗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어내는 그 시간보다도 몇 천, 몇 만 배는 긴 시간..


앞서 말한 대로, '사피엔스'나 '총 균  쇠' 같은 책에 비해 이 책은 인류의 과학적 성과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인류 자체에 대해서는 짧게 기술하고 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인류의 역사는 그야말로 '찰나刹那)'에 불과한 것이니까.


하지만,  짧은 기간 존재한 인류는 '인류세'라는 말에 걸맞게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 지구뿐 아니라,  지구의 다른 생명에게도..


석기시대가 끝난 후의 멸종들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멸종 사건인가가 의문이다. 짧게 말해서 인류가 다른 생물들에게 근본적으로 나쁜 존재인가라는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런 존재일 수도 있다. 시카고 대학의 화석학자 데이비드 라우프에 따르면, 생물학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의 멸종 속도는 평균 4년마다 한 종이 사라지는 정도라고 한다. 최근의 추정에 의하면, 오늘날 인간에 의한 멸종의 규모는 그보다 최대 12만 배나 된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얼마  '코스모스' 리뷰에도 적었듯,  책은 '코스모스'  아니라, '인터스텔라의 과학'  과학 관련된 책들에 손을 대게 만들어준 책이다. 원래 읽으려던 책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아니라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연한 행운이랄까?


'코스모스' 보다 이 책의 리뷰가 늦어진 것은 책의 내용이 워낙 광범위한 것이기 때문인데.. 어찌어찌 마무리는 했지만, 부족한 지식으로 인해 제대로 적었는지는 자신이 없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나의 이해 부족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책들은 '우주'와 '환경' 관련된 내용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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