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요새 주식 좀 한다면 꼭 보게 되는 테마가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그렇다고 주식 얘기하려는 건 아니구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주식 시장이나, IT 업계의 특성상 '메타버스'가 아니라도 그간 '유비쿼터스' 시대니, '4차 산업혁명'이니 여러 말들이 이미 유행했던 바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건 과연 실체가 있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정말 영향이 있는 걸까요? 또는 지금이라도 테마주를 사야 하는 걸까요?
관련된 책들도 출판된 바 있고, 여러 자료들이 나와 있지만, '마케터'의 관점에서 한번 짚어볼까 합니다. 일단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의 뜻부터 살펴볼까요.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중략) 기술 연구 단체인 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세계, 라이프로깅 (lifelogging) 세계, 거울 세계 (mirror worlds), 가상 세계 (Virtual Worlds)의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메타버스, 김상균
하나씩 살펴보면,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을 더하는 거고, '가상현실'은 현실에 없는 세계를 창조하는 거죠. 이 두 개는 잘 알려져 있으니 간단히 넘어가겠습니다. '라이프로깅'은 log라는 단어에서 보여주듯, 나의 삶을 소셜 채널 내에 투영하는 것입니다. 블로그나, 인스타, 페이스북 등이 해당되겠죠. '거울 세계'는 내 삶이 아닌, 실제 세계를 인터넷 상에 반영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구글, 네이버의 지도 서비스나, 음식점을 옮겨놓은 배민, 숙소들을 옮겨 놓은 에어비앤비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개념들에 비춰보면 영화 '매트릭스'나,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먼저 생각이 나더군요. '세컨드 라이프'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쉽게 말해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가면무도회 같은 커뮤니티입니다. 아바타를 만들고 들어가서 가상 세계 안의 사람들과 만나는 거죠.
메트릭스 열풍에 비하면 덜했지만 세컨드 라이프 역시 한때 이런 가상 세계가 내일이라도 닥칠 것처럼 엄청난 이슈가 됐었습니다. 어떤 브랜드들은 세컨드 라이프 안에 지점을 내기도 했고, 향후 실물 경제가 ‘세컨드 라이프’ 속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분석 기사가 연일 경제 신문에 실리기도 했죠.
‘세컨드 라이프’에는 독자적인 화폐(린든 달러)도 있었고, 가상의 회사에서 일하고 월급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면접도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보게 되죠. 일해서 받은 월급으로 세컨드 라이프 상의 아이템을 사거나,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찾아온 ‘언택트’가 현실화된 최초의 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저도 오래간만에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 현재도 운영 중이더군요)
우리나라는 세컨드 라이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좀 덜했는데, 우리에겐 바로 ‘싸이월드 Cyworld’가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싸이월드는 ‘라이프로깅’과 ‘가상현실’을 섞어 놓은 느낌이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도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일종의 ‘라이프로깅’ 서비스가 세컨드 라이프를 대체했죠. 세컨드 라이프라는 플랫폼이 담을 수 있는 콘텐츠나 소비자 인식에 비해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여튼 이러한 라이프 로깅의 유행은 최근까지 이어집니다.
위의 내용을 보면, '메타버스'란 이름만 생소했지 개별적인 내용들은 대체로 꽤 오래전에 유행했던, 또는 한물 간(?) 개념들인 것 같은데.. 왜 다시 여기저기 나오는 걸까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이름조차 구식이라, 1992년의 '스노 크래시'라는 소설에서 유래됐다고 하죠.
예상하셨겠지만, 기본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대면 사회가 좀 더 빨리 도래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코로나도 언젠간 잡힐 테고, 내가 IT나 플랫폼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일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정도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지금의 '메타버스'는 '리얼월드'를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와 '리얼'은 반대 개념인데 무슨 소리냐구요? 기존의 메타버스가 '게임'이나 'SNS'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에 국한됐다면,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에 전방위적인 면으로 침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코로나 이전에는 일부 '사이버대'나 '학원'에서만 활용했던 온라인 강의가 초등학생들부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또 프리랜서에게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던 '재택'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인들에게 '디지털'이란 것은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 주거나, 삶을 다소 '편리'하게 해주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내 경제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되는 거죠. 정말 그렇게 된다면 '디지털 빅뱅'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세컨드 라이프'가 주목을 (특히, 경제신문 등에서) 받았던 것 역시 아바타나 게임적 재미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먹고사니즘'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죠. 그때는 플랫폼 하나의 도전이라면, 지금은 사회 인프라와 우리 인식의 변화가 이미 무르익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째, 메타버스는 물리적 '공간'과 '관계'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물리'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과학 얘기를 해볼까요? 우리는 '차원'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차원이 다르다, 다른 차원에 있다. 차원이 높다 등..
차원은 일반적으로 점, 선, 면의 공간적인 개념을 뜻하죠.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차원을 설명할 때 흔히 제시하는 예시가 있는데요. 두 사람이 어떤 '공간'을 정해 만나기로 했습니다. 둘 다 약속 장소에 나왔지만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시간'이라는 '변수'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는 것을 4차원이라고 합니다.
이 우리가 상상히기 어려운 고차원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낸 것이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입니다. 고차원에 있는 아버지는 딸(다른 여러 시간 속의 딸도)을 볼 수 있지만, 3차원의 딸은 아버지를 볼 수 없죠. (조만간 인터스텔라와 테서랙트에 대해서는 따로 쓸 예정입니다)
왜 갑자기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빠지나 싶으실 수도 있는데, '메타버스'는 새로운 차원으로 통하는 문입니다. 우리가 메타버스로 들어가는 순간, 3차원의 공간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죠.
예를 들어, 우리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각자의 스마트폰에 집중합니다. 같은 집에 있어는 가족끼리도 각자의 화면을 보고 있죠. 각자 무엇을 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기존의 마케팅은 특정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은 비슷한 관심사가 있을 거라는 전제를 둡니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사람은 그다지 공통점이 없습니다. 우리가 같은 '코호트'로 묶어야 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순간, 우리는 인사를 할 때, '무슨 일 하세요?'나 '어디 사세요?' 보다 ‘어느 메타버스에 계세요?'를 더 먼저 물어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메타버스'가 스며들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죠. 기본적으로 '갈라파고스'라고 종종 불릴 정도로 독자적인 생태계가 존재하는 편이고, 국민적 성향이 '오타쿠'나, '히키코모리(引き籠り)'가 많은 편이니까요.
이러한 오타쿠 문화의 결정판이 '망가'나 '아니메'(이하 이 둘을 합쳐 '애니메이션'으로 표기)인데, 일본이 장기 침체를 겪으며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문화 분야 역시 주춤거리면서,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은 더 독보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이 '메타버스'화 되고 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나 예능에 주로 PPL을 하고, 콜라보는 타 브랜드와, 또는 인기 있는 연예인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 가장 효과적인 PPL 또는 콜라보 대상은 애니메이션입니다. ‘JINS'(안경)와 같은 일반적인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파칭코'나 '회전 초밥(쿠라스시X귀멸의 칼날)', 최근에는 지자체와도 연계를 많이 하는데, 러브라이브가 시즈오카 귤의 홍보대사가 되고, 홋카이도 치토세 시나 쿠시로 시 등은 '고향 납세'를 위해 콜라보를 한 사례도 있죠.
이런 콜라보가 실제로 효과가 있냐구요? 거의 모두 대박이 났습니다. 일본 오타쿠만의 독특한 문화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게임이나 음악 등 팬덤이 강한 콘텐츠는 메타버스의 세계로 '입덕'을 시키는 강력한 요인이 되는 만큼 눈여겨봐 둘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는 '아미'라는 전 세계적인 팬층을 가지고 있죠. 빅히트는 최근 '하이브 HYBE'로 회사 이름을 바꾸기로 하고, 그들의 팬플랫폼인 '위버스 Weverse'를 키우기 위해 네이버와 제휴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속 연예인에 따라 부침이 심한 엔터 사업에서 안정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을 하기 위함이죠.
향후에는 이런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기업들이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만들어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습니다. 제조사가 음악이나 게임 등을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시대가 가고 IP 회사가 OEM이나 ODM 업체를 고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카카오 캐릭터의 라이센스 상품처럼 밀이죠.
혹시 '제이유(JU) 네트워크'라는 곳을 아시나요? 일종의 다단계인데, 한때 그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JU의 제품을 소비하면 포인트이자 가상 화폐인 'P'를 받게 되는데, 이 'P'로 다시 JU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구조였죠. 내게 필요한 것을 소비하기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돈도 벌 수 있다는 신박한 개념입니다. 말도 안 되는 괴이한 논리인 것 같지만, 이게 대박을 쳤습니다. 불법 다단계에서 흔히 쓰이는 폰지 사기 같은 개념을 쓴 거죠.
메타버스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단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런 사기 방식이 아니라도 JU가 만든 것 같은 이러한 '왕국'은 메타버스에서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열성적인 회원들과 자체적인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회사들을 이미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선 메타버스의 개념적인 면에 대해 알아봤는데, 마케팅적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