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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Apr 26. 2021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기후재앙을 피하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접근

빌 게이츠의 책은 '생각의 속도' 이후 참 오랜만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얼마 전에 리뷰로도 올린 바 있는 '2050, 거주불능 지구 (이하 '거주불능 지구')' 때문이다. 책을 읽고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며칠 전 '생각의 속도'에 다시 소개한 기사가 올라와 먼저 공유해 본다. 못 읽어 보신 분이나, 예전에 읽어 보셨던 분도 다시 한번 보시면 좋을 듯.. 



사실 난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일 당시엔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국내에선 한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IT계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었지만.. (아마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보다 그 열풍이 덜하진 않았을 듯)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엔 빌 게이츠가 실제 활동하던 모습보다 어린 시절 Who 같은 책을 통해 접한 분들도 꽤 많지 않을까? 


그럼에도 내가 그를 싫어한 이유는 바로 Microsoft 때문인데.. MS의 DOS나 Windows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IBM이 DOS에 대항해 내놓은 OS/2나 MacOS에 비해 DOS는 너무 밋밋한 데다, 오류도 많았다. 왜 더 혁신적이고 좋은 제품을 택하지 않고 이딴 제품을 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당시만 해도 MS의 제품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졌다. (일반인 중에 돈 내고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결국 난 욕을 하면서도 호환성 때문에 MS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도 맥북을 쓰고 있지만, 운영 체제는 윈도즈를, 문서 작성은 워드나 파워포인트를 주로 이용하는 걸 보면 대세에 잘 따르는 편인 듯싶다. 


그런 빌 게이츠가 지금은 MS에서 물러나 '빌 앤 멀린다'라는 재단을 세워 자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도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후재앙 문제에 대해 쓴 책이다. 사실 나에게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호감이 가는 편입니다. (빌 앤 멀린다의 주력 분야는 환경보다는 공공의료에 있다. 코로나 시국에서 빌 게이츠가 여러 번 언급됐던 걸 기억하실 수 있을 듯..) 




운동가 vs. 사업가의 접근법.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재앙(a Climate Disaster)'은 무엇이고 '피하는 법(How to Avoid)'은 무엇일까? 일단 '재앙'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거주불능 지구'를 읽어 보면 된다. 총 12개 챕터에 걸쳐 공기, 바다, 폭염 등 각 영역에 걸쳐 발생될 수 있는 암울한 미래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에 반해 빌 게이츠는 '피하는 법'에 집중한다. 사업가답게, 그리고 엔지니어답게 문제를 단순화하고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개인이 텀블러를 쓴다거나, 쓰레기를 좀 줄이자는 캠페인성 내용도 아니다. 정부나 기업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으니까..


일단 게이츠는 문제를 단순화한다. 연간 '510억 톤'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제로'의 의미는 탄소 배출 자체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순제로라고 합니다)을 의미한다. 배출량과 관계없이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역시 '제로'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빌 게이츠는 이 510억 톤을 다시 5개의 항목으로 쪼갠다. 발생 원인별로 분리하는데,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또는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접근이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 (시멘트, 철, 플라스틱) - 31%

전기 (전력 생산) - 27%

무엇인가를 기르는 것 (식물, 동물) - 19%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비행기, 트럭, 화물선) - 16%

따뜻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 (난방 시설, 냉장고) - 7%


이후의 내용은 위의 각 원인에 대한 해법들이다. 각 발생 원인에 대해 한 챕터씩 총 5개 챕터에 걸쳐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물론 각 장에서 저 5개를 다시 세부적으로 쪼개 세부적인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게이츠는 결코 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일러둔다.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5퍼센트 줄어든 것이다. (중략) 우리가 2020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5퍼센트 감축하는 데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생각해보자. 수백만명의 사람이 죽었고, 수천만 명의 사람이 실직했다. 다시 말해서 누구라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세계의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기껏해야 5퍼센트, 어쩌면 이보다 더 적게 감축됐을 것이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우리가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그 많은 고통 와중에 불과 5%의 감축이 있었다는 것은, 온실가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 준다. 솔직히 나는 어떤 일이 닥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으로 보여주고, 해결책이 모호한 다수의 책들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주장들은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렇다고 우리가, 즉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포기하지는 않게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한 것이겠지만.. 솔직히 폭탄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는데 돌멩이라도 들고나가 싸우자는 것만큼 무모해 보이지 않나? 




'그린 프리미엄' 극복하기.


앞서 언급한 대로, 빌 게이츠는 이 책에서 위의 5개 원인별 해결책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데. 그 내용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핵심적인 사항은 아래와 같다.


할 수 있는 만큼 '전기화'하라 

전력망을 '탈탄소'화하라.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라. 


간단히 생각해서 '전기'에만 집중해도 상당한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에너지'는 필요하게 되어 있으니까. (아마 현재의 솔루션은 대체로 그런 방향인 듯하다) 


위에서 전기의 '탈탄소화'는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증대하면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 성장으로 인해 각 개인의 전기 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인구증대X도시화X전기사용량 증대) 지금까지의 가장 저렴한 방식인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는 방식 외의 방식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이는 생산 부문에서의 이슈다. 


문제는 소비 부문에서도 있죠. 사용 에너지를 전기로 바꿀 때 발생하는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이 있다. 전기차를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더구나 충전을 하는 데에도 불편하다. 전기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려면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것을 그린 프리미엄이라 부르는데, 그린 프리미엄이 높으면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고, 생산자는 만들 수가 없게 된다. 이를 낮추는 게 향후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이나 개인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유롭게 만들어질 수 없으니,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또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지 못한다면, 부자 나라들은 어느 정도 수용을 하더라도, 저개발 국가들은 탄소 프리미엄이 낮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기르거나, 이동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미 써왔던 방식을 그들이 쓴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들어가면, 적극적으로 시장에 정책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을 움직여야 한다. 또 지금 당장은 비싸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되니깐) 


빌 게이츠는 팩트풀니스를 인용하면서 미래를 낙관한다. 


사실에 근거해 세게를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이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에서 재인용)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면 너무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근래에 본 책 중에 가장 '사실' ('예언'이 아니라)에 충실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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