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제작이나 마케팅 계획 수립을 위해 광고주를 만날 때면 보통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제품의 *USP가 뭔가요?' 하는 거죠. 그럼 광고주는 또 자랑스럽게 광고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포인트들을 조곤조곤 알려줍니다.
# USP : Unique Selling Proposition, 또는 Unique Selling Point
사실 저는 이런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요 (대답도 마음에 들진 않았죠, 당최 저게 왜 강점이란 걸까? 설마 Unique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몰라서?) 그냥 제가 삐딱해서일 수도 있지만, 마치 '마케팅 포인트는 광고주가 잡으시면, 작품은 우리가 알아서 만든다'는 장인정신, 예술가적 자부심 같은 게 녹아 있는 것 같았죠.
물론 과거엔 그랬습니다. 제조사는 제품 잘 만들고, 광고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잘 녹이면 OK였죠. 하지만, 지금은? 기술은 전반적으로 평준화됐고, 우리가 강점이라고 믿는 것을 소비자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는 세상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입니다. 영화나 음악, 문학 같은 분야라면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 고민이다.. 하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마케팅엔 그런 거 없습니다. 오직 '대.중.성'이죠.. 크리에이티브만 중시하는 광고주나 광고회사 모두 '쓸고퀄'을 추구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죠.
✔︎ 왜 '샤워기 필터'를 사야 하지?
요즘엔 집집마다 샤워기에 필터가 다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보니 현빈을 모델로 TV 광고까지 하더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먹는 물도 아니고 샤워기에 무슨 필터냐 했지만, 시장은 바뀝니다. 마치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바로 그 브랜드, 바디럽 퓨어썸은 초창기에 한강물을 바로 정제해서 샤워하는 실험 영상으로 엄청난 히트를 쳤어요. 그간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아니. 수돗물은 한강에서 오는 거였어!)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한강은 맑고 깨끗한 아리수(?)가 아니란 걸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그 뒤 수돗물과 관련한 여러 사건 사고도 큰 도움이 됐죠.
✔︎ '칫솔'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보통 칫솔을 살 때 소비자는 뭘 볼까요? 브랜드? 부드러운 모? 듀얼 액션으로 입안 구석구석 닦이는? 1+1? 하지만 전혀 다른 접근을 한 회사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능이나 가격으로 승부하거나, 소비자가 믿고 찾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어 습관적으로 구매하길 원하죠.
월간 칫솔은 '칫솔을 언제 바꿔야 하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품 링크) 이 칫솔에는 1월, 2월 식으로 사용할 시기가 각인되어 있고, 매달 새로운 칫솔을 쓸 수 있도록 1년 치를 배송합니다. 사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빨리 바꿔주면 좋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그 전에도 있었죠. 공기청정기의 필터 교체 알람이라던가, 면도기 날 부분의 색이 변한다던가 하는..
하지만 월간 칫솔처럼 네이밍에서 디자인, 마케팅까지 이 아이디어에 집중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누구도 칫솔의 메인 USP를 '언제 버려야 하는가'라고 생각하진 않은 거죠. (당연하지!)
USP 보다는 Motivation을..
USP에 집중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제품의 속성 안에서 어떻게 개선할까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심리 어디엔가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구매 동기를 공략하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경쟁할 수 있죠.
위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위생, 건강입니다. 이러한 카테고리에서는 '위협' 요소가 먹힙니다. 바디럽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인 마약 베개는 베갯속 세균에 집중했죠. 정수기 시장의 후발 주자인 쿠쿠에선 100도 끓는 물 정수기를 출시했고, LG 스탠바이 미는 이동식 TV입니다. 정수기가 필터를, TV가 화질을 강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하기엔.. 아직 LG TV 광고조차 화질을 강조..)
누군가는 USP나 Motivation이나 뭐가 달라? 하실 수 있겠지만,, USP는 파는 거고, Motivation은 소비자가 사게끔 만들고, 또 공유하게 만드는 코드라고 생각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무엇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까 고민을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