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당근마켓이 프랜차이즈 광고를 시작한 거죠..! 동네와 연관성이 있는 콘텐츠만 싣겠다더니.. 당근도 유니콘이 되더니 초심을 잃은 걸까요? 아니면 투자를 받고 나니 수익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한 걸까요?
당근마켓이 도입한 새로운 광고 상품. 첫 스타트는 배스킨 라빈스가 끊었다 (Ⓒ당근마켓)
352억 vs. 3000만 명.
두 숫자는 작년 당근마켓의 '영업손실'과'가입자'입니다. 월간 활성 방문자수가 무려 1800만 명이나 되죠. 이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결국 광고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당근마켓의 핵심 서비스는 중고거래에 있죠. (당근마켓은 스스로 중고거래 앱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중고 거래에서 당근마켓이 가져가는 수익은 없어요. 당근페이를 도입했지만 여기서도 수수료는 없죠.
그럼 기존에는 수익은 어디에서 냈을까요? 당근마켓 매출의 99%는 광고입니다. 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비즈 프로필이라는 광고 상품이 있거든요. 하지만 작년도 매출은 297억에 불과합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영업 적자보다 매출이 적습니다. 수익이 없는 데 투자만 계속 이뤄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지역 상인에게 광고비를 더 올려 달라 하기도 어렵죠. 그분들 입장에선 엄청난 투자까지 받아 놓고 시장 독식하더니 이제 돈 더 내라는 걸로 보일 수 있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제2의 배민이나 카카오 모빌리티처럼 불매(근데 뭘 불매해야..?) 운동까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결국 거래에서는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기존 광고 상품(비즈 프로필)도 돈이 되질 않는 상황에서 대기업 광고를 꺼내 든 겁니다.
당근마켓은 미디어가 될 것인가?
당근마켓이 처음 지역 광고를 도입할 때는 콘텐츠의 일환으로 접근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정체성과도 잘 맞죠. 하지만 대기업 광고는 다릅니다. 중고거래를 하러 방문한 고객들에게 적합한 대기업 광고가 과연 어떤 게 있을까요? 자칫 중고거래라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정체성과, 광고 위주의 '미디어 플랫폼' 사이에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아마존과 비교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아마존 역시 지속적인 적자 상태였지만 최근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데에 성공했죠. 아마존 원래의 비즈니스 모델(쇼핑몰)로는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자체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만든 것이죠. 최근엔 광고로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는 아마존의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구매를 유도시키는 아마존 고유의 상품입니다.
결국, 당근 역시 대기업의 광고를 통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본연의 정체성과 연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해야 합니다.
중고거래 보다 지역 커뮤니티가 미래 비전이라면, 단순한 광고가 아닌 지역 내의 가게 또는 개인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는 것이 윈윈 하는 모델이 되겠죠. 지금 카카오 유니버스가 추진하는 B2C2C처럼요.
아마도 당근마켓도 당연히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보입니다. 당근페이도 그래서 만들었을 거구요. 당근마켓의 김용현 대표도 “중고거래를 넘어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인공지능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재건하는 게 당근마켓의 지향점”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역시 그런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득,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먹방이라 아이들도 방송을 보면서 종종 후원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어느 날 앞으로는 시청자들 후원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여러분은 그냥 편하게 보세요, 전 대기업 돈 빼먹고 살게요.
앞광고를 이렇게 멋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당근도 그런 거겠죠? 우린 대기업 돈 빼먹고, 앞으로도 당근페이도, 거래도 다 무료로 하겠다..! 이 돈은 더 좋은 서비스 개발에 사용하겠다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