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케팅, 7월 11일
트레바리를 아시나요? 제 브런치에 방문해 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신 적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레바리에서 저도 파트너(클럽 운영자)를 맡고 있거든요. 그래서 종종 글을 쓰면서도 언급했었죠.
오늘은 그 트레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트레바리는 코로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경쟁력은 무엇이고 그것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단, 마케터로서의 의견도 있지만, 일반 멤버로, 그리고 파트너로 직접 참여하면서 보고 느낀 점도 함께 포함될 듯하네요.
트레바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릴게요. 이미 잘 알고 계신 분은 아래로 넘어가 주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독서 모임'입니다. 매월 한 권의 책을 정해서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며, 함께 모여 책에 대해 토론을 하죠. 그럼 트레바리의 수익 모델은 뭘까요? 회비를 받는 것입니다. (강남 아지트 기준 4개월에 25만 원)
독서모임에 돈을 내고 참여한다고?
이런 반응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도 유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더군요. 사실 트레바리가 책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 구입하죠). 독서 코칭 같은 것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 모일 때의 장소(아지트)와 온라인에서 독후감을 제출할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전부죠.
그럼 어떻게 운영될까요? 나머지는 파트너가 합니다. 모임 운영, 책 선정, 발제, 활성화 등 전반에 관여합니다. 파트너는 트레바리 직원이 아니에요. 대신 모임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약간의 포인트(추후 현금화가 가능한)만 받습니다. (직원이나 적어도 파트타임인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죠)
여튼, 트레바리가 성공을 하자 비슷한 독서 모임이 많이 생겼었죠. 일단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살롱 문화나 북카페 등의 유행과 연계해 북카페+독서클럽을 함께 만들려는 시도도 꽤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열정에 기름붓기', '문토', '아그레아블' 등 같은 곳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거나, 성격이 많이 변했습니다. 코로나 영향이 가장 크겠죠.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없다는 건 정말 치명적입니다.
트레바리 역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고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트레바리는 뭐가 달라서 코로나 시국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을까요? 이제 코로나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이라고 보면 다시 다른 독서 모임들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파운더'라는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맥도날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에 대한 영화죠. 원래 작은 햄버거 가게인 맥도날드의 가능성을 보고 프랜차이즈화를 시켰던 레이 크룩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죠. 햄버거만 팔아서는 비용이 감당 안 되는 겁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말합니다. 햄버거에서 수익을 찾지 말고, 부동산에서 해법을 찾으라고 말이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로구요.
독서모임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햄버거 얘기냐 하실 수 있는데요. 본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독서모임에 왜 돈을 내고 참여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분들이 꽤 많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도 의문이에요.
사실 회원들이 오직 독서 모임 때문에 돈을 내고 트레바리에 참여한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사실 독서모임은 네이버 카페나 다른 소모임 앱, 심지어는 당근마켓 같은 곳을 통해서도 함께 책을 읽을 분들 모집하고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모임도 많이 있구요.
그럼 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트레바리에 참여할까요? 저는 독서 모임보다는 멤버십을 사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여기서 멤버십은 회원권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거죠.
카페든 당근이든 다른 독서모임에서 퀄리티를 담보할 순 없죠. 트레바리라는 세계의 멤버로 들어가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가 있습니다. 만약 맘에 안 드는 모임이라면 환불을 하거나, 다른 모임으로 갈아탈 수도 있으니 실패할 확률은 더 낮아집니다.
맥도날드에 비유하면, 독서모임이 햄버거이고 멤버십이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독서모임이 '비즈니스'가 된다고 생각해서 참여한 곳들은 실패한 곳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죠.
그러면 트레바리는 어떻게 이런 '멤버십'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사실 트레바리에서 제공하는 혜택에 의한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솔직히 혜택이랄 게..). 그렇다고 회원들의 지속적인 충성도에서 기반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죠. 최근 제가 참여하는 모임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신규 회원이 60~70% 정도 되거든요.
여기서 전 리처드 도킨스가 이야기한 'MEME'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요즘엔 짤 정도로 이해되곤 합니다만, 문화의 전파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문화가 존재합니다. 야구에 팀 컬러라는 것이 존재하죠. 어떤 팀은 약한 전력으로도 계속 이기고, 어떤 팀은 계속 좋은 선수, 좋은 감독을 수혈해와도 집니다. 신기하죠. 불과 3~4년이면 핵심 구성원들이 다 바뀌게 되는 학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러스처럼 문화도 조직 내에서 계속 남아 있는 겁니다.
초기의 트레바리부터 윤수영 대표를 비롯해 직원 및 핵심 멤버들이 함께 쌓아 온 문화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제는 윤수영 대표가 토론에 참여하지도 않고, 당시의 파트너들도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때의 문화는 파트너나 멤버들을 통해 계속 전파되어 남아 있는 것이죠.
이러한 문화가 처음 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토론이 가능해지도록 만듭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세계관(유니버스)이 형성된 것이죠. 그렇기에 혹시라도 트레바리와 유사한 독서모임을 만들려고 하는 곳이 있다면 더 좋은 시설이나, 더 늦은 회비 등으로 승부하려고 해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건 본질이 아니거든요.
결국 자사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B2C의 모델이 아니라면 최근 이야기 되고 있는 B2C2C 모델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앞의 ‘B2C’ 보다는 뒤에 나오는 ‘C2C’ 즉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가치가 만들어지게끔 해야 하는 거죠. 트레바리의 경우 파트너와 멤버, 그리고 멤버와 멤버의 관계가 C2C가 되겠네요.
위의 기사를 보면 제가 이야기한 내용과 좀 다른 관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트레바리가 코로나 시국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크게 두 가지예요. '투자 유치'와 '랜선 트레바리'입니다. 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사를 보시면 되니까요.
그리고 향후 온오프 종합 취미 모임으로 거듭나겠다고 되어 있는데요. 원래부터 '독서모임'이 본질이 아니라는 점에선 '피보팅*'이 가능한 범위라고 생각됩니다만, 독서가 아닌 취미 모임에서도 파트너와 멤버십의 관계라는 MEME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선 궁금해지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 피보팅(pivoting) :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업 방향의 전환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