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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Aug 10. 2022

브런치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다들.. 브런치 왜 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다고 수익을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글 잘 썼다고 누가 풍선을 막 쏴주는 것도 아니. 글 한번 쓰다 보면 한두 시간 가는 건 금방인데, 야심 차게 올린 글의 라이킷이 10도 못 채우면 '내가 이러려고 브런치 했나?' 하는 마만 남기죠. (뭐 라이킷 받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냐 묻진 말아 주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브런치를 못 떠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올려 놓은 글이 140개 정도 되지만, 발행 취소한 글, 쓰다가 만 글, 다 썼지만 아직 못 올린 글 등을 포함하면 수백 개에 달합니다. (이 글에 붙은 넘버를 보니 310번이군요) 여기 쏟아부은 시간만 해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죠.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뭔가 미련(또는 야)이 있으시거나, 이제 한번 시작해 볼까 하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신 분들이겠죠.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볼까 합니다.


브런치엔 출간 작가 분들도 꽤 고, 구독자가 몇 만에 달하는 분들도 보입니다. 이제 고작 구독자 몇 백 명 정도인 제가 브런치가 이런 곳이다 하고 말하는 게 좀 가소롭게 보일 순 있겠다.. 싶지만 (더구나 저런 거창한 제목을 달고) 그래도 나름 기고도 하고 있고, 미미하지만 수익도 창출하고 있으니... 이제 시작하는 분들께는, 또 열심히는 쓰고 있지만 도통 수익과는 연결되지 않더라는 분들께는 제가 나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튼, 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제가 마케팅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도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브런치 역시 나는 왜 브런치를 하고 있을까 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기승전-출간'을 위한 플랫폼인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은 대체로 공감하시겠지만 기능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아~ 내가 글을 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브런치 유니버스에선 서로 '작가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또, 다른 브런치 구경하다 보면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에 자극도 받습니다. 오늘도 글 하나 꼭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정말 책을 내려고 하면 만만치 않습니다. 브런치에서 매년 출간 프로젝트도 열고 있지만 고작 10명 정도를 뽑더군요. 여기 들려면 그야말로 별을 봐야 할 것만 같습니다. 


물론 누구나 이런 극한 '서바이벌'을 통과해야 하는 건 아니죠내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직접 연락이 올 수도 있고, 누적된 글을 모아 출판사에 보내거나 아니면 P.O.D(Publish On Demand)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어찌 됐든 내 책 한 권 갖는 게 꿈이고 최종 목표라면 방법이야 찾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결국 '수익'이 문제입니다. 설령 책이 출판이 된다 해도 과연 인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출판을 한다 해도 요즘엔 계약금은커녕, 일부 투자를 함께 하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초판 나오면 작가가 책 일부를 구매하라는 거죠.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출판 현실이 그렇습니다. (서적 유통과 관련된 일을 잠깐 해봤는데, 팔리는 책들 대부분은 참고서 같은 교육용 도서들)


그럼,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은 모두 수익과 관계없이 (책 한 권 갖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여 있을까요? 아니면 책도 필요 없고 그냥 글을 쓰는 자체를 사랑하는 걸까요?




브런치는 돈이 되는 채널이 아닙니다. 


어쨌든 브런치는 돈이 안됩니다. 앞서 말했듯 광고 수익도, 슈퍼챗도, 풍선도 없으니까요. 돈이 되는 건 브런치가 아니라 '글(콘텐츠)'이죠.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브런치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는다 해도 책도, 돈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브런치도 돈이 되게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만..) 


저만해도, 제 글 중에 조회수 1-3위에 해당하는(즉,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노출된) 글들은 책이나 강의로 활용되기엔 애매한 것들이더군요. 그냥 그때의 관심사와 잘 맞아 떨어졌을 뿐이죠. 만약 앞서 말한 '돈이 되는 채널'들이라면 이런 글들도 분명 금전적인 도움이 됐을 겁니다. 


결국 브런치를 통해 내 글이 빛을 내야 하지만, 브런치를 벗어날 수 있는 글이라야 합니다. 그게 강의든, 기고든, 또는 책이든 '탈(脫) 브런치'가 가능해야만 하죠..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내 브런치 채널에 브랜디드 콘텐츠, 즉 홍보성 글을 올리는 방법도 있죠.)


기고와 강의로 연결되려면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야 합니다. 재테크라던가, 전문적인 지식(의학이나 법률, 아니면 저처럼 마케팅 등)이라던가, 직장 생활과 관련된 내용들 같은 거죠. 요즘 유행하는 주제인 퇴사나 여행 같은 주제도, 그 분야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라면 가능하겠죠. 


제가 처음 브런치에 주로 쓰던 글은 주로 인문학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에세이류는 자신이 없으니, 당시 읽고 있던 책들에 대한 서평을 올린 거죠.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냥 그뿐이었죠. 약간의 라이킷과 조회수...


그러다 어느 날 모 잡지에서 '기고' 요청이 오더군요. 인문학이 아닌 마케팅 관련된 내용으로요. 역사나 철학, 영화 관련된 글을 올리는 사이에 마케팅 관련된 글들을 몇 개 올렸거든요.


이때부터 브런치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 들었어요. 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려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려는 건가? 하는 부분이죠. 본업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분야를 밤낮없이 연구해서 재야의 고수가 되신 분들도 꽤 많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인문학 절필(?)을 하고, 마케팅 관련 글을 집중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한 두 차례 브런치 인기글 1위도 해보고 강의도, 기고도 몇 군데 진행하게 됐죠. 만약 브런치가 아닌 블로그 구독자가 5~6백 명 수준인 상황이라면 이런 게 가능할까요? 저는 브런치의 가치는 이런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나 조회수 보다, 제 글 자체를 더 주목해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거죠. 




브런치에 글을 쓸 때 고려할 두 가지.  


결론을 내볼까요? 간단히 얘기해서 책을 내고 싶은 것 자체가 목표라면 브런치는 좋은 채널입니다. 혼자 노트북 열어 놓고 원고 작성할 때보다는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렇게 봤을 땐 브런치는 공개된 습작 노트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브런치를 개인 브랜딩이나, 수익화가 가능한 채널로 바라보신다면, 두 가지는 꼭 생각하셔야 할 것 같아요.


첫째,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돈을 내고 -그것이 업체에서 받는 '원고료'나 '강의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독자가 직접 내는 '구독료'일 수도 있죠 - 볼 만한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가를 고려해 봐야 합니다. 나 스스로 가치를 고민하지 않고 쓴 글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길 바라는 것은 무리니까요. 


둘째, '나'는 내가 쓰는 글과 어떤 관계인가? 


정말 글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순수 창작물(소설이나 시 같은)이 아니라면, 결국 에세이나 정보성 글은 작가가 누구인지를 함께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직업과 관계가 있거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겠죠. 


9회 브런치 북 수상 내역을 봐도, 자영업 이야기, 집을 산 이야기, 섭식장애, 여자야구 등의 주제가 주목을 받았네요. 작가의 직업과 연결되거나, 경험담, 적어도 취재를 통해 담은 현실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나만의 경험, 평범하더라도 집중적으로 파고든 이야기여야 합니다. (적어도 브런치에서는..) 



저 역시 마케팅을 공부했고, 광고 회사에 오래 몸 담았기 때문에 마케팅 글을 쓰기로 결심한 부분이 큽니다. 그것이 진정성과 연결이 되고 글에 가치를 주죠.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라거나 학생, 또는 주부라도 마찬가지죠. 꼭 직업이 아니라도 어떤 경험을 통해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떤 글을 쓰실 건가요? 그리고 글을 읽는 독자 분들께 '나'는 누구로 비치길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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