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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Sep 07. 2022

왜 지금 다시 '브랜딩'일까?

작은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비밀 노트

요즘 '브랜딩'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아졌습니다. 여러 강의나 책들도 있고 브런치에도 관련된 글이 심심찮게 보이죠. (조회수도 높습니다) 덕분에, 아직 자세히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저도 관련 강의를 하나 준비하고 있구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제 브랜드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왜 다시 브랜딩이 주목받는 걸까요? 그리고 과거의 '브랜딩'과 지금 이야기하는 '브랜딩'은 같은 걸까요? 


오늘의 글은 왜 다시 브랜딩인가라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각 시대별로 브랜드나 마케팅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왔는지를 보면 관심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매스미디어 시대의 가치 : T.O.M.


브랜드의 시대, 각종 브랜드 관련 이론들이 쏟아지고 모두가 브랜딩에 힘을 쏟을 때, 그리고 각 회사별로 '마케터' 보다 '브랜드 매니저'이라는 타이틀이 더 있어(?) 보이던 시절.. 브랜딩을 하는 모두에게 선망이 대상이 된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글의 커버 이미지, '코카콜라'죠. 


당시엔 브랜드에 순위를 매겨 줄 세우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인터브랜드'가 있습니다. 지금은 빅테크 브랜드들에게 왕좌를 내줬지만 한때 코카콜라는 부동의 1위였는데요. 이러한 평가를 하는 회사들은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매길까요? 


K-BPI = 1000(0.4'X1' + 0.2'X2' +0.1'X3' + 0.3'X4')
X1 : 최초 인지도, X2: 비보조인지도, X3 :보조인지도, X4 : 브랜드 로열티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참조 


간단히 말해 인지도가 70%, 브랜드 로열티가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이때 마케터나 광고대행사들이 항상 주목하던 지표는 TOM(Top Of Mind, 최초상기도)이었고, 따라서 광고나 마케팅의 역할은 'Awareness'(인지)나 'Desire'(로열티)가 핵심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지표가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실제로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쪽으로..) 



이 당시의 고객 여정으로 주로 사용되던 AIDMA에서 마지막의 'Action' 즉 '구매'는 모든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받게 되는 복권 같은 거였습니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건 Action의 전 단계까지, 즉 상품이 진열된 매대 앞에 설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게 만드는 것(Memory)까지인 셈이죠. 그 뒤는 진인사대천명 같은 겁니다. 


* 최근 브랜드 평가 방식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브랜드의 최근 브랜드 평가 방식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2. 퍼포먼스 마케팅 시대의 가치 : ROAS. 


인터넷이라는 것이 세상을 당장 바꿀 것 같았지만, 초기의 인터넷 광고는 전통적인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광고를 하는 입장에서도 신경 써야 할 매체가 하나 늘었다 정도였고, 그나마 기존 주력 매체(TV, 신문)의 '키비'(Key Visual)를 조금 '바리'(Variation)해서 쓰는 수준이었죠. 


본격적인 디지털 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가 되면서부터라고 생각됩니다. 디지털 채널의 개념이 그냥 '스크린'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변했으니까요. 이 시대가 되면서 대표적인 지표는 ROAS로 변합니다. 'Action'에서 역산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ROAS를 쓰지 않는 곳도 대체로 Cost Per..로 시작되는 지표들은 쓰고 계실 겁니다) 

 

여기서 연결되는 개념이 '그로스해킹'이고 'LTV'입니다. 제가 그로스해킹을 이해하기로는 효율이 좋은 쪽으로 계속 개선하다 보면 어느덧 LTV가 올라간다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LTV가 뭔지는 이 '링크' 참조)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요? 아래 예를 한번 보시죠. 



비슷한 시기 식당을 시작한 두 친구가 있습니다. 편의 상 '장가 포차'와 '단밤'이라고 할게요. '장가 포차'는 처음부터 유동인구 분석에서 각종 원가 분석을 철저히 해서 초반부터 조금씩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발생한 수익으로 꾸준히 광고도 했는데요. 그때그때 트렌드를 반영한 신 메뉴 광고를 하니 광고 보고 왔다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죠. 


그에 비해 '단밤'은 입지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찾는 손님도 없고, 손님이 없다 보니 재료의 회전도 잘 되질 않았는데요. 바잉파워가 떨어지니 경쟁력도 약했죠. 시간이 많이 남았던 '단밤'은 SNS에 집중했습니다. 광고할 돈도 많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한번 온 손님들이 자신의 SNS에 음식 사진을 남길까 고민했습니다. 



한마디로 장가 포차는 꾸준히 퍼포먼스 마케팅을 했고, 단밤은 콘텐츠 마케팅을 했다고 볼 수 있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물론 단밤이 삽질하고 있는 동안 장가 포차가 대박을 쳐서 단밤에 세든 건물을 인수했을 수도 있죠. 불후의 명저 '마케팅 불변의 법칙'도 이런 글로 마케팅 꿈나무들의 희망을 짓밟은 적이 있거든요.


돈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아무 가치가 없다. (중략) 돈은 마케팅 세상을 돌아가게 만든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22. 재원의 법칙 중


하지만 제가 선호하는 해피엔딩(?)은, 어느 순간 간판도 없는 단밤엔 '오픈런'이 발생하고, 장가 포차는 꾸준히 광고를 해야만 손님이 오는 식당이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규모는 장가 포차가 더 클 수 있어도 수익성으로는 단밤이 월등하죠. 요즘은 이런 스토리가 더 먹히지 않나요? (드라마 얘기는 아닙니다..). 





3. 결국 목표는 LTV인데, 왜 이런 오류가? 


분명 장가 포차 역시 단골, 즉 고객의 LTV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뜨내기손님 몇 잡자고 마케팅을 하는 곳은 없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심슨 패러독스'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심슨 패러독스가 뭘까요? 일단 아래 내용을 한번 보시죠. (텍스트 깨짐 아님 주의)


'a_1/A_1 > b_1/B_1a1/A1>b1/B1 이고 a_2/A_2 > b_2/B_2a2/A2>b2/B2' 이라고 반드시 '(a_1+a_2)/(A_1+A_2) > (b_1+b_2)/(B_1+B_2)(a1+a2)/(A1+A2)>(b1+b2)/(B1+B2)' 인 것은 아니다. 즉, 각 부분에 대한 평균이 크다고 해서 전체에 대한 평균까지 크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영국의 통계학자 에드워드 심슨이 정리한 역설로(심프슨의 역설이라고도 한다) 각각의 변수에 신경 쓰지 않고 전체 통계 결과를 유추하다 일어나는 오류이다.

나무위키 발췌


좀 복잡해 보이지만,, 각 부분의 통계와 전체의 통계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위의 식당의 예에 대입시켜 보면 장가 포차의 '입지' '광고' '트렌디한 메뉴' 등에 대한 개별적인 투자가 당장의 수익엔 기여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 즉 LTV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인 최상의 ROAS가 최상의 LTV를 보장하진 않는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으로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네이버 페이를 써서 비회원 구매를 유도하거나, 카카오 메이커스 같은 곳에서 아이템을 판다면 분명 현재의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고 효율면에서도 가장 좋은 선택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선 우리 브랜드가 잘 보이지 않거나, 회원들이 가입할 동기가 약해지죠. 장기적으로 우리 제품, 우리 브랜드를 찾는 찐팬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방법으로 크게 성공을 거둬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재원의 법칙이라는 신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때 페이스북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던 업체들이 순식간에 무너진 사례들도 있듯이, 지금 최상의 결과를 내는 방법이 과연 미래의 성과도 보장할 수 있을까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왜 다시 브랜딩에 주목하게 됐는가? 


결국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주변에서 단밤 같은 업체의 성공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2) 단밤에 비해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여전히 간당간당한 수익을 내는 장가 포차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쭉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위기감이 생긴 탓이죠. 




해결책은 결국 브랜딩, 하지만..


그래서 결국 해결책은 브랜딩이구나.. 하는 데까지는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매스미디어 시대의 브랜딩과 지금의 브랜딩은 다르죠. 무엇이 다를까요? 


광고계에는 아래와 같은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되는 돈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 낭비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를까요? 아뇨, 비슷합니다.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하지만 안 써도 되는 광고비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정도는 됐습니다. 말장난 아니냐구요? 


매스미디어 시절, 광고 대행사의 미디어 플래너들이 흔히 하던 말이 있는데요. '광고비 X억 이상 쓰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아요..' 하는 말이죠. (아마 지금도 많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TV 광고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낭비되는 비율 자체는 획기적으로 못 줄이더라도 최소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절대적인 금액을 줄일 수는 있는 시대가 됐거든요.  


결국 이 시대의 브랜딩을 위한 첫걸음은, (비유하자면) 나를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것(즉 인지도)이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보험을 가입해주거나,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확실한 몇 명의 친구를 찾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역으로 말해, 아무리 둘러봐도 그게 누구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안됐지만 어떤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구요.  


브랜딩이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의 브랜드를 정말로 좋아해 줄.. '작지만 소중한' 팬들을 찾아내고 서로 연결하는 작업.. 그 지점에서부터 브랜딩을 시작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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