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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Sep 22. 2022

한국의 자영업은 계속될 수 있을까?

오늘의 마케팅, 9월 22일.

꽤 오래된 농담 중에, 명동거리에서 '김 사장님'하고 부르면 수십 명이 돌아본다는 말이 죠. 한국에서 김 씨 성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장님', 즉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뜻도 됩니다.

 

근래에는 이 농담이 좀 구체화됐습니다. 어떤 자영업이냐가 특정된 거죠. 모든 직장인의 끝은 치킨집 사장으로 수렴한다던가... 판교에선 코딩하다가 막히는 것이 있으면 치킨집 사장님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말까지 있더군요. (프로그래머들이 퇴사 후 모두 치킨집을 차렸다는 얘기죠)


그럼 한국의 자영업자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원희룡 장관이 제주지사 시절,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 넘어가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말을 해서 팩트체크를 한 기사가 있더군요. 결론을 말하자면, OECD 중에 유일하진 않지만, 주요국 중에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이 6%대, 일본이 10%대인데 한국은 24%가 넘는다니 엄청난 수치죠.





대한민국엔 왜 자영업자가 많을까?


많이들 이야기하는 원인으로 재취업 기회, 사회 안전망 같은 것이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영업자가 양산되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 때문이 아닌가 싶은 거죠.


만약 이런저런 사정으로 퇴직을 하게 되거나, 한동안 일을 하지 않다가 새롭게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기술이나 경력 기반의 일이 아닌 이상 취직을 해도 인건비가 워낙 낮습니다. 차라리 장사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은 거죠. 게다가 한국의 자영업은 가족 노동력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본인이 애매한 일을 통해 벌 수 있는 것보다는 낫고, 필요시 인력(가족 포함)은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자영업자가 양산된 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민을 위한 (좋은) 경기는 없다.


문제는 자영업자가 계속 어렵다는데.. 앞으로는 좀 어떨까 하는 점입니다. 보통 시장에서 장사를 계신 분들이나, 청계천 같은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시던 분들, 치킨집, 편의점 하는 분들께 물어보면 경기(景氣)가 너무 안 좋다는 말씀들을 하죠.. 사실 서민 경기는 88년 이래 줄곧 내리막입니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없고요.


그럼 시장은 어떻게 변해 갈까요?


얼마 전, 식당에 시급 1만 원을 넘게 준다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기사(아래 기사 링크)가 올라왔습니다. 이 기사의 네이버 댓글들을 보니 오히려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기자는 1만 원은 큰돈으로 생각하는 거냐라는 비아냥도 있었죠. 차라리 배달을 하건, 다른 플랫폼 노동을 하지 누가 식당에서 1만 원 받고 그 고생을 하겠냐는 거죠.



식당뿐이 아닙니다. 최근 심야 시간에 택시 잡기도 어렵죠. 다들 택시 운전 대신 다른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택배 노조는 잠시 소강상태지만 또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배달비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배달료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도 적자라며 언제 올릴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죠.


경제가 좋아지면 좀 나아질까요? 아닙니다. 경제와 서민경기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디커플링이라고 하죠. 살기 좋은 나라, 즉 선진국이 되면 나아질까 싶지만 그것도 관계가 없습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공식적으로 선진국이지만 훨씬 앞서 선진국 된 나라들을 볼까요?


선진국이 되면 모두 좋은 점만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불편한 점들도 꽤 있습니다. 집이나 가전제품 수리 같은걸 위해 사람 한 명 불러서 뭔가 하려고 하면 청구하는 돈이 깜짝 놀랄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언제 올지 기약이 없죠. 더구나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니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지겠죠.




배달이나 물류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라고 하는 일자리는 항상 있습니다. 예전처럼 혹시 일자리가 없어서 굶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신청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죠. 로봇이 이런 일자리를 뺏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당분간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고요. 


이제 최저임금 밑으로 월급을 줘도 되는 그런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저임금 구조에 의존해 돌아가던 산업의 사이클이 전반적으로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는 거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임금에 기대 운영되던 사업이라면, 그게 자영업이든 다른 형태든 계속되기 어렵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아 그럼, 요즘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같은 것도 많이 나오던데 인건비가 오르면 그런 기술의 힘을 빌리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기본적인 전제는 자영업자입니다. 기본적으로 로봇이 일하게 만들려면 로봇이 일하기 적합한 공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로봇은 보통 1~2가지 업무에 특화 되어 있으니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작은 가게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런 자동화는 오히려 대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됩니다. 특별히 고용이 필요하지 않고, '한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불만 없이 일하는 직원'이 있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맹 대신 직영으로 운영하는 식당을 만들지 않을까요? 그 쪽이 훨씬 수익이 높을테니까요... 


결론적으로.. 만약 식당이나 가게 등을 생각하고 게신다면... 또는 이미 하고 계신다면, 고부가가치 형태로 하루라도 빨리 전환하던가, 플랫폼을 통한 수익(그게 플랫폼 노동이든, 쇼핑몰 같은 형태든) 창출을 생각해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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