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프로 May 03. 2023

브런치에서 사랑받는 작가는 따로 있나요?

나만의 조언자 찾기

전 사실 에세이 같은 걸 못 써요. 제 글은 대부분 저 개인에 대한, 또는 일상의 이야기가 아닌 어떤 대상(브랜드, 마케팅, 역사, 책 등)에 대한 내용들이죠. 


그런데 요즘 브런치에서 많이 읽히고 있다는 글들을 보면 결혼 이야기, 퇴사 이야기, 운동이나 여행 이야기 등.. 한마디로 '나와 밀접한, 남의 이야기'가 인기입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말로 스낵 컬처 콘텐츠 같은 에세이들이 브런치에서 먹힙니다.


서점에도 예전처럼 심오한, 또는 흐름이 긴 소설은 잘 안 팔리죠. 조금 과장하면면, 어떻게 돈을 버는가, 어떻게 내 인생을 위로받을 것인가 같은 책이 제일 잘 나가고, 인문학 분야엔 여전히 무게감 있는 책들이 있지만 거의 소장용(?)인 것 같고, 소설도 웹소설 비슷한 판타지 류가 잘 팔리죠.




난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이런 (가벼운?) 트렌드가 문제다라는 꼰대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구요. 이런 흐름을 아는 것과 별개로, 나는 그런 글을 쓸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세사 일이 다 그렇죠,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게 달라요)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들에선 이렇게 얘기합니다. 누구나 나만의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라구요.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연예인으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날 때부터 금수저인 것처럼.. 누군가는 굳이 그런 인생을 살려고 하지 않았어도 인생이, 또는 직업이 강력한 스토리가 되는 분들이 있거든요.


선동렬이나, 이종범 같은 분이 코치가 돼서.. 왜 그게 안 돼? 노력을 좀 해 봐..라고 하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죠. 마찬가지로 아무리 내 이야기를 찾아보려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우리의 '가치'를 찾으라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 아무리 찾아도 당최 우리 회사는 뭘 지향하는지, 뭐가 가치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돈은 나름 잘 벌고 있으니 괜히 사서 걱정인가 싶을 때도 있구요)




남의 시선으로 보자


나에겐 너무나 당연하지만 남에겐 새로운 것이 있습니다. 난 남이 돼보지 않았으니 그들에게 뭐가 새롭게 보이는지 알 수 없죠. 이걸 요새 메타인지라고 하던가요?


제가 대행사에 있을 때 푸르덴셜생명의 경쟁 PT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는 금융권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던지라 수주 가능성이 거의 없었죠. (회사 내에서도 되겠어? 하는 분위기) 하지만 금융 프로젝트는 돈이 되는지라 (당연한 얘기) 꼭 수주해서 우리 레퍼런스를 만들어 놔야 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제가 가장 강조한 것은 라이프 플래너(이하 LP)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예전에 제가 창업을 했을 때 LP 교육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전 '뷰티플래너'라는 걸 만들고 싶어서 'LP'를 참고하려 했던 거구요)


이 교육은 LP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채용 설명회 같은 거였습니다. 총 3회의 교육이었는데, 가장 강조하는 내용으로 우리(LP)는 고객에게 보험을 파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파는 거다, 고객의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도와 드리는 거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프리젠테이션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죠. 푸르덴셜의 마케팅에는 바로 이런 내용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저희 프로젝트 수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후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걸 찾고 싶다면 많은 이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이들이 나에게,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겠냐 물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조언해 주길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변을 잘 찾아보시면 분명히 있을 거예요.

 



푸르덴셜 LP에 대한 내용은 내부에선 누구나 고 있는 내용입니다. 당연한 거죠. 하지만 이걸 그동안 마케팅 포인트로, 핵심 가치로 쓸 생각을 안 했을 뿐입니다. 


자..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면 참 아름답겠습니다만.. 반전이 또 있어요.


얼마 뒤에 푸르덴셜에서 새로운 TVCF가 론칭됐죠. 저희 회사가 만든 건 아닙니다. 굉장히 유명한(안 좋은 쪽으로) 광고라 기억하시는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위에 제가 했던 이야기(LP에 대한)와 연결해서 이 광고를 한번 보세요.


푸르덴셜 TV CF


얼마 전 축구협회에서 승부조작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사면 이야기가 나왔다가 질타를 받고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의문이 들죠. 왜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욕먹을 걸 모르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요컨대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생산의 질은 더 낮아진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악마의 대변인'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회사도, 나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안에, 그리고 내 안에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존재가 없다면 진짜 강점을 발견 못하거나, 약점을 커버해주지 못할 수도 있어요.


브런치로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나에 대해 알고, 나의 글에 조언을 해줄 분이 옆에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돈을 벌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