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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Apr 29. 2023

돈을 벌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니?

꽤 오래전, 제가 정말 감명 깊게 봤던 기사가 있는데요. 56세의 나이로 한의대에 편입한 권순영 씨 이야기였습니다. 이 기사의 핵심 메시지는 이거였죠. 


30년은 나를 위해,
그다음 30년은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봉사하는 데 쓰고 싶다


이 글의 제목 '돈을 벌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니?'는 (아시겠지만) 타짜 평경장의 대사입니다. 요즘은 돈이 목표인 분들도 많죠. 하지만 돈은 결과이지 목표가 되긴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럼 나의 목표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분 생각이 나서 이 기사를 다시 검색해 봤는데요. 


대기업 이사까지 지내고 퇴사했지만, 소외받는 노인들을 목격한 이후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의대를 선택한 겁니다. 


왜 굳이? 하는 생각도 들고, 의대 공부가 쉬운 것도 아니니 과연 졸업은 하셨을까 궁금하기도 하죠. 어쨌든 제가 기사를 보고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인생의 방향이 굉장히 뚜렷하구나 싶은 거였죠. 


원래 브런치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안 했습니다만, 저의 '목표' 이야기를 할 겸 처음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20대에 창업을 하다. 


저는 어릴 때 주말이면 항상 서점에 가곤 했는데, 서점에서 주로 머물던 곳은 셜록 홈즈 같은 추리 소설 코너였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또 관심을 가진 곳은 성공한 경영인들의 이야기였죠. 사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기도 했지만, 전 유독 그런 책을 보면 가슴이 뛰곤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야망(?)'이 있었나 봅니다. 


어릴 적 베스트셀러였던...


그런 야망이 눈에 뜨여서였을까요? 제대를 하고 얼마 안 돼서.. 정말 우연히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의 첫 사회생활은 취직이 아니라 사업이 된 거죠. 


당시 투자처를 찾고 계시던 분이 있었는데, 같이 맥주 한잔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저에게 투자를 제안한 겁니다. 사실 당시 저는 제가 직접 사업을 하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분의 눈에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가 보였던 모양입니다. (당시 전 항상 경제지를 읽고, 성공한 경영자들의 책을 봤거든요) 


그때는 월급을 조금 더 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항상 새로운 사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사업 관계상 만나본 분들 중에는 자기 회사로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에겐 아무 경력도, 자격증(운전면허조차 없었죠. 지금도 없지만)도 없었는데도요. 


그래서 그 뒤엔 어찌 됐느냐.. 투자 한파가 찾아오고 돈줄이 막히면서 저희 회사는 더 큰 회사(지금도 꽤 잘 나가는 회사죠)로 인수가 됐는데, 조직이 커지니 점점 제 존재는 희미해지더군요. 저희 회사를 인수한 회사로 첫 출근을 한 날, 전 처음으로 발령장이란 걸 받았습니다. 


전 그날 새 직급을 알았습니다. '사원'이더군요. 제가 뽑은 직원들은 '대리'나 '과장이었죠. 갑자기 전 꿈 많은 야심가에서, 사회 경력 일천한 일개(?) 신입 사원이 된 겁니다. 미련이 남아 좀 더 버텼지만 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회사를 떠났죠. 


나중에 저에게 투자해주신 분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저희가 쓴 돈이 대략 40억 정도 됐다고 합니다. 만약 지금 다시 그 정도 투자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냐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냥 부동산 투자해야죠' 




대행사 임원이 되다. 


그리고는 뭘 할까 고민했는데요. 생각해 보면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남들처럼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은 적도 없고, 직원으로 일한 게 아니라 경력이라곤 사업뿐이니까요. 딱 한 군데 면접을 봤는데(아마도 제 이력서를 잘 안 읽어 본), 제가 그간 해왔던 일들을 설명하니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저희는 관리자가 아니라 직원을 뽑으려는 건데요.  


고민 끝에 대행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광고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전 회사에 있을 때 당시 제일 잘 나간다는 회사들에게도 일을 맡겨 봤는데, 실망한 것도 컸습니다. 저렇게 밖에 일을 못해?? 내가 하면 더 잘하겠... (당시 세상 물정 모르던 때라..) 


그래도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대행사는 재미도 있었죠. 앞서 다니던 회사에선 나이도 어리고, 투자한 회사 눈치도 봐야 했는데, 대행사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롭고 (나이가 당시 저랑 얼추 다 비슷) 제가 제안한 것을 받아들인 회사와만 일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었거든요. 


종종 제가 광고회사 출신이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셨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광고회사를 좀 아는 분이라면 AE냐, 아트냐, 카피냐.. 같은 질문을 하죠. 디지털 쪽이라고 하면 디자인이냐, 개발 쪽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만 전 어느 쪽도 아닙니다. 해본 적도 없어요. 


처음부터 한 일이 제안입니다. 혼자 제안서를 쓰고 광고주 앞에서 프리젠테이션까지 했죠. 원래 기존 회사에서 전략을 담당했던 것과, 어릴 적부터 경제지를 외울 정도로 보면서 '예비 광고주(?)'들에 대해 나름 공부를 하고,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혼자 상상하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누군가는 AP 업무에 가깝다고 하기도) 


그 뒤에 한 일은 역시 팀 관리입니다. 결정적인 건 새로 부임한 대표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우연히) 광고주 미팅 전에 잠깐 시간이 나서 커피 한잔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 역시 저에게서 무엇을 보셨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디지털 부분 총괄을 맡기기로 한 겁니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본사 건물입니다. 파리에 가서 직접 찍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원 발표가 납니다. 타이틀은 지금 봐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명함엔 Innovative Business VP라고 쓰여 있었죠. 당시 대표님이 멋있어 보이는 타이틀로 만들어 보라고 해서 다른 분이 지어준 겁니다. 물론 명함을 줄 때마다 그래서 뭐 하시는 분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여튼,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글로벌 3대 광고미디어그룹 중 하나였는데,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제가 오를 수 있는 거의 한계까지 오른 거죠. (왜 한계냐구요? 저는 영어를 잘 못했거든요.. 아! 이곳은 외국계 회사) 




돈이 목표? 목표가 돈이 됩니다. 


자랑인가, 아님 넋두리인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고, 연봉도 많이 받고 싶었고, 직장 생활하면서는 별(?)도 달고 싶었습니다. 결과만 보면 다 이룬 셈이죠. 가끔 저조차도 이유가 뭘까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또 누군가는 사주(?)가 좋아서라고 합니다. 뭐 정치만 잘해서..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도 한동안은 운인가? 그렇다면 운을 너무 일찍 소진한 거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기회나 운이 찾아오는 이유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내 목표(목적)가 분명해지면 갑자기 안 보이던 기회가 보이고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사람도 귀인이 됩니다


아마도 저를 지원해 주신 분들은 은연 중에 제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걸 봤을 겁니다. 거기에 배팅을 하신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것도 분명해집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주변에 알리는 거죠. (마치 금연 선언을 하듯..) 


지금의 제 목표는 지금껏 쌓아온 브랜드와 마케팅 관련된 지식을 나누고, 또 좋은 분들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함께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앞서 권순영 씨의 이야기를 했죠. 이 분의 말을 흉내 내 볼까요?! 


20대엔 돈을, 30대엔 명예를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아직은 수양도 덜 되고 통장에 잔고도 부족한 지라, 저는 봉사하는 삶 같은 좀 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벌고 싶다가 솔직한 목표입니다. 


별 거 아닌 얘기를 왜 이렇게 돌아왔냐, 너무 소박한 목표 아니냐 하실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을 버는 게 만만치는 않다는 건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우연히 이런 글을 보기도 했구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을 알면 자신의 삶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캐럴 피어슨, <나는나> 


여러분은 그 '어떤 사람들'인가요? 지금 진짜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걸 알기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요? 저는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제가 하는 일들을 계속 공유할 예정인데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명확한 목표로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이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앞으로 제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 '브랜드헌터'라는 네이밍을 해봤습니다. 앞으로 이 이름으로 함께 인사이트를 공부할 분들도 모집할 생각이구요.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적 자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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