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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Jun 30. 2023

MZ가 아니라 Non-X 세대입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가 왜 한 묶음이 됐을까? 

전 항상 의아했던 점이 왜 'MZ'를 하나로 묶어서 부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세대를 지칭하는 여러 명칭이 있었지만 이렇게 두 세대를 뭉뚱그려 부른 기억은 없거든요. MZ는 20대 초에서 40대 초까지입니다. 무려 20년이죠. M세대의 맏이 일찍 결혼했다면 Z세대인 자식이 있을 정도예요. 


요즘 같이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때에 20여 년의 격차를 하나로 보다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작 MZ들은 같은 세대 내에서도 차이를 느낀다는데, 왜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된 걸까요? 전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류는 X세대 


보통 이런 세대 연구는 기성세대와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게 됩니다. 그럼 지금 기성세대는 누군가요? 바로 X세대입니다. MZ가 소비의 주축이고, MZ를 알아야 한다.라는 말들을 뒤집어 봤을 때 그 주체는 X세대라는 얘기죠.  


X세대는 사회 전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었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뀐 과정의 중심에 있었죠. 또 '누가 한국영화를 돈 주고 봐요?'라고 묻던 시대를 거쳐 우리 문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마니아들의 세대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X세대는 항상 세상의 중심이었던 세대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문화의 주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죠. 하지만 X세대부터 틴에이저들을 위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시장이 엄청나게 크게 됩니다. 


IMF 때문에 힘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덕(?)에 한국의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벤처붐이 일어났죠.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20대 때부터 사장이나 임원, 적어도 팀장급이었던 분들도 많습니다. 이때는 아예 X세대만으로 구성된 회사도 많았죠. 


지금껏 건재한 빅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이때 X세대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최초의 자급자족(?) 세대가 되죠. 스스로가 새로운 경제, 문화, 사회적인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겁니다. 사실 1988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와 다른 세대가 점점 존재감을 키웠어요. X세대에게도 기성세대는 있었습니다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윗세대들이야 아날로그 세대이니 애초부터 우리와 공통점이 있을 거란 기대도 안 했으니까요. 


우리가 대한민국의 스탠더드인데, 그렇게 무려 30년 이상을 살아왔는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니 당황스럽죠.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거든요. 




We에서 Me 중심으로 바뀐 첫 세대. 


 첫 번째 이유가 X세대에 있다면, 두 번째 이유는 MZ에 있습니다. X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세대이면서 동시에 '우리'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넘어가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좀 더 정확히는 개인 중심의 첫 세대보다는 우리 중심의 마지막 세대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국민교육헌장을 외웠고, 고등학교 때 교련을 배웠으며, 조국과 민족 앞에 몸과 마음을 바친다고 굳게 다짐했던 세대입니다. 영화 한 편을 보러 가도 애국가 끝나기를 다 일어서서 기다려야 했죠. 


8월의 크리스마스 '다림(심은하)'에 따르면 형제가 많아 아이스크림 한통도 천천히 먹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먼저 안 먹으면 다 뺏기고 말거든요.. 그렇게 '우리' 속에 살았습니다. 


MZ세대와 함께 일하면서 당황하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함께 뭔가를 해보자 할 때 '왜요?'라고 반문을 받는 경우입니다. '나 중심 vs. 우리 중심' 세계관의 충돌이죠. MZ는 내 시간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이 싫고, 함께 뭔가 해야 하는 것에 서툴죠. (그래서 팀장이나 임원 되길 싫어하죠) 


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 이런 충돌이 일어나는가를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렇게 X세대에 의해 MZ는 '타자화'됩니다. M과 Z가 얼마나 다른가는 상관이 없죠. 세상을 X와 X가 아닌 것으로 나눈 겁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X세대가 은퇴하는 시점까지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꽤 남았어요) 


그런데 X세대가 40대가 돼서도 '요즘 X세대는..' 하는 얘기를 들었던가요? 그런데 지금 (어느덧 40대가 된) 밀레니얼은 여전히 '요즘 애들' 취급입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혹시 X세대가 아직 우리의 가치관만이 표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지금까지는 X세대가 진짜 표준이 맞았었던 것 같은데요.  지난 대선에서도 확인됐지만 정치 성향도 X세대들만 유독 다른 쪽으로 튀고 있습니다. 


힘으로 놓고 봤을 땐 X세대가 여전히 중심입니다. 나라도, 회사도, 문화도 어딜 가나 그렇죠. 하지만 1인 1 투표로 드러나듯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X세대가 진짜 궁금해해야 할 것은 MZ가 왜 저럴까 가 아니라, 왜 우리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우리만의 세상이 아니거든요. 안 그럼 진짜 꼰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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