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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Jul 21. 2020

사피엔스의 미래? <호모 데우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

이 책을 읽은 건 사실 몇 달 전인데 이제 리뷰를 올린다...'사피엔스''호모 데우스'나 그전에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다가, 그래도 한 번씩 읽어보겠다고 책상 위로 잠시 외출했다 넣다를 여러 번...


그래도 트레바리 덕에 ‘벽돌’(사피엔스) 하나를 깨고 나니,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온 탄력 (뉴턴의 제1법칙?)으로 '호모 데우스'까지 독파할 수 있었다. (항상 시작이 어렵지, 일단 하고 나면 별거 아니니깐!!... but 그걸 또 금방 까먹으니 우린 사피엔스..)


당시 사피엔스를 읽고 나눴던 감상 중 ‘허무함’에 대한 평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인류의 역사’를 풀어놓은 장광설 앞에 ‘각질(?)’쯤 여겨질 개인의 존재를 생각하면 그러 듯도 싶지만, 난 '사피엔스' 보다는 '호모 데우스'를 읽고 좀 허무해졌다.




나만 없어, 데이터교(敎)...


유발 하라리는 마지막 장을 데이터교에 대한 할애 하는데, Dataism이 데이터교(敎)로 번역되어 있어서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어떤 사이비 종교(사이언톨로지류의?)의 교리 마냥 느껴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잘 공감되지 않던 부분이다. 마치 난 '도'를 믿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내 영혼의 맑음이나 선한 인상의 원인을 주구장창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마치 우리 집에만 고양이가 없듯… 나만 데이터교를 모르는 것일 수 있으니깐, 관련된 정보를 더 습득하고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는 있겠다. 전편만 한 속편이 없다더니, '사피엔스'로 기대를 너무 끌어올려서 그럴 수 있다..




지적설계와 자연선택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 전반을 아우르는 현대의 개념은 '지적 설계'와 '자연선택'이 아닐까 싶다. 종교의 시대가 무너지기 전까지, 인간으로선 어떤 절대자가 개입 없이 이 세상이 돌아간다고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종의 기원’ 이래, 우리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자의 무한한 힘이 또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랑이 아니라, 영겁에 가까운 시간의 힘이란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 만년 이상 살았다는 존 올드맨(The Man from Earth)이나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신선’이 아닌 이상 100년을 못 사는 인간이 앞으로도 그 깨달음의 근처에나 갈 수 있을까?



아직 우리의 뇌리 어딘가에는 누군가 발전의 방향을 잡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게 신이건, 아니면 이기적인 유전자 어딘가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코드이건... 그저 반복된 우연에 의해 여기까지 왔다고 보기에는 좀 실망스러운 면이 있으니까..


'호모 데우스'는 이제 스스로 지적 설계자가 되려고 하는 사피엔스의 이야기를 담는다, 과연 그것이 성공할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쉽게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그 AI의 수는 우리가 감탄을 자아낼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인간으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수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만 들다 우리는 연패를 당한다.




앞서 말했던 허무해진 이유로 돌아가 보자. 사피엔스가 과학을 만나 신(호모 데우스)이 된다면.. 거기에 '호모'를 붙이는 것은 너무 애처롭다. 창조물에 의해 멸망하는 엔지니어('프로메테우스'의..)의 처지가 바로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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