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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Nov 16. 2020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조선의 마지막 외국인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S. 게일(한글명 '긔일') 이라는 조선 말기 선교사다. 제임스 게일 하면 오늘날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선교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언더우드’와 함께 최초의 '한영'사전을 함께 만들었고, 최초로 우리나라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서 소개하기도 한 인물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업적이라면 '성경' 한글로 번역했다는 , 이때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1888년에서 1897년까지 조선에 머물면서, 또 여행을 하면서 기록한 기행문이다.




여기가 사대부의 나라, 조선입니까?


이 책이 조선에 대해 쓴 것이라는 정보가 없다면, 이게 조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가 TV 드라마나 극장에서 봤던 이미지와는 많이 이질적이다. ‘백의의 민족’이나 ‘동방예의지국’ 같은 이미지를 갖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저자가 일부러 왜곡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이곳 동방 전체에 만연한 소름 끼치는 관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처음 오는 사람들을 완전히 공포로 몰아넣는 것인데, 바로 온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중략) "왜 땅에 묻지 않죠?" "못 묻어요. 먼저 묏자리를 쓸 명당을 찾아야 돼요. 안 그러면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첫인상.


게일이 이 책에서 주료 묘사하는 이들은 '상놈'이다. 그리고 그가 묘사하고 있는 상놈들의 이미지 역시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 ‘백성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조선의 고질병은 바로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앉아서 시간을 허비하고만 있는 이 나라. 그러므로 곽 씨처럼 일로 굳은살이 박인 손을 가진 사람을 본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사건이었다.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첫인상.


우리가 봐 온 사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보통 양반 아니면 평민들이지만, 실제로 천민, 노비 계층의 비중이 상당히 많은 편이. 아마도 당시 이들의 이미지는 에서 언급한 대로, 무식하고, 게으르고, 더러웠던  사실일 듯하다. 우리보다 먼저 근대화  일본인들도 이런 ‘상놈’들을 접하고 마찬가지로 생각했을 건데, 이를 민족성으로 치부했던 건 문제가 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는 그들 역시 큰 차이가 없었을 테니... 




역사의 순간에서...


우리가 전혀 몰랐던 인물인 것 치고, 당시 게일은.. 또 선교사들은 조선에서 꽤 중요한 역할했던 것 같다. 조선의 최근 상황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을미사변에 대해 묘사를 하고 있는데, 전해 들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꽤 구체적으로 서술이 되어 있다.


전하의 권위가 떨어지고 곤경에 처하신 것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전하는 중전마마를 생각하며 울고 계셨다. 일본인이 중전을 죽였다고 왕께서 말씀하셨다. (중략) 전하께서는 왕후의 복수를 하는 자에게는 자신의 머리칼이라도 잘라 신을 삼아주겠다고 했다.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조선의 최근 상황.


그리고, 아관파천의 순간도 디테일하게 묘사를 한다 


그리고 2월 11일, 왕은 그의 작은 몸을 여성용 기마 뒤편에 실었고, 그 앞에는 나인 박 씨가 앉아 있었다. 세자 또한 이런 식으로 가마를 탔고, 이들은 천천히 궐문을 향해 나아갔다. (중략) 경비병들이 가마 안쪽을 대충 흘긋 살펴보자 박 씨가 말했다 "가림막을 내려주세요. 이 추운 아침에 굳이 왜 그걸 들어 올리나요?"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조선의 최근 상황


왕과 함께 나간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세세한 것까지는 알 수 없을 테니, 일부 전해 들은 얘기나 창작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깊이 있게 관여한 외국인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게일이 우리 땅에 머문 시기는 무려 40여 년 정도가 되는데, 이 글은 그중 10여 년의 경험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인요한 교수가 떠오른다. 게일이 조선의 마지막을 함께했다면, 그는 대를 이어 한국의 현대사와 함께 한 외국인(지금은 한국인)이다.


조선의 몰락에서 식민지 시기와 한국전을 거쳐오는 동안, 수탈에 앞장선 외국인도 많고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도 많았지만, 선교의 목적이든.. 봉사의 목적이든 우리를 돕기 위해 왔던 이방인들도 꽤 많았다. 요사이 대한민국의 GDP 순위가 다시 세계 10위로 올라섰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오늘날 우리는 세계에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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