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만 해도 제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무리 IT 업계가 빠르게 변하고, 또 AI 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식이 나온다지만 2023년 가장 뜨거웠던 OpenAI의 몰락이라니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2023년 11월 17일, 야심찬 미래를 발표한 OenAI의 DevDay(11월 6일)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OpenAI발 깜짝 뉴스가 발표 됐습니다. OpenAI의 CEO인 샘 알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해고 됐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나지 않아 샘 알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행(이하 MS)을 택하고, 직원들은 샘 알트먼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는 연판장을 돌리는 중입니다. 여기에 MS는 만약 OpenAI를 퇴사한다면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죠.
얼마 전 OpenAI의 GPTs 전략을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앱스토어에 비교하는 글을 썼는데요. 이 사건은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에 의해 애플에서 쫓겨났던 사건과도 데자뷔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점이 있다면 대다수 직원들이 샘 알트먼을 따라나가겠다고 한다는 점이죠. (참고로 아래 글은 금요일에 송고했고, 월요일에 올라왔네요)
그렇다면 향후 OpenAI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챗GPT는 또 어떻게 되는 거죠?
현재 직원들의 바람대로 샘 알트먼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픈 AI의 770명 정도의 직원 중 700명 정도가 퇴사할 것이라며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vs. '샘 알트먼+직원'들의 싸움인 셈이죠. 처음엔 MS가 샘 알트먼을 몰아낸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현재는 MS가 샘 알트먼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전망은 힘을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사회는 OpenAI 출신이 만든 앤트로픽(구글이 투자하고 있는..)과 합병도 모색했지만 실패했는데요. 이 시나리오에서는 이사회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대로 직원들은 모두 떠나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MS의 경우 자신들이 지분 49%를 보유한 OpenAI를 유지하는 것인 나은가, 아니면 직원들만 흡수하는 것이 나은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겠죠. 만약 직원들이 모두 그만두고 나온다면 OpenAI는 자연스레 붕괴되고 껍데기만 MS에 흡수되는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샘 알트먼이 복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자신을 축축한 이사회의 사임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조건 같은데, 이사회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되니 쉽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투자자들도, 직원도, MS도 모두 편에 샘 알트먼의 편에 서있는 상황이라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네요.
만약 이사회가 모두 그만두게 된다면 샘 알트먼이 복귀하겠지만, 아마도 MS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린 상황에 비유할 수 있겠죠. 신라는 통일을 했지만 이후 꽤 많은 것을 내주고, 당과의 일전도 치러야 했으니까요. 만약 샘 알트먼이 복귀하더라도 MS와 전쟁까지 치를 것이 아니라면 OpenAI는 MS에 복속될 운영에 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의 힘겨루기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직원들은 제3의 회사로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죽을 순 있어도 물러설 순 없다는 자존심으로 끝까지 버티는 거죠. MS나 OpenAI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이렇게 되면 OpenAI는 야심 차게 발표했던 계획들로 전략만 노출한 셈이 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자금 압박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더구나 MS는 OpenAI와의 협업이 애매해지고, 이 틈에 구글이 차세대 AI인 Gemini를 발표한다면 AI 업계의 주도권은 급격히 구글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구글은 앤트로픽, 어도비 등과 다양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현재 자사가 보유한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에 AI를 도입 중이기 때문에 OpenAI가 흔들리는 상황을 보며, 역시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것 같네요.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사회가 항복하고 이 사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 한, 이제 공은 구글과 MS로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구글이 뭔가 불안한 OpenAI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2024년의 AI 트렌드는 구글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MS가 향후 AI 판도를 이끌어 갈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구글이 좀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