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6일, OpenAI의 DevDay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날 행사 내용을 토대로 한 채널에 기고할 글을 작성했는데요. 이 글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지금 그 미래를 지금 만들어 나가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OpenAI와 그 CEO인 샘 알트먼이다.
왜 샘 알트먼의 이야기에, 그리고 제 글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강조한 내용이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이 글을 송고한 후 샘 알트먼이 해고된 거예요. 제가 쓴 글은 11월 20일에 올라왔지만, 이미 김 빠진 맥주 같은 모양이 돼버렸죠. 해고된 사람이 그리는 미래가 궁금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상황은 점차 더 심각해졌습니다. OpenAI가 붕괴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상황까지 갔으니까요.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저는 AI와 관련된 책을 준비 중인데, 이렇게 되면 전부 다시 쓰거나 아예 폐기될 수도 있겠다 싶은 거죠.
이후 진행된 내용들은 다들 잘 아실 것 같습니다. 결국 샘 알트먼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완승으로 끝났죠.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습니다. 왜?? 대체 왜 샘 알트먼은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야 했을까요? 반대로, 이사회는 왜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샘 알트먼을 몰아내야 했을까요?
자 그럼 누구에게 이 질문을 해야 할까요? 샘 알트먼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대답해 줄 리 만무하고, 대신 저는 챗GPT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아,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커버 이미지는 샘 알트먼이 해고된 후 OpenAI를 다시 방문했을 때 방문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이미지 생성 AI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DALL-E는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는 거부하기 때문에, 미드저니로 제작했음을 밝힙니다.
챗GPT에 따르면 가장 대표되는 의견은, AI 개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 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챗GPT의 의견은 아니고 로이터 통신의 분석) 샘 알트먼을 비롯한 직원들은 AI의 빠른 개발과 배포를 주장했고, 이사회를 비롯해 또 다른 일부 직원들은 확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AI는 계속 검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사회를 비롯한 이들이 대략 어떤 입장인지는, 이사회가 샘 알트먼 해임 후 임시 CEO를 맡긴 Emmett Shear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면 되겠죠.
위의 트윗(현재의 X)에서 보이듯, Emment Shear는 현재 대비 10분의 1이나 2 정도의 수준으로 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AI를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OpenAI의 CEO로 선입하다니 다소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AI의 개발 속도에 대한 입장 차라니.. 이사회 내에 사외 이사들이 있다고 해도 이사회라면 당연히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OpenAI라는 회사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요. OpenAI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 같지만 설립된 것은 2005년입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페이팔 설립자 피터 틸, 링크드인 회장 리드 호프먼 등이 Y콤비네이터(세계적인 스타트업 투자회사) CEO였던 샘 울트만과 ‘인류를 위한 AI’를 만들자며 설립한 회사죠.
OpenAI가 추구하는 가치는 ‘인류를 위한 AI’입니다. 비영리 기관(Nonprofit)이고요. 하지만 AI의 개발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개발자는 물론이고, 슈퍼컴퓨터에, 엄청난 서버까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래의 그림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됐죠.
뭔가 굉장히 난해한 느낌이지만, 가장 위쪽에 있는 Board Of Directors (이사회)와 아래쪽에 있는 OpenAI Global, LLC 그리고 아래 왼쪽 Minority Owner라고 되어 있는 Microsoft만 보면 됩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
OpenAI는 OpenAI Global이라는 영리법인을 만들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돈 문제를 해결한 겁니다. 즉, 우리는 OpenAI라는 하나의 회사로 부르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인 OpenAI. Inc의 이사회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가진 OpenAI Global, LLC의 대립으로 봐야 하는 거죠.
이사회로서는 수익보다 설립 취지에 맞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다소 싱겁게 끝이 났고요.
문제는 이 상황을 지켜보던 구글이나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점입니다. 사실 OpenAI 역시 다른 경쟁자들이 없었다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 순위가 뒤집히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경쟁을 가속화하게 되죠. OpenAI의 발이 묶였다면 다른 회사들도 조금 숨을 돌렸겠지만 이제 AI는 무제한 아우토반에 진입한 셈이 됐네요.
물론 각국에서는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AI를 토대로 엄청나게 빨라진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