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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게는 쓸만한 글감이 1도 없을까?

AI에게 글감 추천받기.

by 최프로

SF 영화에서는 종종 이런 장면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AI(여기선 '자비스'라고 해보죠)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괜찮은 옵션들을 추천 달라고 합니다. 이제 내가 할 건 '이걸로 결정했어' 한마디만 해주면 끝이죠.


DALL·E 2023-12-05 02.28.09 - A monochromatic webtoon-style illustration depicting a scene where a person is interacting with floating augmented reality screens, showing various op.png 내가 할 일은 AI의 추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상상? (Ⓒ최프로 w/DALL-E 3)


아마도 (예비) 작가 분이라면 비슷한 상상을 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비스'가 추천해 준 글에 내 의견을 더해서 글을 완성하는 거죠.


그런데 가끔 서점에서 이런 경험할 때가 있어요. 관심 있던 작가가 새로 책을 냈다고 해서 나중에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가의 신간이 또 나온 거죠. 혹시 시간은 나에게만 빨리 가는 건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나는 글 한편 못 썼는데, 누군가는 책 한 권을 또 낸 겁니다. 저에겐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런 시련을 준 작가죠. (얼마 전 100번째 책을 냈더군요. 1년에 1권을 내도 100년인데..) 이런 분들은 정말 글을 쓰는 기계 아니면 혹시 외계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자비스는 아니라도 이제 우리에게도 챗GPT가 있으니,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도 좋은 글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글에서는 어떻게 나에게 맞는 글감을 추천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AI가 뻔한 대답만 하는 이유.


이미 챗GPT 같은 AI에게 글감을 비롯해서 필요한 것들을 요청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체로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죠. 흔히 AI에게 요청을 할 때 실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Needs는 이야기하면서 Wants를 말하지 않은 거죠. Needs만으로는 내가 원래 목적했던 바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뻔한 내용이 불만이라면 뻔하지 않은 내용을 요청해야 합니다. 나는 작가로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글감이 필요하니, 내가 기대하는 독자의 반응에 대해 명확이 이야기해줘야 하는 거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테스트를 해보죠. 저는 주로 '브랜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니 아래와 같이 요청해 보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 또 클릭이 많이 될 수 있는 제목입니다. 이런 나의 바람을 반영해서 요청해보겠습니다.


■ 챗GPT에게 글감 요청하기.


최프로 : '브랜딩'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SNS에서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제목과, 대략적인 구성을 함께 추천해 줘.


간단한 내용이지만 나는 어떤 분야(브랜딩)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잘 모르지만 흥미로운)과 함께, 제목과 구성에 대한 내용까지 요청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어떻게 답을 하는지 궁금해지네요. 참고로 저는 유료 사용자라 GPT-4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GPT-4 : 브랜딩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SNS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몇 가지 아이디어와 그에 맞는 제목, 그리고 대략적인 구성을 제안해 드립니다.

1. 제목: "로고 속 숨겨진 이야기: 세계적 브랜드의 비밀"
* 구성:
- 유명 브랜드 로고의 숨겨진 의미와 그 기원 소개
- 로고가 만들어진 배경과 창립자의 비전
- 로고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현대에 미치는 영향
- 브랜드 로고가 소비자의 인식에 미치는 효과 분석

2. 제목: "브랜딩의 혁명: 역사 속에서 잊혀진 광고 캠페인"
* 구성:
-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광고 캠페인 소개
- 해당 캠페인이 소비자 문화와 마케팅에 미친 영향
-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략적 메시지
- 이러한 캠페인이 현재의 브랜딩 전략에 끼친 영향

3. 제목: "색상의 힘: 브랜드 성공을 좌우하는 색채 심리학"
* 구성:
- 색상이 브랜드 인식과 소비자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 유명 브랜드들이 특정 색상을 선택한 배경과 전략
- 색상 심리학의 마케팅에서의 응용 사례
- 색상 선택이 브랜딩과 광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

4. 제목: "마케팅의 미래: AI와 빅데이터가 브랜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 구성:
-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브랜딩 분야에서의 활용 사례
- 이 기술들이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행동 분석에 미치는 영향
- AI 기반 브랜딩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 AI와 빅데이터가 미래의 브랜딩에 미칠 잠재적 영향

이러한 주제들은 브랜딩과 마케팅의 중요한 측면들을 다루고 있으며, 대중이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SNS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었고, 내용 구성은 정보 전달과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4번 AI와 관련된 주제는 제가 최근에 많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로고나 예전의 광고 캠페인 같은 내용으로 글을 써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마음에 드는 글감은
결국 독자를 움직일 수 있는 글감입니다.


실제로 각자 독자들에게 원하는 바는 좀 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일 수도, 놀라운 이야기일 수도 있죠. 나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지, 나는 그 독자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 것인지가 명확해진다면 조금 더 내가 좋은 글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찾은 글감으로 어떻게 실제 글을 작성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 하는 거죠.


저의 경우 이미 마케팅이나 브랜딩 관련 분야의 글을 주로 쓰고 있기에 브랜딩과 관련된 글감을 요청했는데요. 여러분은 작가로서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나요? 만약 독자의 흥미만 끄는 내용으로만 글을 쓴다면 영혼 없는 어그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에게 맞는 글감 찾기.


'욕망'은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돈이 절실하니 연기가 더 잘 되더라고 했던 윤여정 배우의 말도 있듯이,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할까,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가 명확하다면 없던 능력도 생겨나죠.


그리고 욕망 자체가 곧 나입니다. 무엇에 끌리는가가 곧 나의 개성이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포기하게 되죠. 진짜로 원하는 걸 알아버리면 그걸 못하는 게 더 스트레스니,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이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게 늘어났거든요. 물론 AI 덕분입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넘어 '진짜 하고 싶은 일, 진짜 쓰고 싶은 글'에 더 집중해야 하죠.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저는 브런치를 볼 때 글에 그림을 함께 그려 넣는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저에겐 없는 능력이니까요. 기존에는 파워포인트로 그린 도표나, Unsplash에서 받은 사진들을 넣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죠.


이 글을 쓰면서도 (습관적으로) 허전한 커버를 채우기 위해 DALL-E에게 이미지를 요청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AI는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전 여전히 예전의 습관 대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가능성을 보게 되니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그림 실력(?)이 확 늘었죠. 어떤 노력을 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게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불과 10분 만의 일이죠. 비교를 위해 지난주에 작성했던 첫 글의 그림과 함께 올려 보겠습니다.


DALL·E 2023-11-28 06.05.45 - A line art illustration of a person writing, simple yet warm in feeling, composed only of lines without any shading or color.png
수정이미지.png
지난 주의 커버 이미지 (좌), 이번 주의 커버 이미지 (우)


물론 왼쪽이 더 심플하고 좋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쓰는 글이 다소 딱딱한 편이기에 저는 중간중간 재미를 줄 수 있는 삽화 같은 그림을 원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오른쪽이 더 저의 의도에 부합하는 거죠. (앞으로 제 글에 그림이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림 얘기를 다소 길게 했는데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경쟁력은 이런 필력이나 그림 실력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 게임 기획자가 텍스트로만 그림을 그려서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는 시대니까요. 실력은 오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한 것에 있습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고, 나의 커리어 및 관심사와 연결할 수 있는 주제로 작가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죠.


그럼 내가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일단 아래의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보세요. 내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과 함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것인가가 명확해져야 좋은 글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쓰고 싶은 글.png


그리고 평소에 내가 관심 가는 내용들을 꾸준히 메모를 해본다면 나도 몰랐던 나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도 있게 될 겁니다.




현재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글감을 추천해 주는 AI를 만드는 중인데요. 챗GPT의 GPT Bulider를 이용하는 형태라서 챗GPT 유료 사용자들만 접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음 주의 연재가 올라갈 때쯤엔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용이 제한되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유료 사용을 하고 계시다면 한번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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