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굳은살

by 든든







오랜만에 들어간 파리바게뜨에서 ‘촉촉한 고구마케익’을 집어왔다. 고입 준비에 한창이던 중학교 시절, 한 손에는 200밀리리터의 팩 우유를, 다른 손에는 고구마 스펀지를 들고 급하게 욱여넣던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겨울, 주어진 시간을 다르게 활용해보고자 학교를 나와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더욱 넓은 세상을 접하기 위해 살던 동네를 떠나 서울의 원룸에 자리를 잡았다. 맞벌이 부모님 아래 형제자매 없이 자란 나로서 알아서 해결하는 끼니는 억울할 일도 아니었다. 이사를 했기에 당연히 또래 친구와는 만날 기회가 적었다. 학원에 가는 시간 외에는 반려견 호두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길었다. 원체 내향적인 성격인지라 심히 괴롭지는 않았으나, 생각 많은 사춘기 중학생이 감당하기에는 긴 고독이었음은 확실했다.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은 음식으로 달랬던 것 같다. 당시 새롭게 출시되어 인기를 끌던 비타민 워터 음료를 한 상자 주문해 사흘 내로 비웠던 적도 있었다. 비타민이라는 이름만 보고 덥석 몸에 좋을 것이라 믿었나 보다. 결국, 배탈이 났고 당분간은 음료수를 쳐다보지도 않았었던 기억이다.


집에서 때우는 주식은 대개 즉석 밥과 김, 그리고 반찬 가게에서 사 온 명란젓이었다. 함께 도란도란 담소를 나눌 학우를 대신하려 투니버스에 편성된 ‘너에게 닿기를’과 ‘꿈 빛 파티시엘’ 등의 순정 만화를 보고는 했다. 꿋꿋하게 시련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서사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고요하고 막막하기만 한 시기를 금방 떨쳐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학업과 입시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던 나에게는 그런 혼자만의 식사 시간이 다정한 휴식이 되어주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근처 상가에 있는 ‘김영모 과자점‘에 들러 만화 속에 등장했던 케이크와 빵이 있는지 둘러보곤 했다. 한참 단 것을 좋아할 나이었기에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싱그러운 기분을 안고 집에 다시 돌아가 호두를 데리고 양재천으로 향했다. MP3에 담겨있던 랄라스윗과 바닐라 어쿠스틱, 루싸이트 토끼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끽하는 산책은 적적할 뻔했던 혼밥의 시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었다.


매일 살벌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기숙형 고등학교에 진학해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기에 바빴던 시간을 지나, 대학이라는 생태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 때 나는 생각보다 혼밥에 거부감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에 조금 놀랐다. 돌이켜 보니 초등학생 시절부터 달마다 분식집에 장부를 써가며 혼자 점심을 사 먹던 나와는 달리 가족과 함께 먹는 집밥이 너무나도 당연한 친구들이 그러했다. 타국살이를 시작했던 신입생 시절 정신적 타격이 유독 작었던 것은, 누군가가 함께하지 않는 식사에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을 견딜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천천히 터득한 점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눈앞에 놓인 음식의 맛을 타인과 공유하고, 더욱 깊이 느끼며 풍요롭게 하는 식사는 분명 가치 있는 시간임이 틀림없다. 함께 나누는 것은 단순한 끼니가 아닌 함께하고자 하는 서로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기도 하기에. 그러나 사회인으로서의 성장통을 겪게 되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밥이 너무나도 공허할 때에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마음을 쏟을 기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