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가 잔뜩 졌던 일과를 마치고 남자 친구를 만나 번화가의 파스타 집을 찾았다. 접시의 반도 차지하지 않는 면을 후루룩 넘기며 프랑스의 하숙집에서 함께 먹던 터무니없는 파스타를 떠올렸다.
100원짜리 크기의 한 움큼. 파스타면 봉지에 표시된 1인분 기준량이다. 그러나 한 봉지에 한화 1,200원 남짓인 0.9 유로짜리 파스타 면은 흥청망청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우리를 열렬히 부추겼다. 1인당 500원보다도 큰 동그라미를 집어 물이 끓는 냄비에 풍덩 풍덩 던져 넣고,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민족임을 증명하려는 듯 커다란 마늘 한 개를 통째로 썰어 넣은 기름에 푸짐한 양의 베이컨과 양송이버섯, 그리고 매운맛을 더할 페퍼론치노를 예닐곱 개 정도 부숴 넣는다. 마무리는 노란 면이 까매질 정도의 후추와 파슬리 가루,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 줄 레몬즙 한 스푼.
비좁은 나무 식탁을 삼 분의 일 정도 차지하는 프라이팬이 꽉 차도록 내어 온 파스타는 한 사람당 다섯 접시가량의 식사를 가능케 했다. 물론 접시는 내 얼굴만 했다. 꾸역꾸역 밀가루 대잔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끼니 당 1.75 리터의 제로 콜라 한 병이 필요했다. 위가 찢어질 것 같은 만족감을 품고 소화를 도우려 콜라를 따랐던 유리잔에 매실 원액이나 홍초 등을 타서 꼴깍대며 넷플릭스를 시청했다. 뱃속의 여유가 있는 날엔 한쪽에선 달짝지근한 아이스크림을, 다른 한쪽에선 짭짤한 프링글스 한 통을 해치우며 눈앞의 화면으로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의 국경 봉쇄령으로 인한 기나긴 칩거 생활은 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요리를 만들고 오랜 시간 음미할 기회를 주었다. 푸짐한 식사가 가져다주는 따사로운 여유는 한껏 헤져 있던 내 몸과 마음을 달래 준 고마운 시간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그곳에 찾아가 또다시 잡념 없이 맛있는 한 그릇을 만들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