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잠과 갑작스러운 겨울과 싸움에 몸이 축나버렸다. 오늘 하루 동안 보양식이나 약 없이도 버틸 수 있었던 나만의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1. 고기를 뺀 집밥 요리해 먹기
안 그래도 식욕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동물의 살을 우걱우걱 씹어 넘기는 기분은 썩 달갑지 않다. 수분 가득하고 신선한 야채의 향과 식감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헛헛한 속이 충분히 채워질 수 있도록 양껏, 간은 최대한 약하게.
2. 꿀꿀할 때는 아삭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오후, 진한 우유 아이스크림 위에 얇게 코팅된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이 입안에서 또각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을 느껴본다. 혈관에 설탕 알갱이가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도 상관없다. 집안까지 회색으로 물들여버린 먹구름에 대항할 수 있도록 일단은 먹는다.
3. 화분에 물 주며 대리 건강 회복하기
내 몸이 축축 늘어진다고 해서 식물까지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분무기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워 건조한 공기에 비명을 지르는 잎사귀에 물을 뿌린다. 시들했던 초록 잎에 싱그러운 광이 도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건강해지는 마음이 든다. 물을 줬음에도 불안하다면 노랑 빛의 식물 영양제를 흙에 꽂아 본다.
4. 추억의 명곡 감상하며 눈물 빼기
몸이 힘들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하루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으니 다른 감정으로 몸을 지배해버린다. 각자만의 향수를 부르는 노래를 선곡하여 라이브 영상을 시청한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마스크 없이 평화를 노래하는 관객들과 하나 된다. 물론 나의 좌석은 전기장판과 솜이불 사이.
5. 감정 충전 후 블루투스 마이크 장전
밤늦게까지 아련한 추억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다. 음악에 심취한 그 상태 그대로 블루투스 마이크를 켜고 좋아하는 노래를 열창한다. 물론,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열심히 부른다. 누워있던 강아지가 깨어나 한심한 눈길을 보내도 잠시 무시한다. 방구석 디바가 되어 무기력증을 물리친다.
6. 얼굴 피부의 진피까지 녹진해질 때까지, 온수 샤워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이 되리라는 집념으로 샤워에 임한다. 무엇이 수증기이고 무엇이 내 피부인지 알 수 없을 때까지 뜨거운 물 속에서 멍한 시간을 보낸다. 디제이 스마트폰의 선곡은 무엇이든 좋다. 옆집 이웃이 현관문을 두드리지 않을 정도로만 음량을 키운 채 어딘가 어긋난 박자를 탄다.
7. 창문을 열고 밤하늘 확인하기
저녁 어스름이 질 때쯤 창문을 열어 묘하게 비 냄새를 풍기는 밤공기를 들이마신다. 오늘의 밤하늘에는 별이 떴는지, 달은 잘 보이는지 확인하고 형광등 불빛에 지친 눈에 휴식을 선물한다. 내일은 더 가벼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부자리로 향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날, 활력 충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을 나열해보았다. 부디 우연히 지나가다 이 글을 마주치게 될 의문의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