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
나는 오늘, 매주 화요일에 글을 하나씩 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런 이벤트 없이 지나가버리기 십상인 화요일, 이 화요일 내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점을 하나씩 찍어나가려 한다.
마흔여섯, 드디어 나는 작가가 되기를 작정했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글 쓰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였다. 그래 난 언젠가 내 책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아주 오래전에...
이 언젠가...라는 말은 마감기일이 없다는 큰 함정이 있었다. 꿈인척 하지만 기한도 없고 실패할 시도도 없는 꿈은 신기루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 시간 깊은 바닷속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으므로 멋들어진 진주를 꺼내 보이면 좋으련만 지금 나에겐 진주가 없다. 5년 전 쓰기 시작한 브런치 서랍에 마무리 짓지 않은 글이 꽤 여러 편 있다. 우선 그 글들을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하나하나 다듬어보려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짝이었던 친구가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해왔다.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반가웠다. 서른 살 무렵에도 그녀는 싸이월드에서 나를 찾았다. 그때도 물리적 거리가 있어 만나지 못하다가 싸이월드와 함께 묻혔는데 또다시 나를 찾아내다니 참 따뜻한 그녀다. 우리는 실없이 웃으며 안부를 묻고 아이들 소식을 전하고 중학교2학년을 같이 보낸 또 다른 친구이야기를 했다. 그 둘의 첫째 아이들이 서울도 아닌 전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서 만나 둘이 다시 연락이 닿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말의 사건으로 나를 찾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녀는 내가 작가가 되었을 줄 알았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늘 책을 읽고 뭔가 시답지 않은 연애소설을 썼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 너 내가 그 기억에도 없는 연애소설을 써댄 걸 기억하는구나."
"당연하지."
난 어쩌면 그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 빛바랜 20세기의 추억이지만 작가가 될 줄 알았다는 그녀의 말은 내게 적잖은 메아리를 남겼다.
"작가? 지금도 작가가 되고 싶지."
농담처럼 던지고 웃어버렸지만 '작가가 되고 싶지'라는 그 말이 삼키지 못한 약처럼 쓰다.
내가 연애소설을 쓴 건 중학교 2학년 때뿐만은 아니다.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적이지 않게 나를 붙잡아 두었던 학교, 책상과 의자 책과 필기구 외엔 아무것도 허용되는 않는 그 시간에 나는 해보지도 않은 온갖 연애와 가보지 않은 도시와 시골과 있지도 않은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써댔다. 다음날이면 전날의 나를 민망해하며 찢어버렀다. 혹시 다음날 민망하지 않았더라도 낡은 노트 속 이야기는 필요 없어진 교과서들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다시 본다 해도 하이틴 잡지 연애수기에 올려도 이상하지 않을 유치한 논픽션들이겠지만 그때는 그렇게도 활개 치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상상력이 궁금은 하다.
40대의 중반,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무언가를 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은 10대 때도 20대 때도 했었다. 30대에는 그 후회와 회한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40이 되면서 나는 분명 어딘가 달라졌다. 그 변화의 긍정적인 면은 더 이상 남편이나 아이 때문에 뭔가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시도들과 사소한 성공들과 사소한 실패를 겪었다. 나 스스로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의 전환한 오늘이 또 하나의 시도(사소함보다는 조금 큰)를 시작하는 날이다.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오늘이니까...
*브런치 사용이 익숙히 않아 스토리로 올리던 글을 책연재로 구분해 재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