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부당한 대접은 용납할 수가 없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면 좋았을 나의 교습소준비는 그렇지만은 않은 과정을 당연히 거쳤다. 특히, 상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내가 교습소를 하기 위해 얻은 가게는 이전에 편의점을 했던 곳이다. 기본전력이 10Kw 설정되어 있어 처음 나온 전기요금을 보고 기겁했다.
냉난방기와 조명. 외엔 간판도 없는 열 평짜리 상가였다. 오픈준비 전 이미 지역전기공사(이 지역은 한전이 아니다)에 가서 사용자 변경신청을 했는데 이 기본요금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다. 그쪽에선 내가 묻지 않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전력이 얼마인데 변경사항이 없는지 물어봐줬으면 참 친절하다 싶었을 텐데 말이다. 왜 애써 친절하지 않냐고 컴플레인할 수는 없으니 넘어가자.
첫 달 요금명세서를 보고 여기저기(주로 당사 홈페이지) 알아본 결과 한전과 같은 과금시스템이고 상업전력은 기본사용량을 사용자가 정해서 신청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도 처음 알았다.) 기본사용량을 적게 신청하면 기본요금이 적고 누적요금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반대로 가본사용량을 많이 신청하면 기본요금이 많고 누적요금 범위가 빠듯해지는 구조다.
10Kw는 5만 원 정도의 기본요금이어서 기본요금 조정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카페 게시판에 전기요금에 관한 글을 대부분 한전의 내용이었고, 기본 사용량을 늘리는 경우 공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줄이는 경우는 기본요금과 누적범위를 잘 계산에 신청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실사를 나온다고 했다. 뭐 이렇게 까지 하나 싶었지만 그렇구나 했다. 그리고 실사를 나왔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실사라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온갖 전기기구들의 전력량을 모두 더한 것으로 기본사용량을 산출하는 것이었다. LED전구로 된 조명등과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한대, 14인치 노트북컴퓨터, 작은 냉장고 외엔 어쩌다 한번 쓸지 안 쓸지 모르는 이전 편의점으로부터 받은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전기주전자 심지어 전동드릴 충전기까지 전력량을 모두 더해 5Kw를 산출했다.
한전의 경우를 숙지했었던 나는 실사 나온 기사에게 항의했다. 그것들은 거의 안 쓰는 것들이고 이 공간 자체를 일주일에 20시간 이내로 사용하니 기본전력을 좀 줄여달라 했다. 그는 이곳의 기본요금 산출 방침이 그렇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럼 빈가게에 실사를 하고 이후 기구를 채우면 어쩌냐 했더니 그건 그거대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총합이 2Kw 이하면 가정식 전기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고 이것 또한 한전과 같았다. 나는 몇 달 써보고 내 전기 사용량을 들어 다시 조정을 요구할 계획으로 우선 억울한 마음을 억눌렀다. 그리고 실제로 전기사용량은 미비했으나 기본요금으로 3만 원 이상을 냈다. 뭐 그깟 3만 원 내면 그만이라고? 나는 그 실사 산출방식이 부당하다는 생각에 계속 억울했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전기요금을 낸 후 다시 전화해서 내 상황을 이야기했다. 기본요금 사용량에 훨씬 못 미치니 조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전화응대자는 역시 실사 나와서 책정한 거라 변경이 불가하다는 거다. 이 가전들을 한꺼번에 쓸 일이 어디 있으며 저는 이걸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다. 실사 나오기 전에 가전을 빼놓으면 줄일 수 있는 거냐? 뭐 이런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론은 원칙이 이렇다는 것이다.
나는 내내 이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의 수업을 거의 못하기도 했고, 수업을 풀로 하더라고 주 3~4회 하루 4시간 정도 사용하는 공간이 이어서 도저히 이 요금을 낼 수 없었다. 3만 원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의지력이 타올라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려주고 싶었다. 원칙이 그렇다는 말만 반복하는 이 지역공사는 너무 답답했고 심지어 아무런 조치나 의논 없이, 아무런 고민도 없이 안된다는 매번 똑같은 그 전화응대자에게 너무 화가 났다.
나는 이런 일은 그 마지막 처리자에게 화를 내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웬만하면 전화 응대자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지만, 조정이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얘기했은데도 그냥 안된다고만 하니 화가 났다.
그래서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
더 놀라운 건 다음의 대처다.
글을 올린 지 채 일주일이 되기 전 부장인지 팀장인지 높은 사람이랑 이전에 실사를 나왔던 젊은 기사가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다. 아니 오겠다고 전화를 받았지만 난 그제야 나를 달래려고 하는 그들에게 다시 화가 났다. 당신들의 그 원칙이 그렇게 대단한 거면 내가 전자기기를 다 빼놓을 테니 다시 와서 실사하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했다. 레일 조명도 다 빼버리고 싶었지만, 그것까진 귀찮아서 안 했다. 작은 가전들을 차에 다 실어 놓고 정말 조명이랑 냉난방기만 남기고 다시 실사를 받았다. 여전히 그들은 잘 못한 게 없고 내가 유난을 떠니 한번 들어주겠다는 식이었다. 내가 이 책정방식은 합리적이지 않으니 여러 차례 전화해 방법을 물은 거고 당신들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진상취급하지 않았냐 했다. 국민신문고까지 글을 올린 건 당신들이 논의해서 지침을 바꾸라는 거였지 나를 달래라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도 이 원칙이 은근슬쩍 부당함을 인정하면서도 본인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방어했다.
그들도 사정은 있을 거다. 그 신도시가 생긴 초창기에 여기저기 전기가 나가는 일이 한동안 발생했고 그때마다 지역뉴스에 나왔었다. 그 지역공사로서는 힘든 시간을 겪었을 것이고 그래서 가게마다 최대전력사용량을 책정해 과부하를 방지하겠다는 지침이 최우선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전기기사나 실내건축기사는 실사 없이 전기사용량을 지접 책정해 신고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결국 내가 셀프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더욱더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얘기할수록 화가 났다.
이것저것 빼놓기도 했지만 여전히 냉난방기를 왜 이렇게 큰걸 했냐는 내 탓이 돌아왔다. 평수보다 큰 기기를 선택한 탓에 빠르고 조용하게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인버터 전력기기는 가동초기 전력사용량은 많지만 전체 사용량을 보면 훨씬 절전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국 기본사용량 2Kw로 책정이 되었고, 가정용 전력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한테 그런데(국민신문고) 글올리고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 전화 응대하시는 분이 매번 같은 말만 하고 나는 이걸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데 어디다 하소연하냐고 이걸로 안 됐으면 신문사에 제보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 그들도 사정은 있을 거다. 말이 안 통하는 상급자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국민신문고 같은 게 존재하지 않겠는가? 가끔 정공법이 안 통하면 우회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배웠다. 그 지역공사가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 이후 2년 동안 냉난방기기를 빵빵하게 틀고도 내 전기요금은 15,000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