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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asureADD Aug 08. 2020

내일의 나에게 떠넘기지 말고, 내일의 나를 하게 하라

집중력을 훅! 끌어올리는 n가지 방법

'내일의 나야 잘 부탁해~^^' 과제 마감 전전날의 내가 놀러 나가며 친구들과 텅 빈 강의실에 했던 말이다. 그리고 마감 전날의 나와 친구들은 어제의 나를 줘 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과제에 몰두한다. 파리채를 피하며 주마등이 스치는 바퀴벌레는 순간적으로 IQ가 200 언저리가 된다던가.(낭설일 것 같긴 하지만) 학점의 압박 앞에서 우리는 놀라운 생산성을 뿜어낸다. 그러나 이런 발전한 나에 대한 자부심 따위를 음미할만한 시간적 여유는 어제의 내가 PC방에 두고 왔다. 그렇게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구닥다리 같은 화장실 명언이 그렇게도 가슴에 사무친다. 물론 이건 너와 나, 우리 모두의 한 사이클에 불과하다. 이 사이클을 또다시 돌리러 챗바퀴에 올라타자 이 비루한 중생들아.

좋은 습관을 만들고, 더 나은 날들을 위해 변화하는 일은 왜 이리 힘들고 성과가 없을까? 어느 유튜버가 그랬다. '열'자가 들어가는 건 다 식기 마련이라고. 열정, 열의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우유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이런 요소들을 지나치게 믿고 의지하려는 태도 자체가 우리의 열정을 태워 만드는 의지력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데서 오는 오판이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열정적이고 이성적인 오늘의 나는 선생님처럼 귀차니즘에 찌들어 애처럼 구는 내일의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편달해줘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정은 노력이라는 씨앗이 변화라는 과실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써야 한다. 핸드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일기장에 예쁜 손글씨로 '핸드폰 사용 줄이기'라고 적고 굳게 마음을 먹을게 아니라 핸드폰 바탕화면을 개 열 받는 사진으로 바꾸고, 제한적으로 언제 언제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내 생활에 맞게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고 오래가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구축을 우선하는 전략을 '환경 설정'이라고 한다.


"선박이 발명되는 순간 침몰도 발명된다."
-폴 비릴리오-

환경 설정이라는 관점에서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의 유혹 앞에 너무나 무방비한 상태로 놓여있다. 언제 어디서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기기들이 주는 긍정적 영향과 이점도 많다. 하지만 이 첨단기기들은 우리의 주의력과 차분한 상태를 빼앗고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대단히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 기기들은 우리의 의식을 마음대로 '해킹'해서 의식세계를 휘저어 놓는데 최적합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기술력의 '결정체'에는 우리의 의식도 첨가된 셈이다. 이러한 우리의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지상과제란 이 질문이 아닐까 싶다. 집중력과 성과, 목표와 삶을 헌납하고 타인이 내 집중력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지 혹은 그 반대편에서 정보력과 내 삶을 동시에 쟁취하기 위해 맞설지 말이다. 이런 혼란함 속에 등대 같은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Hooked 훅>으로 유명한 니르 이얄의 <초집중>이 이 글의 주인공이다.

항냥냥냥

세상은 '배와 침몰'처럼 양면성으로 가득 차있다. 예를 들면 원시인이 사냥해온 고기로 비유할 수 있다. 날고기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질기고 비리다.(육회는 예외로 합시다!) 게다가 소화도 잘 안되고 기생충이 있을 수 있다. 섭취가 필요하지만 해롭고 맛도 없는 이 상태를 단박에 뒤집는 방법이 있다. 구워버리면 된다! 열이 가해진 고기는 좀 더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부드러우니 소화도 잘되고 살균효과는 덤이다. 요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길게 보나 짧게 보나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 즉, 양면성은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장점은 최대로, 단점은 최소한이 되도록 가공하여 내 삶에 들이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초집중>은 첨단기기를 쌈 싸 먹는 최고의 쿡킹 북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니르 이얄의 전작 <훅>의 부제는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야 말로 우리 의식을 해킹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다. 독 전문가는 해독 전문가이기도 하다던가? 해커의 역해킹 기술을 다수 소개한다. 피드에 명언한 줄만 떨렁 있게 만드는 확장 기능, 방해금지 모드, 집중력 향상 어플 등을 소개하며 단점은 낮추고, 정보 검색이나 (적절한 분량의) 재미있는 영상 감상 등의 장점은 지킬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이론들을 가족, 친구 등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 조직 문제 등에 적용하고 해결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실천론도 훌륭하지만 사실 이런 구체적 방법보다는 니르 이얄이 얼마나 집요하게 생산성 하락의 원인을 차단하는지 그 자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딴짓도 여느 문제와 다르지 않다. 문제를 해결 가능한 것으로 인식한 다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문제를 찬찬히 지켜보고 해결 방법을 떠올려 보고 실천하고 실험해보면 된다. 집단의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고 함께 이를 해결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시험기간에는 벽지 무늬의 가로줄과 세로줄의 간격마저 흥미롭다."
-현대 한국 속담-

2017년도쯤에 나는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줄이기 위해 페이스북 어플을 삭제했었다. 하지만 크롬 어플을 통해 찔끔찔끔 들어가게 되더니 어느새 크롬으로 불편하지만 충분히 많은 시간을 페이스북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렇다. <초집중>의 훌륭하고 세세한 환경설정 방법에도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게임 아이디를 삭제하고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학생, 퇴사부터 하고 유튜브를 하겠다는 직장인 등등 우리가 취하는 배수진 전략은 다소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 바로 딴짓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불편함에서의 불건전한 도피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쾌락은 육신의 고통과 영혼의 고뇌가 없는 상태이다."
-에피쿠로스-

우리가 쾌락을 좇는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 우리를 움직이는 건 갈망의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욕구다. 지금 내가 해내려는 일을 단순히 돈이나 성공 같은 쾌락으로만 정의하는 순간 목표는 그림의 떡이 되어 나를 끝없는 갈망의 고통에 밀어 넣을 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고통과 의지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고, 불편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감정과 목표를 다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알람이나 친구의 유혹 등의 외부 신호보다 감정이나 기질과 같은 내부에서 보내는 신호를 더 우선적으로 정복해야 한다. 한 예로 니르 이얄은 이언 보고스트라는 재미 연구가의 말을 인용한다. "재미는 즐거움을 많이(혹은 전혀) 수반하지 않아도 여전히 재밌다." 엥? 재미 연구 대가의 입에서 나온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말이 당황스럽지만,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가 엄청난 연습량과 압박감에 못 이겨 뛰쳐나오는 적지 않은 지망생들과 다른 예체능 계의 비슷한 케이스들을 보면 납득이 간다.

"장차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초집중>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과 진작에 읽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
-킨탐 브람바트, 아마존 뮤직 글로벌 상품본부장-

명상의 핵심은 통제가 불가능한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초집중자로 거듭나는 과정뿐 아니라 옹골차고 충만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선택 가능한 유일한 시간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최선의 과거를 만드는 방법이자 최선의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잘 알아도 우리의 회피 심리는 늘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이런 자신을 잘 다독이다가도 채찍질해서 현재에 가장 충실하게, 초집중하도록 만드는 힌트가 가득한 이 책은 유명 연사들의 추천사처럼 '안 보면 손해'다.


참고

<완벽한 공부법> - 신영준, 고영성

<초집중> - 니르 이얄, 줄리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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