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촘촘하게 사용하는 방법
'정보의 홍수'라는 말을 처음 들은 시기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20년 정도 되었을까? 윈도 98을 쓰던 시절부터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량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유통되던 정보량은 홍수가 아니라 장맛비에 범람한 시냇물 정도나 됐을까 싶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 현재 유튜브의 독주, 거기다 VR이니 뉴럴 링크니 쏟아져 나오려는 신기술들을 지켜보면서 하는 생각은 '우리가 과연 바다에 도달하기나 한 걸까?' 하는 회의적 의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매력적인 콘텐츠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정보의 바다에서 생기는 파도는 점점 높아져갈 것이며 진폭은 더욱 좁혀 들어올 것이다. 준비가 충분히 된 서퍼에게 정보의 파도는 끝도 없는 짜릿한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서퍼에게는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만 안겨줄 뿐이다. 비극적 이게도 이런 현상은 각자의 삶의 모든 면에서 양극화를 일으키고 있다. 외부 신호를 적절히 차단하고 자신의 삶과 목표에 몰입하는 사람과 타인에 의해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사람이 각각 어떻게 될지는 너무 뻔하다.
이 거센 파도 속 세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현시대의 인간에게 건네는 화두는 <초집중>의 뒷 표지 문구처럼 '타인이 자신의 집중력과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놔둘 것 인가 당당히 자신을 '초집중자'라고 부를 것인가.'가 아닐까. 나폴레옹은 정말 급한 편지가 아니라면 도착한 지 2주가 지난 후에 개봉을 했다고 한다. 텀을 두고 편지를 읽으니 대부분은 이미 해결된 지난 일이 되어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황제의 권력이 있으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정보를 선별적으로 접하는 태도를 배우고 우리 삶에 맞게 적용하려 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우리 내면의 '고요'를 키우고 우리 스스로를 '초집중자'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렵게 쟁취해야 하는 영역이고 모든 이에게 막막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우리에게 대단한 힌트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 두 권이 발매가 되었다.
<초집중>은 지금 당장 엉덩이 힘이 강해지는 실용적이며 즉각적인 방법들을 다방면으로 제시한다. 내부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외부에서 나를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반면 <스틸니스>는 고대의 성현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급한 '고요'라는 상태와 경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직관적이고 심오한 개념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느새 '고요함'이라는 상태에 대한 개념이 적립되고, 어느새 내면세계의 신대륙을 마주하게 된다. <초집중>은 실용적 자기계발서라면 <스틸니스>는 철학적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둘은 '현재에 집중하고 밀도 높은 삶을 추구한 법'에 관한 비슷한 범주를 다루지만 <스틸니스>가 좀 더 심오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
<스틸니스>는 정신, 영혼, 몸 세 가지 영역이 균형 있게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력은 영혼에서 나오고,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영혼 편의 '내면 아이'라는 개념이다. 우리는 어린이 때부터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혼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 상처가 덧나고 흉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 부분이 심리적으로 성장이 멈춰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영역은 어른스럽게 자라났지만 성장이 멈춰버린 내면의 영역이 바로 '내면아이'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의인화라고 이해하면 쉽다. 문제는 이 내면아이가 크고 드셀수록 내면의 고요를 얻는 과정에 방해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 아이를 홀대하다 못해 감금하고 숨기기 바쁘다. 중세시대에 장애아이를 낳으면 숨기기 바빴던 귀족들 같달까. 물론 그럴수록 내면아이는 더 엇나가고 통제불능의 상태가 된다. 이제는 당당히 내 치부를 드러내고 잘 다독이고 돌봐주기로 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처럼 말이다.
<초집중>은 우리가 하는 일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본짓'과 그 반대방향이나 제자리에 멈춰만 있는 '딴짓'으로 구분하라고 한다. 이 본짓을 향한 과정에서 시간을 확보하는 마인드에 관한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산출물(성과)이 아니라 투입물(노력)을 관리한다.' 트와이스의 앙증맞은 가사 한 줄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내 맘인데 왜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건데'(트와이스-TT) 꼭 좋아하는 남자애가 머릿속에서 안 떠나는 소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완벽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굳은 결심과 극한의 환경설정으로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도 딴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침대에 가지런히 눕는다고 꼭 잠이 오진 않는다. 우리는 성과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면 미련이 남고, 미련은 심리가 위축되게 만들고, 결국 목표에서 더욱 멀어진다. 이 미련을 버리려면 산출물이 아닌 투입물을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적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시간 동안 책을 60페이지 읽기로 했는데, 딴짓 없이 2시간 동안 40페이지를 읽었다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다. 산출물 목표는 보너스일 뿐이고, 투입물 목표를 딴짓 없이 온전히 잘 지켰다면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늘도 성공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은 성과에 대한 미련과 염려를 내려놓으면 오히려 성과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초집중>을 권하고 싶다. 실용적인 내용이 많고 독자에게 가볍게 다가서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틸니스>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초집중>보다 더 깊은 범위를 포괄적으로 집어주기에 어느 정도 보완적인 관계의 책이라는 할 수 있다. 이 두 책은 참 궁합이 좋은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