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브런치!

by 보물정원

기운이 좀 나서 사람 꼴이 되어가자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애기들 어렸을 때부터 가끔 쓰던 블로그가 생각났다. 문득 '내가 갑자기 없어지면?'이라는 질문의 끝에서, 애기들이 나의 글을 편지처럼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 애기들이 했던 예쁜 말들이나 느꼈던 감정들을 적던 곳이었다. 때로는 육아 외에 다른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한 일기장 비슷한 공간이라서 그곳에 나의 지금 상황을 남겨놓고 싶었다.




몇 개의 글을 쓴 무렵, 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다.




이건 또 뭐지? 브런치 작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나 같은 일반인들이 지원할 수 있기는 한데, 몇 번에 합격했다느니 요즘엔 까다로워졌다느니, 합격 요령 같은 게시물들이 많이 보여 약간 겁이 났다. 그런데 대충 훑어보니 나의 취향에 블로그보다 오히려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뭔가 더 단순해 보이고, 그 공간 자체가 아늑해 보인다고 할까... 나의 이야기를 더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까짓 거 안 되면 말지.




그동안 블로그에 적었던 글들을 그대로 적어서 지원했다. 예전부터 글 쓰는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전문작가를 뽑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 쓴 글들을 몇 개 살펴봤는데, 그렇게 장벽이 높아 보이진 않았다. 평일 기준 최대 5일 정도가 걸린다고 적혀있었다. 조마조마하면서 하루하루 기다렸는데, 3일 만에 기다리던 메일이 도착했다. 반신반의하며 메일을 열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와우... 합격이라니.. 비교하긴 힘들지만 십여 년 전에 입사 합격 메일을 받은 후로 오랜만에 받은 합격 메일이라서 느낌이 이상했다.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무척 기뻤다. 그리고 힘든 최근의 삶에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받은 느낌이었다. 그 이후 브런치 작가 지원을 위해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놓았던 글들을 하나씩 꺼내 약간씩 다듬은 후 '발행'하기 시작했다.





발행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한 두 분씩 '라이킷'을 해주었을 때, 그 기분은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은 이상으로 기뻤다. 그러다 조금씩 구독자가 생기기도 했고, 어떤 글들에는 격려하는 댓글들을 달아주시기도 했다. 블로그에서는 쓴 지 한참이 되어도 조회수 하나 올라가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환영을 받다니.. 브런치를 훑어봤을 때 받았던 느낌과 다르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여기에 글을 쓴 이후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예전의 같아졌다는 말들을 했다. 누구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나는 글로서 표현하고 나니 답답함이 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가 중요성을 강조한 '공감'이라는 것을 '라이킷'이라는 도구로서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에서 받은 약 5분가량의 상담과 약물치료보다 내 글을 쓰고 '라이킷'을 받는 것이 나에게 비교도 안 될 만큼 효과적임을 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나는 다시 희망을 본다. 글을 쓰고, 나의 글에 공감받는 느낌이 이토록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일인지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또 다른 안식처를 찾은 느낌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 글을 쓸 수 있을까? 언젠가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글쓰기에 싫증을 느껴 얼마 동안엔 또 멀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근처럼 마음이 지칠 때, 언제고 다시 찾아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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