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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29. 2020

조부모님 댁 방문하기

긴 겨울방학을 활용하여 여행을 떠나자

  기나긴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 방학은 1달 내외로 짧지만, 겨울방학은 2달 정도 된다. 거기에다가 예전에는 봄 방학이 있어서 2월에 잠시 일이 주일 정도 등교했다가 다시 봄 방학을 맞이했는데 요즘 학교들의 학사일정 추세는 봄 방학을 없애고 겨울방학을 조금 늦은 1월 초순에 들어가서 연속으로 2달 정도 겨울방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와 가정에서 지내야 하는 부모들이 체감하기에는 겨울방학 기간이 굉장히 긴 시간으로 다가온다. 봄 방학이 없으므로 길게 여행을 가거나 할 때 계획을 세우기는 좋다. 

  

  겨울이라 춥지만, 아이와 될 수 있으면 많은 곳을 더 체험해 보려고 했다.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전 주에 학원들 방학이 많이 있어 일주일을 학교장 허가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체험학습 장소는 내 고향인 남부지방으로 잡았다. 아이의 할머니가 살고 계신 순천에 가서 인근 장소를 여행하기로 했다. 평상시 주말이나 공휴일에 우리가 사는 수도권에서 남부지방으로 체험학습 등 여행을 떠나기에는 시간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간다. 그래서 자주 못 가게 되는 곳을 이번에 아이와 함께 이곳저곳 여행해 볼 생각이다. 또한, 멀리 살고 계신 할머니를 자주 못 보는 아이와 손자를 자주 못 보시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함께 여행하고 생활하면서 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체험학습 및 견학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아이와 나는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 발길 닿는 곳,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해보기로 했다.


  아이의 조부모님-나의 부모님-은 전라남도 순천에 살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최근에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신다. 그곳은 내가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경기도와는 거리가 있다 보니 일 년이라고 해봐야 명절에 한두 번 방문하는 정도다. 겨울방학이 되기 전 학원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 긴 시간 동안 부담 없이 할머니 댁에서 자면서 아이와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는 날부터 갑자기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갑자기 거주 환경이 바뀌는 데다가 추위까지 와서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첫날 잠잘 때는 아이가 감기에 걸린 듯 콧물을 흘리고 눈물도 흘리고 잠드는 것을 힘들어했다. 다음날 근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가보니 다행히 감기는 아니고 비염 증상이라고 해서 약을 처방받았다. 둘째 날부터는 방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니 편안하게 잠을 잘 잤다. 오랜만에 긴 여정으로 내려온 할머니 집에서 아프기만 하다가 돌아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건강하게 보내다 갈 수 있었다.


  아이는 음식 중에서도 꽃게와 대게를 제일 좋아한다. 이번에 할머니 집에 가면서도 맛있는 꽃게를 실컷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순천은 바닷가가 가까이 있고 농수산물이 신선하게 판매되는 큰 시장이 아직도 열리고 있다. 순천에서 가장 큰 아랫 장날 아이와 할머니를 장에 내려드렸다. 아랫장은 도로까지 사람들과 짐들로 가득 차서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야 했다. 그동안 아이는 할머니가 시장에서 꽃게 사는 것을 구경하였다. 가격 흥정하는 모습도 보고 시장 구경도 했나 보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 따라 시장 돌아다니던 모습을 아이가 다시 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아이 나이 때부터 치면 삼사십 년간 시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 가능한 장면이었다. 도착하는 날 꽃게탕을 먹고 또다시 돌아오기 전날 또 꽃게탕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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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장난감이다. 할머니는 아이가 사달라고 하는 건 뭐든 사주신다. 집에서는 원하는 대로 사주지도 않고 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뭐 하나 사주는 것도 쉽게 사주지 않는데 할머니는 덥석덥석 사주시니 아이는 기대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도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하나 얻어서 가져왔다. 덤으로 내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구슬까지 다 받아 가자고 왔다.


  할머니 집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점은 학원과 학교를 떠나서 공부와 숙제를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안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점인 것 같다. TV도 마음대로 본다. 우리 집에서는 TV를 보여주지 않는데 위성방송이 되는 할머니 집에서 여러 개의 아동 채널을 보며 그동안의 TV 허기증을 해소하는 듯 보였다. 나도 아이에게 뭔가를 시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사라져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할머니와 아이와 셋이 차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며 삼대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과 오랫동안 진지한 대화하는 나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아이에게 간접적으로 많은 교육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부모님께 대하는 행동과 말을 통해 아이도 아빠인 나를 대하는 것에 대한 산 교육이 되는 것 같았다. 할머니 집에 다녀오고 나서 한층 밝아지고 짜증이 줄어든 아이의 모습을 아내가 먼저 발견하고 이야기해 줬을 때 이번 여행이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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