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작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음, 마케팅?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는 나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1인 회사이다. 나는 내가 운영하는 글 공장의 사장이자 직원이며, 내가 만든 팀의 감독이자 선수이다. 나는 내 결과물에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가 낸 결과물에는 내 이름이 적힌다. 회사에 다닐 때는 거대한 기계의 하나의 톱니바퀴를 담당하면 됐지만 지금은 내가 그. 거대한 기계인 셈이다. 이건 자유롭지만, 때론 외로운 일이다. 그리고 즐겁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시간을 내가 분배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뒤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단단한 결과를 내는 것이 호들갑스러운 것보다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역시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브랜드를 전혀 마케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술자리 어디에서 누구랑 대화해서 친해졌다더라, 누구는 자기 작품 할 때 유명한 누구누구를 다 초대했다더라. 누구는 실력은 모르겠는데 인간관계를 잘해서 저기까지 간 거라던가. 온갖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그래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닌가 보다. 하고 깨닫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스스로 마케팅하는 능력도 프리랜서의 일 중의 하나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잘못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나는 ‘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나에게 일의 기회가 늘어나는 기회가 될 거란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떨 때는 유명세가 있으므로 들어오는 일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작품을 쓰면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유명한 사람이 작품을 쓰는 그 작품이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것이 이 프리랜서의 세계가 돌아가는 이치인가 보다. 하긴 그렇잖아. 아무도 안 봐주는 좋은 작품이 무슨 의미인가. 서랍에 처박혀 있다면 그냥 나만 아는 좋은 이야기일 뿐이지. 유명세까지는 아니어도 내 작품을 보고 나를 응원해 주는 몇몇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참 많이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나 마케팅에 힘을 써야 하는 건지. 더 좋은 작품에 힘을 써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둘 다 해야 하지만 어렵다.
자, 그렇다면 ‘나 마케팅’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되었다. 이 브런치도 어쩌면 마케팅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브런치는 내가 글을 쓰며 하는 생각들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기록해 두는 저장고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독자를 의식하게 된다. 당연한 거다. 여긴 공개된 글쓰기 공간이니까 말이다. 결국 점점 내 작품 + 나 자신이 동시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작품을 돌보면 내 자신을 소홀히 하게 되고, 나를 돌보면 작품에 깊이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언제나 어렵다. 나는 어떻게 이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것인지 조금씩 공부해야지 싶다. 나도 은둔형 유명 작가가 되고 싶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하하
올해 재미로 사주를 봤는데 나는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떠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 나대고 다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제나 겸손하게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를 이상향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나대고 다녀야 한다니. 정말 어렵다. 하긴 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서 작품을 하자고 하는 경우보다는 압도적으로 공모전을 참가해 자격을 따낸 경험이 훨씬 많다. 누군가가 나에게 작품을 하자고 하는 경우가 아예 없지 않았지만, 그것들 역시 내가 공모전에서 나를 증명한 후의 일이었다. 정말 뭔가 하나 해내면 30을 해냈어도 100처럼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하나 보다. 미쿡 사람들처럼. ^^
내가 한 일을 티 내고 다니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경우 일은 나 혼자 하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므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나는 나대고 싶어도 작품의 알맹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나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연이나 결과물이 공개된 후에는 어떤가? 그땐 그 작품이 자라나는 과정에 누가 되지 않게 또 한동안 침묵해야 한다. 물론 내 작품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수는 있지만 그건 내 작품을 만나게 될 사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마저도 망설여진다. 그리고 나의 어떤 모습이 내 작품과 연관되어 거짓말 같아지는 것들이 싫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대고 싶어도 어떤 콘텐츠로 나대야 하는지도 어렵다. 그래서 결국 하게 되는 나의 유일한 나대기는 내가 그 작품 작가다.라는 말뿐이다. 너무 압축적이지만 정말. 이게 다다.
요즘 주변 사람들이 스스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도 귀에 피가 나도록 해대고 있다. 나도 물론 백분 공감하는 바이지만 나의 어느 부분이 콘텐츠가 되는 것인지는 도대체가 아무도 알려주질 않는다. 내가 글 말고 다른 방면으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나는 아쉽게도 그런 인간은 못 된다. 그래도 최근 춤을 추면서 좀 훌라 추러 다니는 신기한 작가 정도는 된 것 같긴 해서 나 혼자 조용히 훌라일기를 쓰고 있긴 하다.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나는 이렇게 좋은 작품과 나 마케팅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프리랜서라는 것이 생각보다 작업만 하는 게 아니란 걸 몰랐다. 그 작업도 나라는 캐릭터와 연결된다는 걸 최근에 크게 깨달으며 요즘은 나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고작 생각해 낸 거라고는 일단 명함을 파야겠다는 것뿐. ^^ 미팅 자리에 나가서 모두가 나에게 명함을 주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민망해서 말이야. 아무튼 요즘은 그런 나날 등을 보내고 있다.
아니, 근데 쓸 시간도 모자라는데, 대체 언제 ‘나 마케팅’을 하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