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 급해!

공공화장실에 대한 생각

by 나무

“엄마, 왔다! 급하다, 급해!”


?........!


“완전 참다가 와서 급했어.”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었다. 2.5단계를 실감하게 된 건 카페에 들어갈 수 없어졌단 것 때문이었다.


"take out 밖에 안된다는데 어쩌지? 벌써부터 고민이야."

S: 엄마, 급하면 화장실 가. 잠시 사용한다고 해.


나는 카페에 갈 수 없으면 곤란한 직업을 가졌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 비싼 커피를 마시러 왜 굳이 카페에 가느냐며, 카페에 갈 돈 있으면 다른 걸 하겠단다. 참 남 속도 모르고 남의 일이라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또 어떤 친구는 그냥 집에서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시면 되지, 왜 쓸데없이 돈을 쓰느냐고 한다. 그 말도 맞다. 주부들은 한 푼이 아깝기는 하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어쩌겠나. 내 생활 패턴이 당신들하고 다른 걸.


사실 난 커피 맛도 잘 모른다. 커피 향이 나면 좋고, 쓴 커피보다는 달달한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카페에서는 꼭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가 목적이라기보단, 카페가 빌려주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어야 30분 남짓 있는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을 찾다 보니, 선택지는 아메리카노 뿐이었다.


나는 방문 수업 교사다. 요일마다 수업하는 개수가 다르다. 학생들이 원하는 요일과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떤 요일은 수업을 전혀 하지 않고, 어떤 요일은 수업이 몰리기도 한다. 평소 수업의 개수가 많은 날에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화장실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수업하러 갔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학생 집의 화장실을 사용한 적이 있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학생 어머니께서 바로 청소를 했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거다. 찝찝하니까. 이해는 됐지만, 뭔가 서글펐다. 꼭 내 눈 앞에서 그래야만 했을까?


그 이후로, 정말 급하지 않고는 학생 집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없이 카페로 간다. 다음 수업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하려면 카페에 갈 수밖에 없다.


정말 카페에 앉아 있을 시간은 없고 화장실은 급할 때도 있다. 그러면 건물 내 개방된 화장실을 찾아간다. 그런 곳은 꼭 잠금장치가 되어 있다. 이해가 되긴 한다. 모든 사람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건 아니니까 관리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원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화장실을 가려고 카페를 찾다 보면 한 블록 너머마다 카페가 있다. 어디서 봤는데 우리나라에 카페가 많은 이유는 모일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외국에는 도시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어서, 거리마다 벤치가 많다고 한다. 굳이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사지 않고, 큰 자본을 들이지 않더라도 쉬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화장실도 그렇게 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눈치 보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화장실 말이다.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특정 장소에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이 있다면 좋겠다. 어디서 봤는데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이 3300원 정도라고 한다. 공공화장실이 그 반값인 1500원에만 운영되어도 좋겠다.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고, 깨끗한 시설이 보장되는 그런 공공화장실 말이다. 화장실이 급해 난감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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