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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04. 2022

내가 문제투성이라고 느끼는 당신께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 책을 보다 보면 나 자신이 문제투성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 증상을 열거해놓고 이건 어떤 정신적인 문제라고 명명해놓은 글을 보면 가끔 섬뜩합니다. 약하게나마 나도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이지요. 


심리상담에서도 이런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중화된 심리학적 지식을 토대로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문제를 파헤쳐 해결해보려고 심리상담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의 심리상담은 문제의 기원을 찾아 과거에 주목하다 보니 상담 작업을 할수록 내게 과거로부터 비롯된 큰 문제가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정말 문제가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문제시하기 전에는 크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 첫째입니다. 내가 그 심리학적 지식을 접하기 전에는 그 문제가 이 정도로 나의 주의력을 사로잡지 않았을 겁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을지언정 지금처럼 문제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동안은 그런대로 나대로 잘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내 정신세계의 중심 문제로 떠올라 부각된 것뿐입니다. 그런 문제가 정말 문제일까요? 


둘째로 그 문제가 실제라고 해도 그 문제를 해결할 완벽한 해결책이 딱히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 문제에 꼭 맞는 특별 대책이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리상담과 치료에서는 여러 가지 기법과 장치를 고안해서 적용하지만 그것들을 잘 살펴보면 맥락은 다 비슷합니다. 과거의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다시 느껴보면서 놓아주도록 하는 것과 이제 그만 상처를 떠나보내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내적인 힘을 강화하는 것. 크게 이 두 가지 길 뿐입니다. 좀 전의 문장을 다시 읽어 보세요. 간단히 말해, 과거를 놓아주고 현실을 잘 살기. 심리학이 아니더라도 흔히 듣던 말이자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문제투성이라고 느껴진다면 그 문제가 정말 문제인지 다시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그 문제가 문제인 줄 모르고도 잘 살아왔던 지난날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그 문제를 가지고도 이만큼 살아온 나를 다시 바라보세요. 그 문제가 정말 문제라면 두 가지 작업을 해 보는 겁니다. 과거에 떠나보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느끼고 떠나보내기. 그러고 나서 현실을 긍정적으로 살려고 최선을 다하기. 이 두 가지 작업을 진심을 기울여 할 수 있다면 심리상담센터에 발을 딛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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