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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02. 2022

어떤 주제로 심리상담을 받을까

'내'가 담기면 어떤 이야기도 진실하다.

처음 심리상담을 받으러 갈 때 막상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이 될 수가 있습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떤 것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하자니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부족할 것 같고, 다 이야기한다 한들 상담사가 이 복잡한 처지를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그럴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첫 시작부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라포가 잘 형성되어 상담을 지속하게 되면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자기가 부끄러웠던 그 부분은 빼놓고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하다 보니 결국 다 말해버린 것이지요. 는 다른 말로 하면 내가 감추고 싶었던 은밀한 부분까지, 즉 나 자신을 깊이 눌러 담아서 말을 했다는 뜻도 됩니다.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대번에 압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상대방이 자기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는지 아닌지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냥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상담을 받을지 고민이 된다면 어떤 주제가 나를 더 잘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나를 더 잘 드러내는 사건을 먼저 이야기하면 상담사도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피상적인 이야기들은 변죽을 울리다 그치기 쉽습니다. 타인, 상황, 사상, 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내 존재의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치유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존재의 핵심에부터 나를 이해받길 원합니다.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이해받고 싶은 소망은 모든 사람의 공통점입니다. 참으로 강렬한 소망이지요. 이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부분, 꼭꼭 감추면서도 정말 드러내서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그 부분. 참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이나 밖으로 내뱉고 알리고 싶은 그것. 심리상담은 이를 시도할 만한 적절한 시공간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심리상담 장면에서는 나 자신이 잘 담겨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주제든 나를 담아 이야기해보세요. 나를 더 많이 드러내는 주제에 용감하게 뛰어드세요. 나를 더 많이 더 깊이 담고 있는 그 주제라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더 많이 드러낸다면 내가 하는 말들이 더욱 빨리 치유의 길로 안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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